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화폐 대체 vs 투기조장, 찬반 엇갈려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온라인 거래수단의 하나인 가상화폐가 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암호화폐(Crypto Currency) 또는 디지털화폐(Digital Currency) 등으로도 불리는 가상화폐가 보안성과 편의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기존의 실물화폐를 대체할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가까운 미래에 통화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면서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격이 올 초 거래 가격에 비해 네 배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가격이 급격하게 폭등하다 다시 급락하는 등 널뛰기를 하고 있어 투기를 조장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Bitcoin), 이더리움(Ethereum), 라이트코인(Lightcoin), 대시(Dash)···.

흡사 게임 속에서나 나올법한 낯선 이름들이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 거래수단의 일종인 ‘가상화폐’의 이름들이다. 가상화폐란 돈의 가치 기능을 전자정보로 전환, 정보통신망을 통해 거래되는 전자화폐를 통칭한다.

이러한 가상화폐 가운데 가장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는 것이 바로 비트코인. 최근 전 세계를 뒤흔든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 해커들이 문제해결의 대가로 요구하면서 더욱 이목을 끌었던 비트코인은, 암호화된 코드형태로 존재해 실물 가치는 전혀 없는 명목화폐로 채굴 방식을 통해 시스템 내에서 생성되는 형태의 메커니즘을 가진 전자화폐다.

지난 2009년 가상화폐 가운데 가장 먼저 등장한 비트코인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무제한 양적완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는 대안화폐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후 지급결제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기존 지급결제시스템을 보완하는 역할로 지금까지 입지를 조금씩 다지는 중이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 범위가 매우 넓다는 점. 현재 전 세계 수많은 상품 판매자들이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과 미국의 온라인 음식 주문 사이트 푸들러를 비롯, 다양한 곳에서 비트코인으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최근에는 캐나다에서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꿔 인출할 수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가 등장, 오프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신용기반 시스템에의 저항
 
특히 비트코인은, 장기적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신용기반 금융시스템의 단점을 극복하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신용을 창출함으로써 기존 금융시스템을 뒤엎는, 신 개념의 금융시스템이라는 데 그 가치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를 획기적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신용본위의 현 금융시스템에 대한 반란인 셈이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미래에 기존의 화폐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에 반해 구조상 화폐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없다는 한계도 제기되고 있는 것.

금융권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단시간 내 결제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는 점을 눈여겨보면서도 아직까지는 화폐로서의 주요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고 일침을 놓는다. 특히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에서는 가상화폐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난 2013년 독일이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합법적 결제수단으로 인정한 데 이어 일본에서도 지난 4월 1일 결제수단으로 인정하면서 우리나라의 분위기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이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유는 바로 그 가치가 폭등하고 있기 때문. 올해 초 1000달러(한화 100만 원)에 미치지 못했던 ‘1비트’(BTH, 비트코인 화폐단위)가 지난 5월 1일,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인 ‘빗썸’에서 163만5000원에 거래됐다. 이후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격히 상승해 지난 5월 25일 거래가 489만9000원을 기록하며 최정점을 찍었다. 25일 만에 세 배가량 올랐고 올 초와 비교하면 무려 네 배 이상 폭등한 것.
 
투기성 상품, 가상화폐 공론화 필요
 
하지만 이튿날인 26일을 기점으로 급락해 4일 뒤인 5월 30일 324만 원선까지 떨어지면서 크게 요동쳤다.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르내리면서 이더리움, 대시 등 다른 가상화폐 가격도 가격 변동이 크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지점을 주목한다. 즉, 가상화폐의 가격 변동폭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투기성’ 금융상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더욱이 현 시점에서 관련 제도가 미비해 자칫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사이버 금본위제에 불과하다거나 가치 저장이 불가한 투기대상이라는 시각도 있고 디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기존 화폐와 달리 금융기관에 의해 유통 및 관리되지 않고 교환자 간 직접 거래로 유통되다 보니 비트코인은 자금세탁 등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는 점. 또 시장 자체가 커지면서 온라인 해킹 공격에 악용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 사용자의 컴퓨터에 잠입해 내부문서 등을 암호화한 후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는 해킹인 랜섬웨어 공격을 펼친 해커들이 피해자들에게 금품을 요구하면서, 신용카드나 기존화폐보다 추적이 어려운 비트코인으로 받은 것이 대표적 악용사례이기도 하다.

이처럼 부작용도 많지만 어쨌든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향후 ‘현금 없는 사회’에서 미래의 화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도 새로운 금융시스템에 대한 준비와 가상화폐 도입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디지털화폐 TF회의’를 갖는 등 가상화폐 제도화를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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