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조사 4국에 덜미 잡혔나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뉴시스>
3년마다 세무조사…오너 리스크 상승
박지만, 이상득 등 회장 인맥 때문?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이웅렬 코오롱 회장이 최근 검찰에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당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재계가 들썩인다. 이 회장이 지난해 4월 국세청으로부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은 직후 감감무소식이다가 갑자기 검찰에 고발당했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이번 이 회장의 검찰 고발 내막과 지난해 계속된 세무조사 관련 의혹을 돌아봤다.

 
지난 19일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이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는 소식이 다수의 언론을 통해 재계에 퍼졌다. 코오롱 측은 이 회장 고발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있었던 대대적인 세무조사의 결과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코오롱그룹은 지난해 4월 대대적인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심층 세무조사가 실시됐다. 특히 경기도 과천이 본사인 코오롱그룹에 중부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이 투입돼 화제가 됐다.
 
조사 4국은 국세청 중수부라 할 정도로 대기업 관련 굵직한 특별 세무조사 사건들만 맡아왔기 때문이다. 당시 조사 4국 요원들은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물론 이 회장 자택·집무실의 세무·회계 자료도 모두 수거해 조사했다고 전해졌다.
 
이 세무조사는 당초 같은 해 6월 말까지로 예정됐었다. 하지만 조사는 3개월 연장되며 9월까지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됐다.
 
통상 조세범칙조사는 조세범 처벌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한 조사로 검찰 고발을 전제로 한다. 이는 일반 세무조사와 달리 피조사기관의 명백한 세금 탈루 혐의가 드러났을 경우 실시하는 세무조사다. 따라서 피조사기관은 이중장부, 서류의 위조 ·변조, 허위계약 등 기타 부정한 방법들로 조세를 포탈했다고 볼 수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세무조사 한 달이 지난 후 지난해 10월 국세청으로부터 법인세 등 탈루세액 총 743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해당 금액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자본의 3.78%에 해당한다.
 
오너일가 비자금 조성 의혹
 
상당한 추징금에 코오롱그룹도 꽤 당황한 눈치였다. 코오롱그룹은 우선 올해 초 추징금은 납부하되 그룹 내 검토 후 부당한 부분이 발견될 시 불복 조치 이의 신청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이 회장의 검찰 고발은 지난해 코오롱 세무조사가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됐을 때부터 예견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검찰 고발이 6개월 동안 미뤄졌던 이유는 이 회장의 비자금 조성 등 몇 가지 추가 혐의를 확실하게 하기 위함이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세무조사를 통해 코오롱그룹 계열사의 코오롱아우토(구 네오뷰코오롱)가 오너 일가의 비자금 창구로 지목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코오롱아우토는 지난 2001년 그룹에 편입돼 2015년까지 유기발광다이어드 사업에 주력했다. 14년간 유산증자 등으로 매년 300억 원의 그룹의 지원을 받았지만 흑자를 내진 못했다.
 
이후 유기발광다이어드 사업을 접은 코오롱아우토는 2015년엔 경험이 전무함에도 코오롱그룹이 얻은 아우디코리아 공식 딜러 사업권을 받았다.
 
또 이 과정에서 코오롱아우토는 총 3차례에 걸쳐 650억 원 가량의 유상증자를 그룹으로부터 받았다. 코오롱아우토를 향한 코오롱그룹의 도를 넘는 지원은 오너 일가의 비자금 창구 의혹을 무성하게 했다.
 
상속세 포탈 가능성도 제기돼
 
이 회장 검찰 고발 배경이 정권 교체에 맞춘 전 정권의 사정(司正)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와 절친한 친구사이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은 코오롱글로벌 전신인 코오롱상사의 사장 출신이다.
 
이에 이 회장은 앞선 지난 두 정권 때마다 비자금 조성, 금품 살포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검찰 조사는 피해갔다는 것이다. 2013년 진행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서도 코오롱그룹은 300억 원대 추징금을 납부하며 조세포탈 혐의 의혹이 불거졌지만 검찰 조사는 받지 않았다.
 
이밖에 코오롱그룹이 미국 종합 과학 회사 듀폰과 소송을 마무리하면서 부담하게 된 벌금 약 4000억 원을 회계 상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고발됐을 가능성도 시사됐다.
 
또 고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지분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가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5년 2월 이 명예회장이 가지고 있던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지분이 이 회장과 그의 형제들에게 상속된 바 있다. 이로 인해 이 회장과 형제들은 당시 종가 기준 약 300억 원 상당의 지분을 대거 확보할 수 있었다.
 
한편 이 회장의 검찰 고발로 코오롱그룹의 매출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로 코오롱그룹의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284억 원으로 전년 동기(371억 원)보다 23.5% 하락했다.
 
코오롱그룹은 이 회장의 검찰 고발과 세무조사 관련 건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지는 수차례 코오롱그룹의 답변을 듣고자 했으나 담당자가 없다는 등 이유로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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