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와 3년 재계약

 
<뉴시스>

  미국 프로농구(NBA)에 래리 브라운이라는 전설적인 감독이 있었다. 그에게 맡기기만 하면 성적이 올랐다. 심지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팀을 플레이오프까지 진출시키기도 했다. 우승은 덤이었다. ‘미다스의 손’이 따로 없었다.

  그의 이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NBA ‘최악의 팀’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던 LA 클리퍼스를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으며, 약체로 평가받고 있던 캐롤라이나, 덴버, 뉴저지, 필라델피아, 샬럿 등을 강호로 바꿔놓았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를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미대학농구(NCAA) 감독으로도 활약하며 캔자스대를 우승시켜 대학과 프로에서 우승을 맛 본 유일한 감독이 됐다. 70이 넘은 나이에 남감리대(SMU) 감독으로 활약하며 20여 년간 침체에 빠져있던 팀을 부임 2년 만에 콘퍼런스 챔피언에 올려놓고 그 유명한 NCAA 토너먼트에도 진출시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그와 비슷한 감독이 있다. 남자 프로농구(KBL) 전자랜드의 유도훈 감독(50)이 그다. 비록 브라운처럼 여러 팀을 맡은 것은 아니지만, 그는 만년 농구계의 변방에 머물러 있던 전자랜드 지휘봉을 잡은 후 올 시즌까지 총 8시즌(감독 대행 포함)동안 플레이오프 6회, 4강 3회 진출의 성적을 올렸다. 정규리그 2위에도 오르기도 했다.

  타 팀들에 비해 그렇게 화려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았음에도 유 감독은 끈끈한 조직력과 선수들의 성향을 존중하는 ‘큰 형님’같은 지도력으로 전자랜드를 다크호스 팀으로 바꿔놓는 데 성공했다.

  유 감독은 그동안 프로농구 판에서 저평가 받아왔다. 기본적인 팀 성적은 차치하고서라도 정규리그 통산 200승 이상을 기록한 몇 안 되는 감독 중 한 명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블루칩’ 감독으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이다. 서로 그를 모시기 위해 야단법석이다.

  그러나 유 감독은 타 팀들의 구애를 뿌리치고 다시 전자랜드와 계약했다. 3년이라고 한다. 솔직히 전자랜드에서 큰 그가 다른 팀으로 간다는 것은 우리의 정서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자랜드의 정성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유 감독은 앞으로 지금보다 더 재미있는 농구를 팬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유 감독이 전자랜드에 오랫동안 있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 팬들의 성원 아니겠는가. 어려울 때도 전자랜드 팬들은 유 감독을 전폭 지지하지 않았는가. 그런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포기하지 않는 농구, 깨끗한 농구, 더욱 재미있는 농구를 하는 것밖에 없다. 우승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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