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기업 오너 일가의 주가조작이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만 해도 수차례 오너일가의 구속 행렬이 이어졌다. 이들은 호재성 소식을 주식시장에 흘려 주가를 끌어올린 뒤 되팔아 시세 차익을 얻거나, 자금을 빌려주고 주식을 사게 하는 해 시세를 조종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다.
 
E그룹 부회장의 장남 Y씨가 지난달 28일 주가 조작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Y씨는 2014년 10월부터 2015년 2월까지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 주가를 띄워 되파는 식으로 40억여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앞서 Y씨는 자신의 사업체인 D사와 업무협약을 맺은 타이완 업체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이 중국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의 앱스토어에 탑재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당시는 Y씨가 D사 사장으로 취임해 주식을 대량 매입한 지 한 달이 지난 시기였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소식에 D사의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Y씨 회사가 타이완 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사실만 있을 뿐, 앱스토어에 탑재된다는 정보는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Y씨를 상대로 공범이나 추가로 챙긴 이득이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7월 전 P사 회장인 L씨가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L씨는 2014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코스닥 상장사 B사의 주가를 부풀려 주식을 고가에 매각, 40억 원 상당의 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L씨는 201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K씨와 홍콩계 자본이 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등 호재성 내용을 허위로 공시해 주가를 부풀렸다.
 
2014년 11월에는 K씨 등이 참여한 129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다고 잇따라 발표하자 주가가 급등했다. 이로 인해 2014년 11월 주당 2000원 내외였던 이 회사의 주가는 2015년 4월 1만5000원대까지 뛰어올랐다.
 
증자 당시 열린 임시주총에서 이 씨는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K씨는 유상증자 참여와 함께 부동산 현물출자 등으로 보타바이오의 주식을 취득해 대주주로 올라섰다.
 
B금융지주 S회장은 지난달 18일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B금융그룹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부산 중견 건설업체에 자금을 대출해주며 주식을 매입토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검찰에 B금융지주 수사를 의뢰했다.
 
S회장은 2015년 11월 25일 B그룹 계열사 대표 회의에서 거래처를 동원해 주식을 매수하라고 지시했다. 유상증자로 인해 주가가 22.9% 급락하자 이를 반등시켜 유상증자를 성공시키기 위한 대책이었다.
 
S회장의 지시를 받은 B은행 임원들과 지점장 등은 부산은행에 대출이 있는 업체들에 주식 매수를 직접 요구했다. 지점장들은 이를 거부하는 거래업체 대표를 찾아가 “인사 고과를 잘 받으려면 주식매수가 필요하다”고 사정하기도 했다.
 
B은행 임직원들은 이런 식으로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 8일까지 46곳의 거래기업에 주식매수를 부탁하거나 권유했다. 이들은 390억 원 상당의 B금융지주 주식 464만5000여주를 사들였다.
 
검찰 수사결과 B투자증권 임직원들은 유상증자 발행가액 산정 기간에 거래처 14곳의 자금 173억 원으로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면서 고가매수나 물량소진, 종가관여 주문을 제출해 주가 시세를 조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해 1월 7일 8000원이었던 B금융지주 주가는 다음날 8330원으로 올랐다.
 
건전지업체인 R전기 K회장의 차남 K상무도 주가조작을 통해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K상무는 지난 2013년 6월 로케트전기가 107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조작 발행한 뒤 주가가 치솟자 보유 주식을 팔아 66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R전기는 BW를 싱가포르의 한 농업기업에 발행해 107억 원을 받은 뒤 이 기업으로부터 곡물을 수입하는 것처럼 꾸민 다음 돈을 되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K상무의 범행을 도와 10억 원을 챙긴 브로커 H씨도 구속해 수사 중이다.
 
K상무는 R전기가 경영난에 시달리자 신사업 동력을 확보할 목적으로 지난 2013년 5월 비상장 바이오기업 S사를 적정가격보다 36억 원 가량 비싸게 인수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배임혐의도 받고 있다.
 
R전기는 2014년 경영난 악화로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 회생 계획안을 냈지만 같은 해 12월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 폐지 결정 통보를 받았다. 결국 2015년 2월 코스피시장에서 상장폐지됐다. 한편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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