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한경오(한겨례·경향·오마이뉴스) 공격에 청문위원 문자폭탄
- ‘묻지마 대통령 지원’… 촛불 정신과 민주주의 왜곡 우려


“2016년 겨울 촛불시위를 주도한 ‘미디어 시민들’은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다. 헌법에 정해진 바대로 체제를 정상화하기를 모든 권력기관에게 명령하기 위해 나왔다. 비폭력과 장내 정돈은 그들이 자기 규율을 가질 수 있는 주권자임을 증명했고, 그러지 못했던 방탕한 권력기관들에 대한 경고가 되었다.”

지난해 겨울과 올해 봄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근본부터 다시 쓰는 성찰의 시간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고 파면됐다. 두 달 만에 치러진 ‘압축대선’도 아주 낯선 풍경이다. 이렇게 해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꾼 힘은 지난 겨울 광화문 광장을 메운 ‘미디어 시민들’에게 나왔다. 최근 출간된 <미디어 시민의 탄생>(한윤형 저, 시대정신연구소)에서는 촛불시위의 성격을 잘 규정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헌법과 체제의 정상화다.

文주주의가 아니면 모두 잘못됐다?

촛불시위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이끈 주역은 20∼40세대다. 정권 교체를 목표로 똘똘 뭉친 20∼40세대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문 대통령이 아니면 정권교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 당선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대선이 끝난 지금도 20∼40세대의 일부가 여전히 ‘포스트 대선’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이겠지만 이른바 친(親)문 네티즌으로 불리는 이들의 화두는 문(文)주주의의 실현인 것처럼 보인다.

일부 친문 네티즌들에게 문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무조건 잘못된 것으로 비치는 것 같아 보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무장한 일부 친문 네티즌들은 문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돌격대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첫 방아쇠는 진보 언론인 한경오(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오마이뉴스)를 향해 당겨졌다. 5월 10일 취임한 문대통령은 통합인사와 파격적인 소통행보가 주목을 받아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일부 친문 네티즌들은 한경오의 ‘문대통령 부부에 대한 불경한 태도’를 정조준했다. 일부 친문 네티즌들이 문제를 삼은 것은 한경오의 문 대통령 표지 사진, 취재기자의 표현, 대통령 부인에 대한 ‘여사’, ‘씨’ 호칭 논란 등이다.

일부 친문 네티즌들은 문 대통령을 보호해야 할 진보 언론이 앞장서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보언론이 문 대통령에게 각을 세우고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 오히려 진보 언론은 과거 문대통령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발 벗고 나섰던 적이 더 많다. 그들이 문제 삼고 있는 것도 해당 언론사의 기조나 방향과는 관계없는 사소하거나 지엽적인 문제들이었다.

일부 친문 네티즌들은 온라인 댓글 공격에 그치지 않고 과감하게 ‘오프라인’ 공격에 나섰다. 해당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담당기자와 언쟁을 벌이거나 욕설을 퍼붓곤 했다. 구독자가 아닌 독자들은 구독을 중단하겠다는 협박을 일삼았고 실제 구독자는 구독 중단을 통보했다.

청문위원 ‘문자폭탄’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두 번째 방아쇠는 국회 인사청문회 야당위원들에게 당겨졌다. 먼저 이낙연 국무총리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이 무차별 투하됐다. 일부 친문 네티즌들이 보낸 것으로 짐작되는 욕설 및 항의성 문자 메시지가 1인당 하루 수백, 수천 건씩 쏟아졌다. 자유한국당은 악의적인 사례를 수집하여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끈했다.

국민의당도 지난달 31일 ‘문자피해대책 태스크포스(TF)’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소통 TF’를 설치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족에 대한 협박 등 표현의 자유라는 경계를 넘어선 문자피해 상황이 극심해진 만큼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 제기에 대한 문자폭탄도 쏟아지고 있다. 김 후보자, 강 후보자는 언론검증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문대통령의 5대 비리 인사 배제 원칙(병역 면탈,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위장 전입) 논란이 다수 불거졌기 때문이다.

한경오에 대한 공격과 국회 야당 인사청문위원에 대한 문자폭탄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위협이다. 나아가 문대통령과 새 정부를 출범시킨 촛불정신을 훼손하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는 과정이 곧 목표다.

다소 비효율적이고 시끄럽다고 하더라도 과정을 생략할 수 없다. 이러한 민주주의 원칙은 문대통령과 새 정부에서 더욱 중시되어야 할 가치다.

일부 친문 네티즌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으로 문 대통령과 새 정부의 성공을 원하는가. 촛불정신이 긍정적인 역사로 기록되고 또 실현되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이제라도 ‘포스트 대선’을 그만두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권하고 싶다.

그런 다음 진보 언론과 야당의 건강한 비판을 옹호하라. 민주주의에 대한 권리와 책임은 일부 친문 네티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 무게는 오로지 모든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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