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경기 불황 ‘명분’일 뿐 오너 이익 염두에 둔 전략?

“군산조선소의 일 현대미포조선으로 수주 유도”
 
“현대미포조선에서 군산조선소 수주 소화 못해”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4일 증권거래소에 군산조선소 영업 중단을 공시했다. 선박 건조물량 미확보에 따른 결정이며 오는 7월 1일부터 일시 가동 중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전북도와 군산시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박재만 전라북도의회 의원은 폐업 예정인 군산조선소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상속과 경영권 세습 목적의 전략적 결정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어 김성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단장에게 지난 2일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등 직접 행동에 나섰다. 주장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재벌개혁’을 앞세운 문 정부에 미운털은 물론 집단소송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요서울은 박재만 의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군산조선소를 둘러싼 소문들의 실체를 살펴봤다.
 
현대중공업이 일감 부족 등의 이유로 오는 7월 군산조선소를 잠정 가동 중단한다고 지난달 4일 공시했다. 군산조선소는 이달 말까지 정리 작업을 거친 뒤 오는 7월 1일부터 가동 중단에 돌입할 예정이다. ‘완전한’ 폐쇄가 아닌 ‘잠정’ 중단으로 수주물량이 확보되면 재가동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폐쇄 후 재가동 시 경제적 측면의 타격 ▲수주잔량의 지속적 감소 ▲군산조선소의 직영인력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 전환배치 작업 등 재가동의 가능성은 예측할 수 없는 실정이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가동중단 일자가 다가오자 군산시와 전라북도 단체들은 문재인 정부에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가동중단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전라북도 도의회 소속 일부 의원들은 지난 5월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군산조선소가 폐쇄되면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군산조선소를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군산시 역시 시민 5000여 명과 함께 인간띠잇기 행사를 열고 군산조선소 주변을 에워싸는 운동을 펼쳤다. 또 군산조선소 폐쇄 반대 서명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군산조선소 가동중단 문제에 문 정부가 대처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군산시와 전라북도 관계기관들이 당시 후보였던 문 대통령에게 “조선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군산조선소에 최소물량을 배정해 버티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군산조선소의 가동을 중단하는 것과 유지하는 것의 차이가 크다며 침체된 조선산업을 회생시킬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또 자본금 4~5조 원 규모의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고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의 공공선박 발주를 확대해 군산조선사 일감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군산조선소에만 일감을 줄 경우 경쟁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해 반발에 대한 대책마련이 우선과제다. 또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건조해 유조선부문에 특화돼 있는 군산조선소가 공공선박 수주에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 등에 따라 공약 이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영권 승계 수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중단을 막기 위해 전북도와 군산시가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번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의혹의 시발점은 지난 2월 27일에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 이후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제기됐다. 이어 박재만 전라북도의회 의원이 공식화하며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박 의원은 지난 2일 김성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단장에게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앞서 박재만 의원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현대중공업에서 수주 가능한 일을 앞으로도 2년 이상 일감이 풍부한 현대미포조선으로 수주를 유도한다는 제보가 들어온다고 주장했다. 조선 경기 불황은 군산조선소 폐쇄의 ‘명분’일 뿐, 실제로는 오너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취지에서다. 그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현대미포조선이나 현대삼호중공업은 구조조정이 없었다. 현대중공업만 있다. 의혹의 원인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10일 임시주총을 통해 4개의 기업(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현대일렉트릭) 분할을 결정한 뒤 재상장했다. 현대중공업의 분할상장에 대해 재계에서는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일가가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의 지분을 추가 취득해 그룹 장악력을 끌어올린 뒤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에게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 것. 현재 현대미포조선 최대주주는 현대삼호중공업이며, 현대삼호중공업의 최대주주는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다.
 
박 의원은 “경제민주화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런 정황을 살펴보면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는 수순이라는 의혹이 든다”고 관측했다. 정권 교체가 예상되던 시점에 최대주주의 자회사 의결권 강화 조치가 포함된 ‘경제민주화법’의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 대응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유지만 한다면…”
 
박 의원은 군산조선소 폐쇄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군산 시민들과 함께 집단소송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대중공업이 군산에 자리 잡을 당시 군산시와 전북도에서 200억 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정규직은 거의 안 뽑고 거의 비정규직만 뽑았다. 그런 행태가 오만하고 기분이 나쁘다”며 “폐쇄를 이어가면 군산 시민들을 가지고 논 거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의원은 “일은 줄이더라도 공장은 닫지 말아 달라는 요청이다. 유지를 하겠다는 입장만 밝히면 공익감사를 청구한 것도 취소 할 의향이 있다”며 “감사 결과는 문 정부에서 속도를 낼 전망이다. 빨리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전망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측에 해당 의혹에 대해 문의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현대미포조선에서 군산조선소 수주물량을 소화할 수 없다”고 짧게 답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