- 무기력한 대표팀, 시범경기 수준에 속수무책…훈련과 직관에 기댄 오판
- 시급한 전임감독제 도입, 난항…총 206억 원 선수단 몸값 실망감 키워

김인식 감독
시작부터 어렵다고 몸을 사렸던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가까스로 마지막 대만전에서 승리했지만 일찌감치 1라운드 탈락을 확정지으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김인식 감독은 대회 결과에 승복하고 사퇴할 뜻을 밝힌 가운데 한국야구의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지며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WBC대회를 앞두고 열린 연습경기들을 통해 퍼즐을 맞추며 희망을 살렸던 김인식 호가 속절없이 무너지며 마지막 대회전 탈락을 확정지었다.

한국대표팀은 처음 홈에서 열린 WBC 1라운드에서 1승2패로 A조 3위에 머물러 2회 연속 2라운드 진출이 좌절됐다.

한국은 지난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A조 대만과의 최종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1-8로 승리를 거두며 체면치레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특히 이번 1라운드를 통해 아시아 야구의 중심이던 한국과 대만이 동시에 탈락하면서 충격을 안겼다.

1라운드 결과를 가지고 설왕설래하는 가운데 우선 무기력했던 대표팀의 움직임이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야구관계자는 “대표팀 선수들의 정신력이나 절실함이 떨어졌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마음은 이기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몸이 따라 주지 않았다. 정규 시즌 컨디션의 80%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80%의 몸놀림
반전 카드 없었다

김태균 선수
과거 한국야구가 WBC에서 성공했던 이유 중 하나로 준비 상태를 꼽는다. 물론 프로야구 시범경기 시즌인 3월은 100% 컨디션을 만들기 어렵지만 이번 대화를 두고 막상 뚜껑을 열어봤을 때 한국대표팀은 그저 시범경기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정규시즌 구속을 보여준 투수는 많지 않았고 타자들은 빠른 공과 변화구에 타이밍을 종종 놓치고 말았다.

여기에 변변한 선수들을 채우지 못하는 등 쉽지 않은 조건들이 김 감독을 흔들었다. 기대했던 메이저리그 야수들이 한 명도 출전하지 못하자 우여곡절 끝에 오승환을 발탁했다. 하지만 잇따라 부상 선수가 발생하며 차질을 빚게 됐다.

이 같은 부담감 때문에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지 못하며 약체로 평가된 이스라엘에게마저 무릎을 꿇었다.

이와 더불어 세계 야구 트렌드를 못 쫓아간다는 평가도 나와 한국야구의 안일한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 한국이 WBC에서 성공한 이유로 일본식 야구와 미국식 야구의 조합으로 평가된다.

한국 야구는 전통적으로 일본을 모델로 성장해왔지만 프로 출범이후 미국 전훈, 외국인 선수 영입 등으로 미국 야구의 장점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같은 혁신은 오래가지 않았다. 제리 웨인스타인 이스라엘 감독은 지난 6일 한국전에서 메이저리그 트렌드인 수비 시프트 전술을 활발하게 구사하며 승리를 챙겼다.

또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활발하게 도입되는 과학적인 장비나 훈련 방법, 분석 기법에 대해 아직 KBO리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동떨어져 있다. 결국 한국식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는 시스템은 몰락을 부채질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KBO리그 자체가 경쟁력을 잃어간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대회 탈락이 안타까운 건 한국 야구팬들에게 실력에 대한 의심을 심어줘 향후 후폭풍이 예상된다.

김 감독이 유독 힘들어 했던 건 선수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어서다. 그 만큼 리그의 유능한 선수 풀이 작다는 것을 입증한다.
오승환 선수
장기화된 타고투저에
경쟁력 추락
오랫동안 KBO리그에선 유능한 투수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타고투저 환경이 조성되며 타자들의 실력도 동반 하락하는 추세다.

결국 부상을 안고 프로구단에 입단하는 열악한 아마추어 시스템과 이들을 통해 당장 성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프로야구 시스템은 한국야구의 단점을 극대화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이번 대회 결과로 김 감독이 사퇴의 뜻을 밝혔지만 후폭풍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감독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이번이 (국가대표로는) 마지막이지 않겠느냐”고 말해 은퇴 의사를 드러냈다. 그간 한국야구의 위기 때마다 솔선수범하며 도전으로 이어온 김 감독의 국민감독 시대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에 김 감독의 바통을 이어 국제대회를 준비할 새 사령탑을 찾아야 하는 과제와 함께 전임감독제 등 로드맵을 그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WBC가 3월 초에 마무리 됐지만 향후 3년간 다양한 국제대회를 앞두고 있어 넋놓고 쳐다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오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총연맹(WBSC) 프리미어 12, 2020년 도교올림픽 등 굵직한 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전임감독제를 조심스레 검토 중이다. 현재 일본의 경우 전임감독제를 도입했다. 고쿠보 히로키 일본대표팀 감독은 2013 WBC 이후 감독으로 선임 돼 2020 도쿄올림픽까지 일본 대표팀을 이끈다. 다만 전임감독제를 놓고 ‘독이 든 성배’라는 평가가 나오며 선임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을 맡으려는 젊은 감독이 있지만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당장 실패하더라도 꾸준히 기회를 주면서 감독도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우려한 바 있다.

여기에 일각에서 비싼 몸값의 선수들이 제구실을 못한다며 거품 논란에 대한 해법도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번 대표팀의 총 연봉은 206억 원(평균 연봉 7억3500만 원)에 달한다.

이는 KBO리그 2017시즌 전체 국내선수 평균 연봉 1억3883만 원에 비해 6배 정도 비싼 선수들이다. 하지만 주로 마이너리그 출신 선수들(연봉 3만 달러·약 3400만 원)로 구성된 이스라엘에도 당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더욱이 몸값을 계산하면 야구팬의 실망감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결국 KBO가 이제는 한국야구의 경쟁력 확보를 고민해야 하는 벼량 끝에 몰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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