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이번 대선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여소야대 구도가 예견됐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10년 만에 집권여당이 된 민주당이지만 험로가 예견되고 있다. 180석 이상 의석수가 돼야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과반 의석도 안 되는 현재 의석수로는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담긴 개혁입법을 처리하기는 난망하다. 최소한 150석 이상을 갖춰야 초대 총리 인준도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은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 야권에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내밀고 있다. 특히 1990년 여당인 민정당 노태우 대통령이 여소야대 정국에 통일민주당 YS와 신민주공화당 JP가 손잡아 민자당을 창당한 사례를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발 신3당 연합으로 180석의 꿈을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국민의당+바른당, 중도개혁신당→민주당과 연합
- 野3당 흔들기 ‘국민의당 민주 복당 가능/불가 괴문서’ 심·유 ‘입각설’
 

현재 주요 정당의 의석수를 보면 여소야대다. 집권여당이 된 민주당 120석, 자유한국당 106석, 국민의당 40석, 바른정당 20석을 차지하고 있다. 정의당은 6석이고 새누리당 1석(조원진 의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협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야권의 협조 없이는 인사청문회뿐만 아니라 개혁 과제 추진도 난망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마자 야4당 대표를 만나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5당 원내대표를 뒤이어 방문한 배경이다.

‘여소야대’ 노태우 1990년 3당 합당 ‘정면 돌파’

민주당 입장에서 가장 원하는 정계 개편 시나리오는 한국당을 제외한 국민의당 및 바른정당과 연정을 통해 공동 정권을 만드는 것이다. 의석수를 합치면 공교롭게도 180석이다. 여기에 정의당 6석까지 더할 경우 무소불위의 의회 권력도 휘두를 수 있다. 신속 법안처리안건을 위한 기준인 180석을 상회한다는 점에서 국회선진화법 역시 장애가 되지 않게 된다.

이미 1987년 당선된 노태우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었다. 대통령 당선된 다음해에 치러진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돼 야당과 협치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여당이었던 민정당은 299석 중 125석, 야3당인 평화민주당(DJ)·통일민주당(YS)·신민주공화당(JP)의 의석은 각각 70석, 59석, 35석으로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됐다.

이에 집권 3년 차에 돌입하는 1990년 여당인 민정당은 DJ가 있는 평민당을 제외하고 민주당 및 공화당과 합당, 민자당을 창당해 여소야대 정국을 뒤집었다.

민주당에서도 2017년 신3당 연합체제를 만들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당근책으로 통합정부를 내세운 문 대통령인 만큼 정부 입각설을 흘리면서 야권의 마음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국민의당뿐만 아니라 바른정당과 정의당도 포함됐다. 이낙연 전남지사가 총리로 내정된 당일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언론과 SNS를 통해 “정의당 심상정 노동부 장관, 경제부총리 바른당 유승민”이라는 소문을 흘렸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충분히 가능한 기용”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여의도에 소문이 확산되자 유승민, 심상정 양측은 즉각 반박하는 논평을 냈다. 유 후보의 전 대변인직을 맡았던 지상욱 의원은 5월11일 “경제부총리 제의 받은 적 없다. 함께 경쟁한 대선후보에게 이런 식의 언론플레이는 예의가 없는 행태다. 제의가 오더라도 받을 가능성 제로다”고 선을 그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 역시 같은 날 논평을 통해 “갑자기 SNS상에 급속하게 우리당 심상정 대표의 노동부 장관 입각설이 떠돌았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야당이자 공당의 대표가 합리적 과정 없이 입각 명단에 오르내리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은 일이다.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린다”고 반박 성명을 냈다.

20석을 유지하고 있는 바른정당의 경우 유 후보가 2%대에서 6%대를 받아 이번 대선에서 선전했다는 자평이지만 앞날은 밝지 않다. 유 의원의 경우 이미 13명의 현역의원이 대선 과정에서 탈당해 한국당으로 입당한 상황이다.

여기에 유 의원이 문재인 정부에 입각할 경우 김무성계의 추가 탈당도 예고된다. 원내교섭단체를 유지하며 향후 정국에서 캐스팅보트 역할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달가울 리 없는 제안이다. ‘당근책이 아니라 분열책’이라고 바른정당이 흥분하는 배경이다.

국민의당 2~3석, 바른당 1석, 정의당 1석 당근책?

정의당 역시 마찬가지다. 두자릿수 득표라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심상정 대표가 진보 정당 사상 최고 득표에 성공했다. 비록 의석수는 6석이지만 정의당도 집권여당인 민주당에 ‘개혁입법’관련 동반자로서 입지는 확보했다는 자평이다.

하지만 공당의 대표이자 대선 경쟁자였던 심 대표가 문재인 정부에 입각을 수용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오히려 여권에서는 심 대표보다 참여정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 요직을 맡았던 천호선 전 정의당 대표의 입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바른당과 정의당이 연정제의를 거부하면서 여권 발 정계개편의 한 축인 안철수 전 의원이 있는 국민의당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선된 이후 국민의당은 뿌리가 같다고 대통합의 파트너로 상정했다.

하지만 집권여당측은 문 대통령의 발언과는 달리 당근책보다 압박 전략을 먼저 구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송영길 문재인 선대위 전 총괄본부장은 대선에서 패배한 안철수 전 의원을 향해 “정계은퇴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참패했다는 점, 의원직을 사퇴한 점, 무엇보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을 겨냥한 공격이다.

하지만 속내는 야권 통합이나 야권 단일화에 부정적인 안 전 의원만 없다면 국민의당과 통합이 수월할 것이라는 판단이 발언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대선 참패 이후 국민의당은 당의 진로를 두고 내홍에 빠진 상황이다. 이미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 연대론과 범보수통합론이 충돌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민의당 흔들기’도 본격화되고 있다. ‘유승민 심상정 입각설’이 나도는 날 국민의당 관련 ‘국민의당 붕괴 시 민주당으로 복당 가능/불가 인원’이라는 SNS 발 괴문서가 나돌았다.

이 문서에는 국민의당 소속 37명 전현직 정치인들의 실명이 담겨 있다. 민주당 복당이 ‘유력’으로 분류된 인사로 김경진·김관영 의원과 부좌현·정호준 전 의원이 지목됐다. 또한 ‘2순위’로는 윤영일·이찬열·장병완·정인화 의원이 복당 가능한 의원으로 분류됐다.

반면 ‘보류’는 총 9명으로 현역 의원은 김성식·손금주·이용주·정동영·천정배,  전직 의원으로 권노갑, 김옥두, 정대철 등의 실명이 담겨 있다. 장진영 전 대변인도 포함됐다.

반면 민주당 복당 ‘절대 불가’ 인사가 19명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차지하고 있다. 현역 의원으로는 권은희, 김동철, 박주선, 박준영, 박지원, 유성엽, 이언주, 조배숙, 주승용, 최명길, 황주홍 등이 포함됐다. 김영환, 김한길, 문병호, 손학규, 신학용, 임내현, 최원식 전직 의원과 함께 강연재 강동을 지역위원장도 포함돼 있다. ‘절대 불가’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반문’내지 ‘친안’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비례 대표 13명은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사퇴해야 된다는 점 때문인지 명단에 없었다.

‘실체 없는’ 명단이 여의도에 나돌자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누가 봐도 국민의당 흔들기 위해 문재인 캠프에서 작업한 흔적이 보인다”며 “겉으로는 통합 파트너라고 말하면서 뒤에서는 의원을 빼가려는 구태 정치의 전형”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국민의당을 와해시키기 위한 민주당의 분열책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압박전략’이 본격화되자 국민의당에서는 민주당과 통합이나 연대보다는 바른정당과 합당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민주당의 압박 전략에 대한 반격인 셈이다. 포문은 주승용 국민의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열었다.

국민의당 흔들기에 주승용, “바른정당과 통합” 반격

주 권한대행은 5월12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합당이) 빨리 이뤄져서 8월 말 전에 통합 전당대회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한다면 국회 내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안철수 전 대표도 공감을 하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양당의 합당이 영호남 지역 간 통합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60석 중도개혁신당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한 인사는 “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 중도 보수로 자리매김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당은 보수당, 신당은 중도개혁신당으로 3당체제로 가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에서도 양당 합당에 부정적이지 않다. 3당 합당이 여의치 않다면 단계별 연합도 한 방안이라는 반응이다. 1990년식 3당 합당이 어렵다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 후 2차로 여당인 민주당과 연합해 여대야소 정국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신3당 연합의 명분은 개헌 연대가 될 공산이 높고 시기적으로 내년 6월 지방선거 전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 내에선 바른정당과 합당에 대해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반대하는 당내 세력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자칫 국민의당이 민주당 복당파와 바른정당 통합파로 나뉘어 더 큰 내홍에 빠질 수도 있다.

한편 보수 대통합차원에서 한국당과 바른정당 합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당은 대선 과정에서 바른정당을 탈당해 복당신청을 한 13명을 최종 승인하면서 명실상부한 야권의 원내 1당인 106석이 됐다. 또한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안 전 대표에 맞서 2위를 하면서 ‘당을 복원하는 데 만족한다’고 자평했다.

영남 지역 득표율 1위, ‘60대 이상’지지 우세가 나타나 향후 정국에서 집권여당과 경쟁할 세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전통 보수 대 개혁 보수로 나뉘어 경쟁한 바른정당과 보수 주도권 대결에서 승리도 전리품이다. 이에 ‘휴식차’ 해외로 나간 홍 전 지사의 경우 ‘당권 도전설’까지 나오면서 정계 복귀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바른정당과 합당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대선을 거치면서 양 진영이 감정의 골이 깊어진데다 홍 전 지사 역시 바른정당과 합당에 대해선 “영양가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바른정당 역시 마찬가지다. 대선과정에서 바른당 유승민 후보를 버리고 탈당한 13명의 의원이 있는 한국당과의 합당이나 복당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바른정당의 한 관계자는 “바른정당은 정의당처럼 강하고 단단한 이념정당이 될 것”이라며 ‘한국당과의 합당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역시 5월1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국당은 당원 300만에 국회의원 106명이나 있는 거대 야당이니까 숫자적으로 거기가 큰집처럼 보이지만 그 보수로는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보수 지지자들 이외에 합리적인 중도 국민에게 지지를 얻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당과의 ‘보수 적통’ 경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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