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프로그램, 소비 패턴이 낳은 새로운 결혼 문화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싱글, 육아, 신혼, 졸혼 등은 최근 안방극장을 책임졌던 예능 프로그램들의 핵심 주제들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1인 가구 520만(2015년 기준) 시대에 발맞춘 ‘싱글라이프 방송’을 보며 함께하는 즐거움을 얻었고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남녀들은 ‘육아 방송’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꼈다. 또 ‘신혼생활을 연출한 방송’은 이미 결혼을 한 부부들에게 과거의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졸혼(결혼을 졸업한다)한 사람을 담은 방송’은 두 번째 인생을 계획하는 중년 부부들에게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트렌드는 다양한 문제를 동반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이 대한민국의 신 결혼풍속도를 조명해 봤다.

‘조혼’, 지구촌 문제로 떠올라···전 세계 여성 청소년 사망 원인 ‘1위’
일부 20‧30대, 자신의 행복 위해 ‘이성과의 만남’ 피한다?


국제연합(UN)이 정한 평생연령기준은 미성년자 0~17세, 청년 18~65세, 중년 66~79세, 노년 80~99세, 장수노인 100세 이후다. 하지만 한국의 연령 기준은 UN과 다르다. 연령층에 대해 정부 부처마다 나이 기준이 다르고 명확히 정할 수는 없지만 통상적으로 청년은 15세 이상, 중장년은 40세 이상, 노년은 65세 이상 등으로 정의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조혼율
OECD국 중 3위

 
과거에는 조혼이 많았다. 조혼은 결혼 적령기를 넘어서 하는 만혼과 대비되는 현상으로 일찍 결혼해 대를 잇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과거 풍습이었다.

조혼은 특히 여성들의 삶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었다. 193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한 일간신문의 독자 상담 코너에서 익명의 사연들이 빗발친 바 있다.

남편이 돌연 이혼을 요구하거나 시댁의 구박을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다는 내용이 많았다. 상담을 청하는 독자들은 대부분 결혼 6~10년 차의 가정주부였으며 그들의 평균 나이는 약 20세 였다.

1894년 갑오개혁 당시 법적으로 남자는 20세 이상, 여자는 16세 이상이어야 혼인을 허락한다고 규정해 조혼을 금지했지만 사회적으로는 당연시 여겨지는 풍습이었다.

조혼은 현대 지구촌에서도 큰 문제로 떠오른다. 전 세계 여성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임신 합병증’ 때문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WHO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전 세계 10~19세 아동‧청소년의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 15~19세 여성 청소년 10만 명 중 10.1명은 임신과 난산으로 인한 출혈이나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유엔보고서에서는 매년 개발도상국에서 14세 이하 소녀 200만 명이 출산을 경험하고 7만여 명이 임신‧출산 과정에서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니세프의 ‘조혼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 세계 여성 7억 명 이상이 18세 이하의 나이에 신부가 된다.

조혼 문화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10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0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조혼율이 9.3건에서 2009년 6.2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서는 2009년 기준 한국 인구 1000명 당 조혼율이 7.13건으로 34개 회원국 중 3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OECD 평균 조혼율이 5건인 경우와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미혼율 증가
욜로라이프족 한몫?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라는 말을 방증하듯 우리나라 모든 연령층에서 미혼 인구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결혼 적령기인 30대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 2016년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집계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5세 이상 인구의 혼인상태는 미혼이 1337만6000명으로 31.3%를 차지했다. 지난 2010년에 비해 20~29세 4.5%, 30~39세 7.1%, 40~49세 5.7%가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경제적 소비 트렌드가 변화함에 따라 미혼인구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인 ‘욜로(YOLO)’라이프족의 등장이 한몫을 한 것으로 관측됐다.

욜로라이프족은 미래나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노후준비보다는 취미생활, 자기계발 등에 돈을 쓰는 것이다. 저축으로 목돈을 모아 집을 마련하는 것이 아닌 여행 등의 큰 소비에 치중하는 형태다.

한 결혼정보업체는 최근 20‧30대 미혼남녀 401명을 대상으로 한 ‘욜로 라이프’의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혼남녀 전체 응답자 중 31.1%가 자신의 행복을 위한 욜로 라이프를 위해 ‘이성과의 만남을 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이들이 생각하는 욜로 라이프의 이미지로는 ‘자유롭게 여행하며 즐기는 삶’이 37.4%로 1위였으며 ‘자기계발(취미생활)에 적극 투자’ 24.4%,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소비’ 17.7%, ‘야근 없이 퇴근 가능한 근무환경’ 12.7% 등을 떠올렸다.

아울러 미혼남녀 30.4%는 현재의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경제적인 여유’라고 선택했다. 이어 ‘여가시간’ 22.7%, ‘긍정적인 마음’ 12.2%, ‘목표설정’ 9.5% 순이었다.

하지만 이런 욜로 라이프의 등장과 더불어 미혼 인구의 증가 추이는 저출산‧인구 고령화의 문제로 이어져 전문가들은 큰 문제로 지적한다.
 
졸혼의 등장
거세지는 찬반 논란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라는 뜻으로 결혼의 의무에서 벗어나지만 부부 관계는 유지한다는 점에서 이혼, 별거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이는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새로운 결혼 풍속이며 한국에서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졸혼의 특성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정조의무에 관한 것이다. 부정행위를 하지 않고 성실의무를 다하는 것이 혼인의 기본적인 목적이나 졸혼을 통해 성적인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둘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졸혼 자체가 정조의무가 면해질 수 있는 것이냐의 여부는 정해질 수 없으나 상호간의 합의에 따른다면 가능하다.

민법에서도 재판상 이혼 사유의 하나로 부정행위를 규정(민법 제840조)하면서도 다른 일방이 사전동의나 사후용서를 한 때 또는 이를 안 날로부터 6개월, 그 사유가 있는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이혼 청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전동의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이혼을 하기로 합의하고 별거를 하고 있는 상태라면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대해 사전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사후용서는 부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다.

하지만 여론에서 미화되고 있는 졸혼에 대한 찬반 논란도 거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오랫동안 유지해온 의무감 섞인 결혼의 틀을 해방 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이다” “여태 모든 감정이 쌓여 있었으니 서로 편하게 따로 사는 것도 좋은 것이라 생각 된다” 등의 찬성 의견과 “이혼이 답인 것 같다. 불륜 대신 로맨스인가” “졸혼을 결심했다면 신중하게 이야기해서 이혼을 해야지 법적인 부부는 유지한다? 이것은 서로간의 관계를 무너뜨리는 행동 같다”는 반대 의견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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