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세와 일반인의 화촉…영화 같은 장면들

뉴시스
‘빙그레 장남·롯데 차녀·현대차 외손녀’ 행복한 가정 꾸려
 
재벌가끼리 혼사는 옛말…일반인과 결혼 더 주목 받아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왕자와 일반인의 결혼으로 주목받은 동화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재벌가와 일반인의 혼인이 주목받고 있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장남 김동환 씨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외손녀인 선아영 씨(사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차녀 신승은 씨 등이 그 주인공이다. 동환 씨는 사내연애로 시작해 결혼에 골인했고, 정 회장의 외손녀 아영 씨는 연예인 길용우 씨 아들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승은 씨도 일본의 아나운서와 혼인을 앞두고 있다.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주목받는 이유는 재벌가끼리의 결혼이 아닌 전혀 다른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과의 만남이라는 점이다. 일요서울은 결혼을 앞둔 승은 씨와 결혼에 골인한 동환 씨, 아영 씨 등 그들의 신랑, 신부에 대해 들여다봤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장남 동환 씨는 사내 동료에서 연인으로 발전했으며, 결혼까지 이어졌다.
 
빙그레에 따르면 동환 씨는 지난 1일 서울 중구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에서 4세 연하 신부와 결혼식을 올렸다. 일반인인 동환 씨의 신부는 2010년 빙그레에 입사해 식품연구소 등에서 근무하다 2015년 퇴사했다. 김 씨와 같은 부서에서 일한 적은 없지만, 업무 협의차 동료로 알게 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환 씨는 연세대 국제학부를 졸업한 뒤 언스트앤영(Ernst& Young) 한영회계법인을 거쳐 2014년 빙그레에 입사했다. 현재 구매부 차장으로 근무하며 경영 수업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그는 업무상 뛰어난 아이디어로 주목받은 바 있다. 앞서 빙그레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꼭 먹어봐야 할 식품’으로 빙그레의 대표 상품 바나나맛 우유를 꼽는 것을 보고 중국시장 진출을 결정했다.
 
빙그레는 2012년 4월 중국에 바나나맛 우유를 출시하며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낙관했다. 실제 바나나맛 우유는 중국 수출 이후 8개월 만에 84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에 빙그레는 2013년에 2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2013년 매출은 월 단위로 계산해 보면 2012년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인 140억 원에 그쳤고 2014년엔 오히려 85억 원으로 감소했다.
 
빙그레 장남 동환씨 사내연예→결혼 골인
 
200억 원의 벽을 못 넘으며 고전하던 빙그레는 2014년 말 한국에서와 똑같은 용기를 적용하면서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용기 변경 후 2015년 매출이 123억 원으로 늘었으며, 지난해도 성장 국면을 이어갔다는 평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나나맛 우유의 ‘용기’에 주목하고 중국 수출, 신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모두 동환 씨의 아이디어다. 또 그는 바나나맛 우유 용기가 빙그레의 신성장 동력이라고 판단하고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탁월한 사업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또 다른 재벌 3세도 일반인과의 혼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차녀 신승은 씨가 그 주인공이다.일본 주간지 주간문춘은 지난 3월 23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차녀 승은 씨가 일본 민영방송 TBS 아나운서 이시이 도모히로와 오는 5월 결혼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이 도쿄 시내의 데이코쿠호텔에서 피로연을 연다.
 
특히 승은 씨의 예비신랑인 이시이 도모히로는 테니스 선수부터 가수, 현재 아나운서까지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로 눈길을 끈다. 그는 테니스 선수 출신이라는 이색 경력을 가지고 있는 아나운서로 테니스 선수를 지망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프로의 길을 포기한 후 2010년 TBS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게이오대 법학부를 졸업한 후 2010년 TBS에 입사했으며 현재 아침 프로그램 ‘아사챤(あさチャン)!’의 스포츠 캐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또 친형과 함께 ‘웰 스톤 브로스’(well stone bros)라는 그룹으로 가수 활동도 하고 있다.
 
신 회장의 차녀 승은 씨는 도쿄의 한 사립대학을 졸업한 후 일본 민간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두 사람의 결혼 이야기는 지난해 가을부터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롯데 측은 개인적인 가족 일이라며 자세한 내용 공개는 꺼리고 있다.
 
선아영-길성진 학창 시절 만나 백년가약
 
마지막 주인공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외손녀인 선아영 씨다. 그는 중견 탤런트 길용우 씨의 아들 길성진 씨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학창 시절부터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로 길성진 씨는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며 선아영 씨는 쿠킹아카데미를 다니며 결혼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아영 씨는 정몽구 회장의 큰딸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대전 선병원 설립자 고(故) 선호영 박사의 차남인 선두훈 대전선병원 이사장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편 인맥연구소 리더스네트워크가 지난 3월 20일 발표한 삼성·현대·SK·LG·롯데·한화·한진·두산·효성·금호 등 10대 재벌 가문 오너 일가 혼맥 조사에 따르면 결혼한 것으로 확인된 310명의 혼맥 조사 결과 94명(30.3%)이 재벌 가문 후손과 결혼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료 46명(14.8%), 정계 14명(4.5%)을 포함할 경우 154명(49.7%)이 재계 및 관료, 정계 등 고위층 집안과 혼맥을 맺었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재벌가의 혼사가 기득권을 유지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주요한 수단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시장에서 사업 영향력을 높이고,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혼맥 만큼 좋은 방법이 없음을 나타낸다. 사업의 한 영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벌가의 ‘혼사’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결혼까지 골인한 재벌가와 일반인의 이야기의 주목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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