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후보의 4월 19일 2차 TV토론 때 문재인 후보와 유승민 후보 간 질의응답 과정에서 불거진 주적 공방이 일파만파다.

당시 유승민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북한이 우리 주적입니까, 북한이 우리 주적입니까?”라고 두 차례 물었고 이에 대해 문 후보는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유 후보는 “대통령 되시기 전에 우리나라 대한민국 국방부 국방백서에 북한군은 우리 주적이다, 이렇게 나오는데…”라며 끈질기게 물어지자 문 후보는 “국방부로서는 할 일이죠. 그러나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니라고 본다”고 대답해 주적 공방의 발단이 됐다.

당장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물론 국민의당까지 나서서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되겠느냐”고 몰아세웠고, 문 후보 측은 “시대가 지난 색깔론”이라고 일축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다음날인 20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국군통수권을 쥐는 게 맞느냐”며 “문 후보가 되면 대북 정책과 관련한 모든 것을 (북한) 김정은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같은 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국방백서에 (북한은) 주적으로 명시돼 있다”며 “남북 대치 상황에서 북한은 주적”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다만 “주적이면서 동시에 평화 통일을 이뤄야 하는 상대라는 점에 우리의 고민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주적 공방의 단초를 제공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재차 가세했다. 전북도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문 후보는 북한을 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 보였다”며 “3D프린터를 ‘삼디 프린터’로 읽으면서 홍길동을 홍길동이라 부르지 못한다고 했는데, 주적을 주적이라 부르지 못하는 후보를 과연 대통령으로 뽑아서 되겠느냐”고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북 관계가 개선된 후 국방백서에서 주적 규정은 빠졌다”면서 “북한은 지금 군사적으로는 우리하고 대치하고 있고 또 위협이 되는 적이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함께 평화 통일을 해내야 할 대상”이라고 소신을 재차 밝혔다.

또한 문 후보는 “대통령으로 하여금 북한을 주적으로 공개적으로 천명토록 하는 것은 국가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는, 잘 모르는 그런 발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방부도 가세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2016년 국방백서에 보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라고 표현돼 있다”고 밝혔다. 문 대변인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주적과 같은 뜻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렇게까지 말씀을 드리진 않겠다”고 몸을 사렸다.

국방부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처음 규정했고 이는 김대중 정부까지 이어졌다. 이후 노무현 정부 들어 2004년 국방백서에서 ‘주적’ 용어를 삭제했지만 2010년 이명박 정부는 다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