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편 죽이는 야권·언론,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쳐…”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韓·美 간 ‘사드 배치 비용 재협상’을 둘러싼 논란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긴급 전화 대담’ 이후 걷잡을 수없이 커졌다. 대담 이후 김 실장과 맥매스터 보좌관이 전혀 결이 다른 대담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사실 미국의 ‘사드 배치 비용 재협상’ 주장은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규정을 정면으로 위배한 ‘억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당연히 ‘재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분석한다.

다만 이 같은 미국의 ‘억지’에 맞서 싸워야 할 국내의 언론과 정치권이 자중지란(自中之亂)상태인 실정은 국민들의 실소(失笑)를 자아내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침해하려는 타국에 맞서 전면에 나서야 할 이들이 오히려 같은 편(?)인 김관진 실장에게 ‘집중포화’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사드 배치에 줄곧 비관적 논조를 유지해오던 일부 언론들은 사설 등을 통해 ‘대선 전 사드 배치’를 서두르다 미국에 비용 전가의 빌미를 줬다고 원색적 비난을 내놓는가 하면 이미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근거 없는 추측까지 내놓고 있다. 심지어 민감한 안보 사안인 한·미 안보 수장 간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라고 촉구하기까지 한다. 야권은 한 술 더 떠 안보를 지키기 위한 김 실장의 방미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韓美 '사드 비용' 논란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 ‘사드 비용’ 논란, SOFA(한미협정규정) 따라야…
- “새 정부, 취임 즉시 정상회담 열고 담판 지어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비용 재협상’ 논란과 관련, 시원한 해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29일 밤(현지시간) 통화를 한 이후 내놓은 설명이 서로 달라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韓·美 안보 수장 ‘동상이몽’

김 안보 실장은 청와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정부가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와 전혀 결이 다른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미국 ‘폭스뉴스 선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한국의 카운터파트에 말한 것은 ‘어떤 재협상이 있기 전까지는 그 기존 협정은 유효하며, 우리는 우리말을 지킬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기존의 합의가 유효하다’는 것이 새로운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의 일일 뿐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원한다면 사드와 관련 새로운 합의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돼 논란이 가중됐다.

일단 우리 정부 측은 두 사람 중 하나가 진실과 거리가 먼 발언을 한다기보다 모든 대화를 공개할 수 없는 민감한 안보 사안의 성격상 일부만을 알리다 보니 이 같은 오해가 생겼을 뿐 큰 이견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맥매스터 보좌관이 지휘관에 대한 ‘충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현역 군인인 만큼,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즉각 이를 부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우리 외교 당국의 설명이다.

이처럼 한·미 간 ‘핑퐁 게임’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사드 배치 비용 분담’ 주장은 그 자체로서도 어불성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주한미군의 한국 내 지위와 유지비용, 영토 사용 등의 전반적인 근거가 되는 규정은 1953년 서명된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거해 1966년 체결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이다.

SOFA ‘미군 유지 비용은 모두 미국 부담’ 규정

이 가운데 주한미군의 유지에 수반되는 경비의 분담에 관한 원칙을 규정한 것은 제5조다. SOFA는 제5조 1항의 ‘시설과 구역-경비와 유지’ 항목에서 ‘미국 측은 협정의 유효기간 한국에 부담을 과하지 않고 미군의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2항은 ‘한국 측은 주한미군 시설과 구역, 통행권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이 조항을 근거로 1조 원에 달하는 사드 배치 비용은 미국 측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사드가 주한미군의 장비인 만큼 직접적인 유지에 따르는 비용은 예외 없이 미국 측이 부담해야 하며 사드 비용이 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SOFA 제5조에 대한 ‘특별조치’인 주한미군방위비분담협정(SMA)를 미국 측이 걸고넘어질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SMA는 주한미군 주둔에 관련된 경비의 일부를 한국이 부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드 비용 문제로 유지 경비는 미국이 부담하도록 되어 있는 SOFA와 주둔 경비를 지원하도록 하는 SMA가 법적으로 충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SMA는 제1조에서 대한민국 지원분은 ‘인건비’ ‘군수비용’ 분담, ‘대한민국이 지원하는 건설’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SOFA는 물론 SMA을 고려해도 현재의 법적 체계 안에서 사드 자체에 대한 한국 측 비용 부담을 포함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방위비 분담금 차원으로도 사드에 대한 직접적인 비용이 포함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결국 미국이 한국에 사드 배치 비용을 분담시키기 위해서는 사드 약정과 함께 그 근거인 SOFA와 SMA를 모두 바꾸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협박(?)에 못 이겨 정부가 개정할 뜻을 내비친다 할지라도 SOFA와 SMA 개정은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하기에 개정 자체가 쉽지 않다. 미국이 과도한 요구를 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언론, 미국 아닌 김관진 ‘정조준’ 왜?

그럼에도 미국 측의 ‘억지’에 맞서 싸워야 할 국내 언론과 정치권이 오히려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진 현실은 국민들이 ‘우려’를 떨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드 배치에 줄곧 비난적 논조를 유지해왔던 일부 언론들은 사설 등을 통해 미국이 아닌 김관진 실장을 정조준했다.

한 언론사는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양국이 ‘이면합의’를 한 게 아니냐는 근거 없는 주장을 내놓았다. 심지어는 지난 3월 워싱턴을 방문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면담 및 이후 다섯 차례 전화통화 협의 과정에서도 공개되지 않은 내용이 있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했다.

설상가상으로 야권은 김 실장의 안보를 지켜내기 위한 당연한 공무인 방미 자체를 비난하는 발언까지 내놓고 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안보실장이 대통령도 없는 상황에서 방미를 두 차례 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과거 김 실장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에서 대통령의 참모인 안보보좌관이 대외적인 활동을 하는 건, 우선 대통령의 직무정지라는 탄핵제도를 위반한 것이라 지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이기 때문에 국정도 정지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게 이들 발언의 골자다.

이에 당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면 우리 국가안보와 세계정세도 정지 상태가 되나”라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엄연히 국정을 돌보고 있고, 국가안보실장은 헌법에 따라 그를 보좌하여 활동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대통령이 직무정지 중이라 할지라도 그 권한을 대행하고 있는 황교안 권한대행을 보좌하고 있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은 헌법과 법률 규정에 따른 것이다”라며 “김 실장의 당연한 직무 수행을 비난하는 것은 국정운영의 반대만을 위한 반대로 비치는 게 사실이다. 국론을 분열시켜 진보-보수 프레임 대결로 굳어진 대선 정국에 우위를 점하려는 속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빚어진 근본적 원인으로 한국의 탄핵 정국과 리더십 공백을 꼽으며 언론과 정치권이 사실상 수명을 다한 현 정부를 물고 늘어질 게 아니라 이번 사안이 한국의 새 대통령이 풀어야 할 최대 국정현안임을 인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새 대통령이 취임 즉시 조기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해 사드 비용 문제를 담판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성공한 사업가 출신으로 사드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자유무역협정(FTA) 등 한미 동맹의 주요 현안을 철저히 ‘비즈니스 마인드’에 입각해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에 차기 정부는 그의 협상·흥정 스타일을 철저히 파고들어 미국과 큰 틀에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확실히 받는 전략적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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