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군의 북한 진입 용납 못해” 재천명

북한에 정치 공백 생기면 한·미 군사 개입 불가피
중국군은 한미 연합군의 북한 진격 막으려 들 것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달 22일 ‘북핵, 미국은 중국에 어느 정도를 기대야 하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의 대북 군사 행동에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일종의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이 매체는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에 대해 ‘외과수술식 타격’을 한다면 외교적 수단으로 억제에 나서겠지만, (중국의) 군사적 개입은 불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한다면 사실상 미국의 선제타격도 용인하겠다는 의미여서 북한 문제를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획기적으로 변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중국의 본심은 다음 문장에서 드러난다. 이 사설은 “한·미 군대가 38선을 넘어 북한을 침략하고 북한 정권을 전복하려 한다면 즉시 군사적 개입에 나서겠다”며 “무력 수단을 통한 북한 정권 전복이나 한반도 통일 시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중국이 한반도 긴장 고조 국면에서 자국의 군사적 방침을 관영 언론을 통해 이렇게 천명한 지 사흘 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의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군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커졌던 지난달 15일부터 임전 태세 다음 단계인 ‘2급 전비 태세’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또 북·중 국경 지역에 10만 명의 병력이 전개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고 전했다. 중국 동북부에 사령부를 둔 북부 전구(戰區)가 그 주체이며, 이들 부대는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주변으로 전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군이 이처럼 북·중 국경에 병력을 전개하는 것은 김정은 북한 정권의 붕괴로 대규모 난민이 유입될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요미우리는 이뿐 아니라 “북·중 국경까지 미군이 북상한다는 ‘한국전쟁 이후 첫 한반도 침공(북·중 관계 소식통)’을 상정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이처럼 대규모 병력을 전개하면서까지 한반도 급변 사태에 대비하고 나선 상황에서 미국의 국제문제 전문 격월간 잡지 ‘내셔널 인터레스트(NI)’가 최신호에서 제기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주목을 요한다. 이 잡지는 ‘아시아의 최대 악몽? 북한에서의 미·중 전쟁’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세부 내용을 확실히 알 수 없는 북한의 핵무장 상태보다는 김정은 정권의 붕괴와 그로 인한 정치적 공백이 훨씬 더 위험한 시나리오라고 전제하고, 그 이유는 지구상에서 가장 막강한 두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북한 붕괴를 신호탄으로 직접적인 군사 충돌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아시아에서 압록강까지 길게 뻗어 있는 중국 국토에서 중국·북한 간 국경은 약 1400㎞다. 중국은 이 국경을 보호하기 위해 그간 북한 핵개발을 모른 체하며 석유 지원 등 북한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을 펴왔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한미 동맹을 겨냥한 북한의 군사력 증강이 한미가 보기에 도를 넘게 되면서 북한 스스로 위협을 자초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것이 중국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에티오피아의 4분의 1이다. 

조갑제닷컴이 전재한 ‘아시아프레스’의 최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군에 입대한 첫날부터 주어지는 임무가 음식 확보다. 국가에서 주는 식량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부대에서 ‘부업지’로 불리는 밭에서 옥수수와 야채를 재배한다. 훈련 외에 경작, 수확, 탈곡 등 ‘먹기 위한 작업’이 병사들의 일상 업무이다. 또 강에서 반찬감 물고기를 잡거나 난방, 취사용 땔감과 짚을 모으는 것도 병사의 일이다. 

“한국인이나 외국인은 군사 퍼레이드만을 보고 인민군은 강한 것 같다고 말하지만, 실체는 도저히 싸울 수 있는 군대가 아니거든요.” 이는 낙하산 부대에 복무했던 탈북자의 말이다. 이런 북한에서 주민들은 잘사는 한국과 점점 잘사는 중국을 갈수록 더 의식하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에서 금방 폭동이 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정부가 붕괴하면 모종의 군사적 개입은 불가피하다고 NI는 단언한다. 북한에 권력 공백이 생기면 주변 국가들이 손 놓고 있지 않는다. 북한 정권의 무장 잔당들은 국제사회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는 데 사용하려고 핵무기 장악을 시도할 수 있다. 이런 불안정은 북한 주민 2500만 명 가운데 수많은 사람들을 피난길로 떠밀며 이들은 북으로는 중국으로, 남으로는 한국으로 몰려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지역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개입은 확실하다. 환구시보가 최신 사설에서 확인했듯이 중국은 미군이 북한 영내에 진입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거듭 천명해 왔다. 하지만 미군은 북한에 진입하기 위한 훈련을 정기적으로 한다. 그것은 병력이 충분치 않은 한국 군대만으로는 유사시 북한 내의 모든 우발 사태를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950년 가을 미군과 한국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하자 중국은 즉각 무력 개입했다. 만약 북한이 붕괴하면, 설사 미국과 중국이 사전에 안전장치로 여러 협약을 맺어 놓았다고 할지라도 두 나라 간의 군사적 대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동아시아로 병력을 투입하며 중국은 그것을 물리치려 안간힘을 쓸 것이다. 

그런 시나리오가 바로 미·중이 지난 10년 간 꾸준히 개발해오고 있는 미군의 ‘강제진입 역량’과 인민해방군의 ‘반(反)접근·지역 거부 역량’이다. 인민해방군은 동아시아의 문을 닫는 한편 북한으로 진군하려 시도할 것이다. 미군의 접근 차단을 위해 인민해방군은 ‘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DF-21D 대함 탄도미사일과 ‘괌 특급’으로 알려진 DF-26 중거리 미사일을 사용할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미국 전력이 동아시아로 접근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일본 내 미군기지를 중국이 공격하면 일본이 전쟁에 말려들게 된다. 한편 미국은 한국으로 연결되는 미군 기지들의 사슬을 유지하려 분투하는 동시에 중국군에 반격을 가하고 북한 영내 진입을 놓고 중국군과 경쟁한다. 한미 연합군은 지상을 통해 북한으로 진격하거나 북한 해안에 상륙한다. 

북한 잔존 병력의 저항이 미약한 가운데 중국 공군과 해군은 한미 연합군의 상륙을 저지하려 행동할 수 있다. 미·중 충돌의 가장 위험한 측면은 미국이 중국 본토를 공격하는 것이다. 이것이 전면전으로 비화한다면 끔직한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미·중 양국이 북한 정권 붕괴에 대비해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NI는 강조한다. 일단 붕괴가 발생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신속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그 합의는 서두를수록 좋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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