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가 ‘국민주권’ 중앙선대위를 출범시켰지만 잡음이 여전하다. 당내 경선을 치르면서 불거진 비문 인사들 간 갈등이 완전히 청산되지 못한 모습이다. 김부겸 의원을 제외한 박원순 서울시장, 박영선 의원, 이종걸 의원 등 3인방의 행보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와 직결됐다는 게 민주당 내 관측이다. 문재인 선대위 참여를 두고 드러난 비문 4인방의 엇갈린 행보를 추적해 봤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2017 대선과 2018 지방선거 사이 엇갈린 행보 ‘주목’
- 김부겸 ‘선대위원장 수락했으나…’ 참모 ‘부글부글’


문재인 중앙선대위 발표를 전후로 비문 4인방의 ‘희비’가 교차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문 4인방이란 지난 민주당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경쟁했던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상대캠프에서 일한 박영선, 이종걸 의원 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4선의 충북 청주시 청원구가 지역구인 변재일 의원도 대표적인 당내 비문인사로 부상하고 있다.

박영선, ‘추미애 원톱체제’ 불만… 탈당설 ‘여진’

일단 본지 보도로 탈당설에 휩싸인 박영선 의원의 경우 문재인 공동선대위원장직 제안을 두고 침묵을 지키고 있어 거취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박 의원이 뿔난 배경으로 경선 과정에서 안희정 멘토단 단장을 맡아 ‘문재인 저격수’로 활동해 문재인 팬클럽으로부터 ‘문자폭탄’과 ‘18원 후원금’으로 인해 상처를 많이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민주당 일각에서는 그동안 쌓여던 갈등이 터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박 의원은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시절 ‘이상돈 영입 파동’, ‘세월호특별법 협상 논란’으로 문후보와 친문계열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당시 박 의원은 비대위원장직도 사임해야 했고 급기야 ‘탈당설’도 불거졌다.

하지만 박 의원의 거취 관련 핵심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와 직결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는 추미애 상임공동선대위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두 인사 간 양강 구도에 이재명 성남시장이 경기도지사와 서울시장 출마중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시장 재도전을 노리는 ‘비문’ 박 의원으로선 문 후보의 지지를 받지 않고는 민주당내에서 경선통과도 힘든 상황이다.

무엇보다 ‘추미애 원톱 선대위’ 구성으로 사실상 문 후보의 복심은 추 의원에 가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의원은 추 위원장과 지난 2011년 연말에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경선에서 맞붙어 박 의원이 후보가 됐지만 시민사회 후보로 출마한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고배의 쓴잔을 마신 바 있다. 박 의원이 거취를 두고 고심이 깊은 배경이다.

선대위 1차 회의와 문재인 후보와 경선후보 간 호프타임때 불참한 김부겸 의원은 문재인 캠프에서 역할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일단 김 의원은 박 의원과는 달리 선대위 인선에서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제안받아 수락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지난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세’의 한계를 느끼고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경북 상주·의성·군위·청송 4.12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구로 내려가 선거에 올인했다. 조기 대선 정국으로 민주당 경선이 문재인, 안희정 두 후보 간 치열한 접전 순간에도 특정 후보 경선 캠프에 참여하지 않고 재보선 지역에서 ‘벽치기 연설’을 하면서 고군분투했다.

‘4.12 대이변’을 기대했던 김 의원 입장에서 재보선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가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고 무소속 범여권 인사인 성윤환 후보가 2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위안은 바른정당 후보인 김진욱 후보를 제치고 민주당 김영태 후보가 3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선대위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측근들은 문재인 선대위에 아쉬움을 표출하고 있다.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에서 야당 깃발을 꽂고 차세대 리더로 부상한 김 의원이다. 이번 민주당 경선에 불출마 선언하면서 ‘백의종군’했다.

하지만 11인 공동선대위원장의 일원으로 ‘원오프뎀’(One of them·여럿 중 하나)으로 취급받고 있는 상황이다. 박영선 의원과 마찬가지로 김 의원 측 역시 문 선대위 구성에 있어 ‘공동’이 아닌 추 대표와 동급 수준의 ‘상임공동’선대위원장직을 기대했지만 불발된 것이다.

박원순, 이종걸 사실상 ‘투항’… 문심 잡기 나서

반면 박 의원이나 김 의원과는 달리 ‘비문’인사지만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인사가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종걸 의원이다. 박 시장의 경우에도 경선 과정에서 문 후보를 겨냥해 ‘패권주의와 사당화로는 정권교체 안 된다’고 날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정권교체 밀알이 되겠다’며 중도 사퇴한 이후 우호적인 분위기로 바뀌는 모습이다.

박 시장은 문 후보와 경선 후보 간 호프타임에는 불참했지만 불출마 선언 후 문 후보와 10일 광화문 첫 회동을 통해 ‘앙금’을 해소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 자리에서 문 후보는 박 시장의 ‘아름다운 양보’를 높게 평가했고 “다음 정부는 박 시장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 역시 “37년 넘는 기간 동안 동지였고 현재도 동지이고 앞으로도 동지”라고 화답했다.

박 시장은 불출마선언 후 서울시장 3선 도전과 ‘정치인 박원순’사이에 서 있었다. 하지만 이날 문 후보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해 민주당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차차기 대권 도전보다는 서울시장 3선 도전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박 시장은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려면 경선 통과가 1차 관문이다.

하지만 주류세력인 친문이 추 대표를 지지할 경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소한 문 후보 측으로부터 ‘서울시장 경선에서 중립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문 후보와 ‘각’을 세워 왔던 비문 이종걸 의원의 경우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적극적으로 문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재명 캠프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문 캠프와 경쟁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통합 선대위로 문 후보의 승리와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며 수락 배경을 밝혔다.

이 의원은 대표적인 비문 인사로 지역구가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로 5선 의원이다.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역임한 이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비주류 인사로 경기도지사 출마가 요원하다는 게 민주당 내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광역단체장 선거 친문대비문 대결의 장?

특히 친문인사이자 최측근으로 불리는 전해철 의원(경기안산상록갑, 재선)이 경기도지사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데다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진표 의원,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최재성 의원에 이재명 성남시장까지 당내 후보군을 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이 의원은 문재인 선대위에 적극 참여하면서 친문인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또한 이 의원은 잇따라 기자회견과 언론을 통해 ‘통합 선대위’,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해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의원은 문 후보에게 ‘통합의 리더십’을 요구하면서 친문과 비문 사이에 ‘가교 역할’을 통해 몸값을 한껏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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