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없다’해도 주가 ‘출렁’ 투기성 매매 극성

뉴시스
문재인 ‘DSR제강’ 안철수 ‘써니전자’ 유승민·홍준표 ‘세우글로벌’
 
선거 결과, 기업 실적에 영향 줄 ‘가능성’ 없어…소액 투자자들만 피해
 
장기적으로 마이너스 된다고 판단하는 기업 늘어
 
정책과 상관없는 주들 ‘테마주’로 엮이는 사례 많아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조기 대선으로 인해 ‘대선테마주’가 부상하고 있다. 또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정책테마주’의 주가도 덩달아 요동치고 있다. 특히 정치 정책 테마주들은 후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에도 테마주로 분류 되는 등 이상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적극 대응에 나섰고, 대선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들은 ‘특정 후보나 정책과 관련 없다’며 양심선언에 나섰다. 하지만 해명 공시에도 등락을 오가며 대선 테마주들의 움직임은 지속되고 있다. 또 이 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사이버상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매수 유도성 게시물을 올리고 주가가 오르면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장 교란을 야기하고 있어 정보가 없는 일반투자자들이 위험성에 노출된 것. 일요서울은 ‘대선테마주’로 분류된 기업들의 주가를 통해 문제점 등을 살펴봤다.
 
각 정당은 오는 5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후보자 선출대회를 통해 최종후보를 선출했다. 조기 대선이 임박하자 ‘대선테마주’와 ‘정책테마주’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가 지난해 6월 도입한 ‘사이버 경보’를 통해 이상 징후를 통보받고 정치·정책 관련 풍문을 부인한 공시 종목은 지난달 28일까지 총 26개로 집계됐다. 해당 기업들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특정 후보나 정책과 관련이 없다고 적극적으로 부인에 나선 것. 이는 거래소가 정치테마주 기업에 직접 연락해 자율공시를 유도하고 5일 이내 사이버경보가 3회 발동되면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하는 등 단속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기간별로 보면 올해 1월 종목 1개가 정치 관련 이슈와의 관련성을 해명했고 2월엔 종목 7개, 3월엔 18종목이 동참했다. 특이점은 최근 들어 상장사들의 양심선언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사이버 경보가 의무 공시 대상이 아닌 만큼 가만히 있으면 주가를 띄울 수 있다. 그럼에도 주가 급락을 감수하며 적극 해명에 나선 이유는 정치 이슈에 휘둘리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마이너스가 된다고 판단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정책 관련성을 해명한 종목을 살펴보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로 분류된 아즈텍 WB, 신신제약, 하나머스트5호스펙, 하나머스트4호스펙, 하나머스트3호스펙, 이화공영 등 14 종목이 문 전 대표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테마주로 분류된 다믈멀티미디어, 써니전자 등 2종목이 안 전 대표와 관련성이 없다고 해명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테마주에서는 국일제지, SG충방, 자연과환경, 원풍, 엘디티, KD건설 등 6 종목이 안 지사와의 무관함을 밝혔다.
 
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테마주로 분류된 세우글로벌, 대신정보통신 등 2종목, 이재명 성남시장 테마주 오리엔트정공 1종목, 가상현실 정책 테마주 한국규빅 1종목 등이 있다. 이들 정치·정책 26개 테마주들은 해명 공시를 한 후 18곳의 주가가 하락했으며 8곳은 상승했다.
 
‘버블 붕괴’ 현실화 우려
 
문제는 사이버경보를 받은 테마주 기업들이 잇따라 해명공시를 냈지만,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체가 없는 정치 테마주는 대선 한 달 전부터 급락한다는 ‘버블 붕괴’ 우려가 제기된 데 이어 현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소액투자자들의 주의가 당부되고 있다.
 
DSR제강은 합성섬유 로프와 스테인리스 스틸을 만드는 회사다. DSR제강 대표이사이자 DSR 2대주주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경남고 동문으로 알려지며 문 전 대표 테마주로 분류됐다.
 
그러나 DSR제강은 지난 13일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2017년 3월 12일 파이낸셜뉴스 등 주요 매체에 게시된 ‘문재인 테마주’ 등의 글과 관련하여, 문재인 더불어 민주당 전 대표와 당사는 현재 사업적 관련성이 없습니다. 따라서 해당보도와 관련하여 당사의 주가와 거래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 역시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지난달 13일~16일(이하 종가기준)에 걸쳐 주가가 1만3400원까지 하락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를 앞둔 지난달 9일 전일 대비 25.09% 급등하며 1만7200원에 장을 마감한 것에 비해 큰 폭의 하락세다. 그러나 다시 회복세를 보이던 DSR제강 주가는 지난 4일 1만2350원으로 급락했다가 지난 5일 소폭 상승했다.
 
또 다른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된 우리들제약과 우리들휴브레인 주가 역시 큰 폭으로 뛰었다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지난 4일부터 큰 폭으로 하락하며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테마주도 오름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써니전자는 안철수 연구소에서 기획이사로 재직했던 송태종 부사장이 있었다는 점이 테마주 분류 이유였으며, 다믈멀티미디어는 정연홍 대표가 김홍선 전 안랩 대표와 대학원 동문이라는 소문에 테마주로 분류됐다.
 
특히 안 전 대표의 테마주로 분류된 써니전자와 다믈멀티미디어는 지난 4일 전날 대비 각각 22.69%, 21.22%씩 하락했다. 그러나 써니전자는 해명공시를 게재한 지난달 15일 5790원에서 5일 7700원으로 주가가 32.99% 뛰었다. 다믈멀티미디어 역시 5일 주가가 7840원으로 전날 대비 18.61% 상승해 하락폭을 만회했다. 써니전자는 지난달 15일, 다믈멀티미디어는 지난달 27일 “당사의 사업은 안철수 의원과 과거 및 현재 전혀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해명공시를 발표한 바 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창업주이자 최대주주로 있는 안랩의 주가는 지난 2월 28일 6만4900원에서 지난 5일 12만9900원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들 테마주들은 안 전 대표의 행보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정책테마주’ 주가 요동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정책테마주’의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후보들과 학연·지연 등으로 연결됐다고 알려진 정치인 테마주에 대한 감독이 강화돼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감시가 약한 정책 테마주로 눈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문제는 해당 정책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주들이 테마주로 엮이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고향인 충북 지역에서 케이블 TV 방송사를 운영한다는 이유로 씨씨에스가 반기문 테마 주로 분류된 바 있다. 그러나 반 전 사무총장이 지난 2월 1일 돌연 대선 불출마 선언한 이후 지난 1월 9일 24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지난 5일 740원까지 약 3배 가량 하락해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0월 신혼부부를 위한 반값 임대주택 제공 공약을 발표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부지가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사용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거 문제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젊은 층을 위한 공약 발표였다. 하지만 의류제조업체 SG세계물산이 부각됐다. 이는 SG세계물산이 서울 봉천동에 64만784㎡ 규모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어 그린벨트 해제 기대감에 주가가 일일 제한폭인 29.8%나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또 우성사료는 지난달 10일 가격제한폭인 30%까지 치솟은 5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우성사료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테마주로 불렸지만 최근 문 전 대표 캠프에 합류한 신경민 의원 처가가 오너일가로 알려지며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됐다. 이에 우성사료 측은 지난달 10일 “문재인·안철수 전 대표와 무관하다”는 해명 공시를 냈다. 우성사료 역시 지난 4일 급락했지만 5일 소폭 상승하는 등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동남권 신공항 추진 당시 밀양 공항 건설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밀양에 지사가 있는 공업용 플라스틱원료 제조회사 세우글로벌은 대선테마주로 분류됐다.
 
이에 세우글로벌은 올해 주가가 86.65%나 올랐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난 16일 “홍준표, 유승민 의원과 당사는 과거 및 현재 사업적 관련이 전혀 없다”고 공시하며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투자에 신중해야’ 주의 당부
 
17대 대선 당시 ‘대선테마주’의 주가가 급등했으나 이후 주가가 하락한 사례가 빈번했다. 한 코스닥 상장법인은 정부가 추진한 녹색성장 정책으로 전기차 테마주로 주목받았으나 실적 악화로 상장 폐지되면서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이 휴지조각이 된 바 있다.
 
이는 특정 세력이 사이버상에 풍문이나 루머를 퍼뜨려 주가를 올리고 소액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서면 파는 방식으로 ‘이상급등현상’을 악용해 부당이득을 챙기는 수법으로 개인투자자들만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됐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정치테마주 16개 종목에 투자한 투자자들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97%가 개인이었으며 이들 중 10명 중 7명이 손실을 봤다.

분석 기간 중 매매손실이 발생한 투자자 중 99%가 개인투자자였으며 계좌당 평균 손실금액은 191만 원으로 집계됐다. 100만 원 미만 투자자는 67% 손실에 그쳤으나 거래대금 5000만 원 이상 고액투자자의 손실 계좌 비율은 93%에 달했다.
 
이에 업계전문가들은 기업 경영진과 대선 후보가 서로 아는 사이라고 해도 선거 결과가 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대선테마주로 거론되는 종목들은 대부분 지연, 학연에 연관됐을 뿐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테마주는 대선 이후 거품이 사라지면 급락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