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5.9 대선일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후보 간 불꽃튀는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내우외환에 빠진 후보가 있다. 바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다. 박근혜 탄핵정국 속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을 탈당해 보수개혁신당을 표방했지만 ‘뜨지 않는 지지율’로 대선후보로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후보 사퇴론’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금명간 바른정당이 유승민계와 김무성계로 나뉘어 각자도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소 20여명 이상 비유승민계 의원이 탈당해 ‘제3지대’에 머물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김무성계 ‘유승민 사퇴론’ 잔류와 제3지대 사이
- 현역 20여명 긴급 모임, “보수 통합 밀알 될 것”


‘유승민 흔들기’ 선봉장은 김무성계로 알려진 바른정당 이종구 정책위의장이 총대를 멨다. 이 의원은 지난 4월16일 “4월29일(투표 용지 인쇄시기)까지 기다려 보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후보에게 사퇴를 건의해야 한다”고 밝혀 당내 파장을 일으켰다.

비유승민계, 제3지대에서 안철수 지지 선언?

또한 이 의장은 “만약 사퇴 건의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의총을 열어 후보 사퇴를 포함한 당의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면서 “의총에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국민의 요구(보수후보 단일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민의 요구를 받드는 차원에서 당대당 통합은 아니더라도 바른정당 의원들이 안철수 후보 지지선언을 해야 한다”며 “유 후보가 사퇴하지 않고 당의 후보로 남아 있는다 해도 마찬가지”라고도 언급했다.

이 의장은 발언은 현재와 같이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도 못 미치는 3% 미만의 낮은 지지율로 대선에 나가 패할 경우 보수 분열의 책임론뿐만 아니라 보전받지 못하는 선거비용으로 당이 궤멸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깔려 있다. 대선뿐만 아니라 2018년 지방선거와 다음 총선에서 바른정당과 현역 의원들의 생존과도 직결된 사안이다.

이 의장의 ‘유승민 흔들기’ 발언은 ‘단독 플레이’가 아닌 이틀 전인 14일 20여 명의 비유승민계 의원들의 조찬 회동에서 결정된 내용이라는 점에서 향후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바른정당 33명중 20여 명은 여의도 한 호텔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유승민 후보 사퇴를 포함한 당내 진로와 의원들 거취 관련 난상토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범여권 소식에 밝은 한 인사는 지난 18일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날 20명이 긴급 회동을 갖고 유승민 후보 사퇴를 주장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보수 통합을 위해 밀알이 되겠다’는 취지로 집단 탈당하는 데 어느 정도 동의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가자는 일부 의원이 있었지만 대다수의 의원들은 탈당해 제3지대에 머물면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귀띔했다. 이 조찬 회동에 참여한 이 의장이 대표로 ‘유승민 사퇴론’을 제기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바른정당은 33명의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현역의원들을 보면 지상욱, 홍철호, 김세연, 이혜훈, 오신환, 유의동, 박인숙 의원 등 7명 정도로 소수다. ‘유승민 사람’으로 이종훈·민현주 두 인사는 전 의원이다.

대주주 김무성계는 총 15명 정도로 권성동·김성태·김학용·이진복 의원 등이 최측근 그룹으로 분류되고 강길부·이군현·여상규·이종구·정양석·홍문표·박성중·정운천·이은재 의원 등이 꼽히고 있다. 중립지대 의원으로는 하태경·이학재·정병국·주호영·김재경·김영우·박순자·황영철·홍일표·장제원·윤한홍 의원 등 11명이다.

김무성계 중립파까지 ‘유승민 흔들기’ 가세

김무성계로 알려진 홍문표 의원 역시 지난 19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내 유승민 후보 거취를 두고 고민이 많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홍 의원은 이날 “당선이 되기위해서 가능성 있는 분들은 차선책으로써 연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그것이 언제인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과거 정몽준 의원같은 경우는 노무현과 하루 전에 했지 않느냐”고 밝혀 후보단일화 가능성을 암시했다.

여기에 중립지대에 있는 장제원 바른정당 의원도 가세했다. 같은 날 장 의원 역시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무성계의 ‘유승민 흔들기’관련해 “워낙 의미 있는 지지율이 안 나오기 때문에 보수 진영 전체의 공멸, 그에 따른 바른정당의 책임론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며 “또 유 후보의 경우 당내 경선 당시 단일화 얘기를 명시적으로 하고 당선됐는데, 지금 그 단일화 부분에 있어서 유 후보가 너무 안된다는 입장”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편 김무성계뿐만 아니라 중립지대 의원까지 ‘유승민 흔들기’가 계속되자 대주주이자 선대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지금은 힘을 합쳐서 가야 할 때”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유 후보 측은 김 의원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유 후보 사퇴론 공론화 배경에 김 위원장이 배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버리지 않고 있다.

실제로 김 의원은 지난 3월16일 부산 중구 대청동에서 열린 부산시당 선대위 출범식에서 “안 될 때는 다른 길을 모색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같은 YS계로 평소 형, 동생할 정도로 친분이 깊은 국민의당 손학규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제3지대 비문연대에 긍정적인 입장이었다.한편 비유승민계의 ‘후보단일화’ 요구가 거세지면서 유승민계도 발끈하고 나섰다.

이혜훈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은 지난 18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종구 정책위의장 발언 관련 “이건 사유로 보면 제명 사유까지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당 후보를 사퇴하라고 하고 다른 당 후보를 밀어야 된다는 말만큼 해당행위가 어디 있냐”고 공격했다.

이어 이 실장은 “정상이라고 볼 수가 없다”며 “당원과 국민의 뜻을 모아서 후보로 뽑힌 사람을 가능성이 없다, 마음에 안 든다고 사퇴하라고 한다면 그건 반민주적이고 독단적인 발상이고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시대착오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후보 역시 단일화나 사퇴에 단호한 입장이다. 당내 비유승민계의 ‘후보 사퇴론’이나 홍준표 후보나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홍이든 안이든 단일화는 없다”고 못박고 있다. 유 의원 입장에서는 이를 수용할 경우 대권 도전뿐만 아니라 정치생명마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역시 김무성계의 집단 일탈을 사전에 차단하고 3% 미만의 낮은 지지율을 10%이상 반등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배신자’ 굴레와 ‘정권 교체’ 사이 갈팡질팡

또한 법정선거비용한도액인 500억에 10분의1인 50억 원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점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전국 단위의 선거를 치르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비용으로 실제 100억 원 이상 소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10% 이상 지지율을 얻기 위해선 보수의 텃밭인 TK 발 배신자 낙인도 벗어야 한다.

정통 보수를 외치지만, 대통령 탄핵과 구속을 반대했던 강경 보수층은 유 후보에게 ‘배신자’의 굴레를 씌워 놓았다. 유 후보의 딜레마는 바른정당의 딜레마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보수 정당 재편에 나섰지만, 샤이 보수층과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유권자 사이에 갈팡질팡하는 유 후보와 바른정당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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