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盧 640만 불 사건, “이보세요!” “그런 말할 자격없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보수의 구원투수에서 선발투수를 자청하고 있다. 10%도 안 되던 지지율이 최근 15%에 육박하면서 자신감도 넘쳐난다. 홍 후보는 “(지지율)자체 분석으로 안철수 후보를 넘었다”, “안 후보는 홍준표의 페이스메이커다”, “이젠 문재인 후보와 양강 구도로 간다”라고 공언할 정도다.
TV토론 최대의 수혜자 ‘홍준표’ 피해자는…
홍 후보의 부상은 단연 TV토론이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이렇다 할 대형 이슈가 없는 데다 ‘문재인 대세론’이 지속되면서 대선을 보는 재미가 없었던 게 보수층의 현실이었다. 하지만 홍준표 발 ‘독설’이 진가를 발휘하면서 안철수 후보로 향했던 보수의 발걸음을 주춤거리게 만들고 있다. 홍 후보가 “나는 한 사람만 때린다”고 밝힐 정도로 문 후보를 향해 전면전을 선포하면서부터다.
일단 홍 후보는 문 후보의 아킬레스건인 ‘도덕성’과 ‘노무현’을 주 타깃으로 잡았다. 도덕성 관련해서는 참여정부 시절 2번 이뤄진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특별사면’건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해서는 ‘640만불 뇌물수수’건을 TV토론 때마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성완종 특별사면 공방은 4월23일 TV토론에서 시작됐다.
문 후보는 ‘성완종 리스트’ 연루 의혹으로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를 받은 데 이어 대법원 판결을 앞둔 홍 후보에게 “성완종 회장 메모에 나와 있는 홍 후보님은 유죄냐”고 도발했다. 이에 홍 후보는 “갑자기 그런 식으로 공격한다면…”이라면서 “그렇다면 (참여정부 때) 문 후보가 왜 두 번씩이나 (성완종 회장에 대해) 사면을 해줬나. 맨입으로 해줬나. 나는 성완종을 모른다”고 역공을 취했다. 문 후보는 첫 번째 사면 때 민정수석이었고, 두 번째 사면때에는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발끈’한 문 후보는 “기가 막힌다”고 하자 “왜 기가 막히나. 또 거짓말할 것이냐”고 따졌다. 진정한 문 후보가 “그만하시죠”라고 하자 홍 후보는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하니까 그런다”면서 “지도자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지금도 (문 후보가) 얼버무리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이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가장 없는 후보가 홍 후보다. 다들 (홍 후보에 대해) 사퇴하라고 하지 않느냐. 어떤 염치, 체면으로 그런 얘기를 하느냐”면서 과거 자서전에 게재된 ‘돼지흥분제’를 이용한 친구의 성범죄 모의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끄집어냈다. 이에 ‘화난’ 홍 후보는 “45년 전의 일을 저 스스로 밝히고 국민에 용서를 구했다. 아까 사과를 하지 않았느냐. 또 그것을 물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박했다.
성 전 회장에 대한 공방은 이미 2015년 초에 여야 공방이 있었다. 당시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현 바른정당)은 “노무현 정부 시절 두 번이나 사면을 받았다는 것은 성 전 회장의 야권 로비설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노무현 정부 청와대가 주도했다는 증거가 있다”고도 했다.
두 번째 사면 MB 뜻? 이동관, “어처구니없다”반박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청와대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인사들은 첫 번째 사면이 이뤄진 것은 2005년 5월 석가탄신일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뜻이 반영됐고 두 번째 이뤄진 2007년 12월 31일 연말 사면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에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성 전 회장은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전 총재에게 16억 원의 정치자금을 줬다가 구속됐다 사면을 받았고 두 번째 사면을 받을 때에는 ‘주식회사 행담도개발’에 120억 원을 무이자로 빌려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특히 두 번째 사면 때는 법무부가 ‘성 전 회장을 연이어 사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개진했지만 사면이 이뤄진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성 전 회장은 ‘특별 사면’을 기대한 듯 2007년 11월23일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했다. 사면은 형이 확정된 인사에 한해 이뤄진다.
또한 첫 번째 사면 배경으로 JP 의중이 담겼다는 참여정부의 주장은 고향이 충남 서산인 성 전 회장이 충남 부여인 김종필 전 총재와 평소 친분이 깊다는 점을 들었다. 성 전 회장은 2003년 자민련 총재특보단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성완종이 JP를 열성으로 모셨고 JP는 그런 성완종을 아꼈다’는 소문은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성 전 회장이 첫 번째 사면을 받을 당시 JP는 2004년 총선 참패로 정계은퇴를 선언했지만 2005년에도 자민련의 실질적 ‘대주주’였다.
또한 2차 사면 당시 이명박 당선인 측 뜻이 반영됐다는 주장의 근거로 참여정부 인사들은 사면되기 하루 전인 12월30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 명단에 성 전 회장이 포함된 점을 들고 있다. 당시 성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보다는 이상득 라인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인수위에서 그런 이야기를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라며 “성완종이라는 이름도 전혀 몰랐다. 어처구니없고 황당해 할 말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홍 후보는 4월25일 대선TV토론회장에서는 박연차 회장의 640만 불 노무현 대통령 가족 뇌물 수수건을 물고 늘어졌다. 홍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에서 “노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의) 640만 달러 뇌물을 수수할 때 몰랐나”라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 후보에게 질문했다. 이에 문 후보는 “지금 노 대통령이 뇌물 받았다고 말씀하시는 거냐”며 “그 말씀은 책임지셔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홍 후보는 “(뇌물 수수는) 이미 중수부에서 발표한 거다”라며 “알았나, 몰랐나”라고 추궁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문 후보의 반박에 홍 후보는 “아니, 알았나, 몰랐나. 계좌까지 다 나왔다”며 집요하게 따졌다. 문 후보가 거듭 “몰랐다. (발언에) 책임지셔야 한다”고 받아쳤다.
그럼에도 홍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640만 달러를 가족이 받았다면 재수사를 해야 한다. 640만불 뇌물이면 환수를 해야 할 것이죠?”라고 물었다. 이에 문 후보가 “그것이 뇌물이라면 대통령 뜻에 의해 받아야 한다”며 “이보세요! 제가 그 사건에 입회했던 변호사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라고 화를 냈다.
이 말을 들은 홍 후보는 “말씀을 버릇없이 한다. 이보세요 라니”라며 “문 후보 점잖은 줄 알았는데, 두 번이나 협박을 하고 송민순도 고소하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국민 상대로 고소하고 협박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홍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가족이 받으면 뇌물 아닌가?”라고 재차 물었고, 이에 문 후보는 “제가 그때 조사에 입회하고 난 후에 언론에 브리핑을 했다. 대통령이 거기 관련되었다는 아무런 증거를 검찰이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홍 후보는 “그러면 왜 돌아가신 거냐”라고 재차 물었고, 이에 문 후보는 “기본적으로 사실 관계를 허위로 늘어놓고 질문하는 거 아니냐”라고 불쾌해 했다. 급기야 홍 후보는 “그럼 저도 고발하면 되지 않아요?”라고 말하자, 문 후보는 “돌아가신 분을 그리 욕을 보이냐”라고 설전을 보였다.
‘모래시계’ 검사 VS ‘인권변호사’ 흥미진진
‘모래시계 검사’로 알려진 홍 후보와 ‘인권변호사’로 유명한 문 후보 간 공방은 일단 홍 후보의 판정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론이 끝난 이후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의 대선지지율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문 후보는 생방송 TV토론회장에서 상대 후보에게 ‘이보세요’라고 한 발언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탄력을 받은 홍준표 캠프는 4월27일에도 640만 불 뇌물건을 재차 건드렸다. 정준길 선대위 대변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640만 불 뇌물수수 의혹사건은 이제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며 “이제 국민들이 기억해야 할 포인트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거의 완성된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대변인은 “뇌물수수 의혹 사건은 공소시효가 15년인데 발생시점이 2007년 6월경 내지 2008년 2월경이고 2022년 6월내지 2023년 2월에 공소시효가 만료된다”며 “그 이후에는 형사처벌이 불가능해 집권연장까지 하게 된다면 노 전 대통령 일가 처벌이 불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홍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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