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씨, “다 몰라…엄마가 시켜서 했을 뿐” 떠넘기기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정유라 씨가 2015년 7월 독일로 출국한 이후 약 23개월 만에 본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최순실 씨가 ‘국정 농단’에 중심에 있다면, 정 씨는 ‘학사 농단’에 중심에 있다. 그는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교육부의 감사 결과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또 자신의 SNS를 통해 올린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정유라 씨는 온갖 특혜를 누린 인물로 꼽힌다. 국내 대기업 총수, 총장, 고위직 공무원 등이 그 뒤를 봐준 혐의로 모두 구속됐음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정 씨는 어머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만큼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핵심 인물로서 입국과 동시에 그의 입에서 언급될 말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유라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윤회 씨와 최순실 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1996년 10월 30일 생으로 경복초등학교, 선화예술중학교, 청담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청담고등학교가 정 씨에 대해 졸업취소와 퇴학 처분을 통지했다. 또 고교 1~3학년 출결과 교과 성적을 정정하고 교과 우수상 수상 기록 등도 무효화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입학했던 이화여자대학교 역시 부정 입시와 학사 비리 혐의로 입학이 취소됐다. 이에 정 씨는 최종학력이 중졸이 됐다.

정 씨는 어린 나이에 결혼과 출산을 겪었다. 남편은 신주평 씨로 정유라는 2015년 6월 아들을 출산한 이후 12월 12일에 신주평과 결혼을 하고 함께 독일로 출국했다. 이후 2016년 4월 10일 성격차이 등으로 두 사람은 결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정유라의 남편 신 씨에 대해 직업과 병역특혜 논란이 일었다. 이에 신 씨는 2016년 12월 직접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신주평 씨는 정유라 씨를 고등학교 3학년 때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났고, 이후 2014년 12월경 얼떨결에 아이를 가지게 돼 동거를 시작했다고 했다. 신 씨의 부모님과 최순실, 최순득, 장시호 씨가 만나 아기를 지우자는 얘기가 나오자 신 씨와 정 씨는 자신의 힘으로 아이를 키우겠다는 다짐서를 쓴 끝에 결혼을 승낙 받고 독일로 함께 떠났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신 씨는 “잦은 다툼으로 실망이 커져 결별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핸드폰 판매원, 나이트클럽 호객꾼 이야기에 대해 “나이트클럽에 가본 적도 없으며 통신업체에서 잠깐 일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기술직 현장에서 일하면서 지낸다고 했다. 공익근무요원 특혜의혹에 대해서는 입영통지서를 보이며 조만간 군 입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씨는 정유라의 아버지인 정윤회 씨는 잘 알지 못하며 최순실 씨는 강남 건물주 정도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정 씨와의 결별에 최 씨의 영향이 있었으며 최 씨 가족에게 당한 불이익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영화 방불케 한 송환

국정 농단 사건의 중심에 있으며,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핵심 인물인 정유라 씨가 한국 송환 거부 끝에 돌연 한국행을 결정했다. 앞서 정 씨는 한국 특검으로부터 이화여대 부정 입학 및 학사 특혜 의혹, 승마 지원 등을 빌미로 한 삼성전자의 제삼자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지난 1월 11일 덴마크 올보르에서 체포됐다.

그러나 그는 지난 3월 덴마크 검찰의 한국 송환 결정에 불복해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에 송환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월 정 씨의 한국 송환을 재차 선고한 올보르 지방법원에 또 다시 반발한 정 씨는 곧바로 고등법원에 항소해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24일 항소심을 철회하고 한국 송환을 받아들였다.

한국 송환을 거부하던 정유라 씨가 지난달 31일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지난 1월 1일 덴마크에서 체포된 뒤 150일 만이며, 지난 2015년 7월 독일로 출국한 뒤 약 23개월 만에 한국 땅을 밟게 된 것이다.

정 씨의 국내 송환 과정은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정 씨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전 덴마크 올보르를 떠나 코펜하겐 공항에 도착했다. 코펜하겐 공항에서 송환을 위해 한국에서 파견된 검찰 관계자는 중간 경유지인 암스테르담으로 이륙 직전 정 씨의 신병을 인계받았다. 암스테르담으로 떠날 때도 정 씨는 활주로 차량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가장 먼저 탑승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중간 경유지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 도착했고, 한국으로 오는 KAL기에서는 검찰관계자 5명에게 둘러싸인 채 비행기 맨 뒷자리 이코노미석에 앉았다.

검찰은 정 씨가 범죄 혐의로 체포된 상태라는 이유로 취재진의 접근은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탓에 승객들이 정 씨의 모습을 스마트폰에 담으려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사진 촬영을 하지 말아 달라는 기내방송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등의 모습이 연출됐다.

기내에서 입국 심사를 받은 정 씨는 승객이 모두 빠져나간 뒤 손목에 수갑을 찬 채 탑승교를 걸어 나왔다. 이어 수많은 취재진과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유라 씨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귀국을 결심한 것에 대해 “아기가 거기서(덴마크) 너무 혼자 오래 있다 보니 오해도 풀고 빨리 해결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부정 입시와 학사 비리 혐의와 관련된 입학취소 결정에 대해서는 “저는 학교를 안 갔기 때문에 입학취소는 당연히 인정한다”고 수긍했다. 또 그는 “저는 제 전공이 뭔지도 사실 잘 모르고 저는 한 번도 대학교에 가고 싶어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입학 면접장에 국가대표 단복을 입고 갔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정 씨는 “제가 그때 당시 임신 중이어서 (국가대표) 단복이 안 맞아서 마지막 식사 때 이후로 한 번도 입은 적이 없다”고 말했으며 금메달을 면접장에 가지고 간 것에 대해서는 다른 대학 입시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논란을 일으켰던 SNS 글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앞서 정씨는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라면서 “돈도 실력이야. 불만이면 종목을 갈아타야지. 남의 욕하기 바쁘니 다른 거 한들 성공 하겠니”라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이에 “네, 제가 그거는 욱하는 마음, 어린 마음에 썼던 것 같은데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의혹들의 실마리

지난 1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정유라 씨의 체포영장에는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총 세 가지 혐의명이 기재됐다. 이 체포영장은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법원에서 발부받아 수사 종료 후 검찰에 넘긴 것이다.

정 씨의 체포영장에 적시된 이화여대 부정 입학과 학사 관리 특혜에 따른 대학 업무 방해 혐의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시점이 이대 체육특기자 전형 원서접수 마감 이후였지만, 해당 수상실적을 면접평가에 반영하는 등 특혜가 확인된 데에 따른 것이다.

또 2012~2014년 서울 청담고 재학 시절 대한승마협회에서 발급받은 허위 봉사활동 확인서 등으로 청담고 학사 업무를 방해했다는 정황 등이 있다. 정 씨가 이러한 입시·학사 등 특혜를 받는 과정에서 관여·개입한 정도에 따라 처벌 수위가 정해질 전망이다. 또 검찰은 삼성이 줬다는 승마 훈련 지원비 78억 원은 뇌물로 판단하고 있다. 정유라 씨는 삼성이 제공한 승마 훈련 지원비 78억 원의 유일한 수혜자다.

검찰이 주목하는 것은 이 돈과 삼성전자 경영권 승계와의 관련성을 정 씨가 알고 있었는지 여부다. 78억 원을 뇌물로 본 특검과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를 구속 기소한 상태로, 정 씨 역시 공범으로 입건될 수 있지만 쟁점은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 여부 입증이다. 정 씨는 이미 공항에서부터 모르쇠로 일관했다. 정 씨가 돈 세탁 등을 통해 해외로 재산을 빼돌렸는지 여부도 수사 대상이다.

현재 독일 검찰이 최 씨 모녀의 돈세탁 의혹 사건을 조사 중인 가운데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 씨의 해외 은닉 재산도 추적할 예정이다. 검찰 특수본은 이를 위해 독일 현지에 설립된 최 씨 모녀 명의의 페이퍼 컴퍼니 등도 조사할 예정이지만 독일 측의 협조가 관건이다. 정 씨의 도피자금 출처는 은닉 재산 수사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 씨를 상대로 강도 높은 출처 규명이 예정돼있다.

검찰은 최순실 씨가 삼성의 승마 연수 지원 정황이 드러나자 노출된 명마 ‘비타나V’를 ‘블라디미르’로 바꿔치기하는 ‘말 세탁’ 등을 통해 은폐하려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에 특검팀은 최 씨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게 뇌물수수 혐의 외에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까지 더해 재판에 넘겼다. 정 씨 역시 우회·은폐 지원하는 데 일조했다는 의심하고 있어 수사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뇌물수수, 알선수뢰와 같은 특정 유형 범행에 연루된 범죄수익을 정상적인 재산으로 둔갑시키는 행위를 추가로 처벌하도록 마련된 특별법이다. 범죄수익을 은닉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일 “정 씨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정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청담고 재학 때 허위 출석을 인정받거나 봉사활동 실적을 조작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이대 입시·학사 비리(업무방해)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 등이다. 검찰은 정 씨가 이화여대 입시학사비리와 관련한 부정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걸 충분히 인식했기 때문에 최순실 씨와 ‘공범’임을 입증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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