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어느 정부이건 우리나라 기업의 99%를 차지하며 인구의 88%가 종사하고 있는 중소기업 정책을 강조해왔지만, 354만 중소기업 문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87년 민주화 이후 5년 단임 대통령들은 짧은 임기 내에 성과를 내야했기 때문에 상당수가 대기업 우선 정책을 실시했고 중소기업 정책은 뒷전으로 밀린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평지를 달릴 때와 언덕길을 오를 때 자동차의 주행 모드는 달라져야 하듯이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 해법 또한 코페르니쿠스적인 대전환을 할 때가 됐다.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와 청년실업, 저출산과 고령화 등 한국경제가 당면한 문제가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기울어진 운동장, 재벌 공화국과 같은 분노에 기반을 둔 ‘반(反)기업 정서’는 사회적 비용을 더 증폭시킬 수 있어 위험하다. ‘불평등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다행히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인 “소득 주도 성장도 경제의 난제를 푸는 데 중요한 채널이지만 궁극적인 접근은 ‘혁신성장’”이라고 주장한 소신을 주목한다.

국가발전은 혁신적인 국가경영전략과 실천방안이 준비되어야 한다. 한국경제를 부흥(復興)시키기 위해서는 지난 60년 동안 쌓인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창업기업·중소기업·벤처기업·중견기업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한국은 세계인이 경탄할 정도로 고도 경제성장과 산업화에 성공했다. 여기에는 대기업 주도 수출 의존형 성장전략이 큰 몫을 담당했다. 그러나 어제의 성공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뉴노멀(new-normal)’과 4차 산업혁명시대의 높은 파고(波高)가 한국경제를 시험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매출액이 2012년 이후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반면, 대기업 매출액은 2010부터 최근으로 올수록 확연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일자리 증가에 중소기업이 92.2%를 기여할 때 대기업은 7.8%만 기여했다. 이제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시너지를 내며 성장하는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대기업은 악(惡)이고 중소기업은 선(善)이라는 이분법은 곤란하다. 두 경제 주체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갑과 을’ 관계를 ‘상생의 생태계’로 바꿔 강자와 약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시장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법조·언론·관계·학계의 암묵적 담합을 깨기 위한 사회개혁이 필요하다. 나아가 재벌권력과 암묵적 담합 하에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는 강성노조 권력도 타파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 5일 18부, 5처, 17청, 4실의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로 승격이다. 중기부는 중기·벤처·소상공인 보호와 육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게 되며, 일자리 창출 핵심부서가 된다. 중기부에는 중소기업청 본래 업무에 산업부의 산업지원, 미래부의 창업지원, 금융위원회의 기술보증기금관리 기능이 이관된다. 하지만 중소기업청이 기존에 맡던 중견기업 정책 기능이 산업부로 이관되어 아쉬움이 있다.

다만 중소기업 수출지원 기능과 소상공인 업무 및 조직 강화 등은 야당과 국회 논의과정에서 충분히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청(廳)을 부(部)로 만든다고 해서 중소기업이 제대로 육성되리라 기대해선 안 된다. 중기부의 성패는 몸집과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들이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선도 기술’ 확보와 ‘기술창업의 글로벌화’에 달려있다 하겠다.

중기부의 과제는 중소·벤처기업들이 혁신역량 강화를 통해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강소기업, 히든 챔피언으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일이다. 미래 전망이 높은 기술과 사업에 투자가 이뤄지고, 성공한 벤처기업은 인수·합병(M&A)과 상장을 통해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성장단계별 체계적 지원책이 필요하다. 또한 청년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창업기업) 분야도 지원을 강화하고, 실패를 경험한 기업인의 재도전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패자부활’ 지원책도 강구되어야 한다.

영세 기업에 특혜가 많을수록 영세 기업으로 남으려고 하는 ‘피터팬 증후군’ 경향이 있다. 때문에 골목상권보호, 중소기업특례제도 등으로 인해 자영업이나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나눠주기식 과(過) 보호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선 안 된다. 자영업 비중이 영국은 5%, 일본은 11%, 우리나라는 30%다. 자영업과 중소기업 비중을 점차적으로 줄여나가는 것도 시급한 국가적 과제이다.
벤처는 중소기업과 함께 국가경쟁력의 원천이자 질 좋은 일자리의 보고이다. 미국은 신규 일자리의 3분의 2가 벤처 몫이고, 중국에서도 하루 1만5000개 꼴로 창업이 이뤄진다. 중기부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세계적인 혁신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성장 사다리’ 정책을 펴야 한다.

새로 출범하는 중기부는 중소기업인들이 도전정신과 자부심을 가지고 다시 뛸 수 있도록 기를 살려줘야 한다. 중소기업이 한국경제를 끌고가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가 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정책은 공존과 상생으로 질적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중기부의 성공 여부가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다. 중기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가는 핵심부서가 되길 기대한다.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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