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공기질 공덕‧버티고개 역이 가장 나쁘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목에서 피나올 것 같다” “숨이 턱턱 막힌다” “미세먼지도 모자라 이제는 황사까지” “장미대선이라기 보단 미세먼지 대선” 등 최근 들어 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세먼지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6일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미세먼지 농도(PM10)는 2003년 69㎍/㎥에서 2012년 41㎍/㎥로 감소추세를 보이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감을 반복했다. 지난 2016년에는 48㎍/㎥로 전년 대비 3㎍/㎥ 증가했다. 특히 월별 오염도(2016년 기준)를 따지면 4~6, 9, 11월에 가장 높았다. 다행히 서울시는 원인을 분석하고 종합 대책을 수립했다. 문제는 서울 시민들이 지상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지난 2월 서울시가 교통카드 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6년 기준, 서울 시내 1일 지하철 이용 인구는 7999명으로 전해졌다.

지하철 역사 공기질, 실외 미세먼지 측정 지수로 따지면 ‘나쁨’에 해당
미세먼지 농도 가장 낮은 곳은 오목교역, 서울시 외부보다 높아


서울시가 최판술 서울시의원(중구‧국민의당)에게 제출한 지하철 공기질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서울메트로 1~4호선의 미세먼지(PM10‧140㎍/㎥이하) 전체 평균은 89㎍/㎥로 나타났다.

이는 전문에서 밝힌 2016년 서울시 외부 미세먼지 농도와 비교했을 때 2배가량 높은 수치다.

1~4호선 중 호선별 평균수치는 1호선이 95.6㎍/㎥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로 4호선 90.9㎍/㎥, 3호선 88.4㎍/㎥, 2호선 86.6㎍/㎥의 수치를 보였다.

역별로 비교했을 때는 2호선 시청역이 109.3㎍/㎥로 가장 높았고 그 뒤로 3호선 종로3가역 108.1㎍/㎥, 2호선 신정네거리역 101.9㎍/㎥ 순이었다.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은 곳은 2호선 을지로4가역으로 67.0㎍/㎥를 기록했다. 농도가 가장 높은 시청역의 절반가량 되는 수치다.

5~8호선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5~8호선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78.1㎍/㎥로 1~4호선에 비해서 낮았다. 하지만 서울시 외부 미세먼지와 비교하면 현저히 높은 수치다.

호선별 평균수치로는 6호선이 87.1㎍/㎥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로는 5호선 75.5㎍/㎥, 7호선 75.1㎍/㎥, 8호선 72.9㎍/㎥ 순이었다.

역별 평균수치는 6호선 공덕역, 버티고개역이 116.2㎍/㎥로 가장 높았으며 앞서 말한 2호선 시청역보다 6.9㎍/㎥ 높았다. 가장 낮은 수치는 5호선 오목교역으로 56.3㎍/㎥를 기록했다.

현재 서울 지하철 역사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시 조례상 기준치인 140㎍/㎥ 이내에서 유지된다. 실외 미세먼지 지수로 따지면 ‘나쁨(81~150㎍/㎥)’에 해당한다.
 
“목안 건조하고 쓰라린 느낌”
도시철도 사업장 근무자 호흡기 질병 발생률↑

 
기자는 지난 12일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측정됐던 신정네거리역, 공덕역, 시청역 등의 역사에 직접 방문했다.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외부 공기와 지하철 역사 공기를 비교했을 때 어느 곳이 더 나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해봤다.

승객 15명 중 11명이 “지하철 역사”라고 말했으며 3명은 “외부”라고 답했다. 1명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중 회사원 A씨는 “언론과 기상청, 날씨정보 등에서 최근 외부 미세먼지가 심각하다고 말하지만 지하철 역사와 비교했을 때 크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지하라는 특성상 환기가 잘 안 된다는 점, 사람들과 지하철이 많이 오고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외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지하철역 내 화장품 판매원 B씨는 “근무지가 지하철 역사다보니 매일 같이 드나든다. 출퇴근 시 외부에서 돌아다니는 것보다 매장 근무시간 때가 목안이 더욱 건조하고 쓰라린 느낌도 들었다”며 “재채기는 기본이고 감기라도 걸리는 날에는 기침을 끊임없이 했던 것 같다. 지하철 역사 공기가 썩 좋은 편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지하철 역사 내 나쁜 공기질은 승무원을 포함한 철도 관련 근로자들의 건강에도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최근 고용노동부, 환경부, 전국 광역시 도시철도 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국 도시철도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의 호흡기 관련 질병 산업재해 발병률은 10만 명당 91.3명으로 전체사업장 4.9명 대비 18.6배 높았다. 이는 연탄 및 석유정제품제조업(55.2명)과 시멘트 제조업(57.3명)보다 1.6배가량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세먼지보다 더 위험한 초미세먼지
아직 관리기준 없어

 
미세먼지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5 크기다. 하지만 더 위험한 미세먼지가 있다. 바로 초미세먼지다. 초미세먼지는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의 1/20크기로 폐에 깊숙이 침투해 폐의 기도 부분을 손상시켜 염증을 일으킨다. 특히 폐 포낭에 침투하고 다른 질병들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성 질환들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현재 지하철 관리 기준에는 초미세먼지가 포함돼 있지 않다. 또 지자체나 지하철 운영기관은 이를 측정하거나 제거해야할 법적인 의무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관리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 개정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해 대책 없는 초미세먼지와 지하철 공기질을 관리하고자 했으나 아직까지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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