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시민 폭행하고 성매매 연이어 적발되고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경찰의 기강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일주일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3명의 경찰들이 잇따라 성매매로 적발돼 물의를 빚고 있다. 또 서울 일선서에서는 음주 후 귀가 중이던 경찰 간부가 택시 기사와 시비가 붙어 폭행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경찰관들이 무고한 시민을 보이스피싱 범인으로 오인해 폭행한 사건 때문에 서울경찰청장이 고개를 숙인 지 일주일도 안 돼 벌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청은 문재인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 공약을 추진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경찰 역사상 엄중한 시기이고 경찰에 이목이 쏠린 상황인 만큼 수사경찰 내부기강 확립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했다.

경찰청은 지난달 31일 일선 경찰서에 ‘내부 기강 확립’을 강조했지만, 바로 다음 날 서울경찰청 소속의 A(37)경사가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한 혐의로 적발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성매매알선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로 서울경찰청 5기동단 소속 A(37)경사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경사는 지난 1일 서울 신촌의 한 모텔에서 미성년자인 K(18)양과 만나 성관계를 가진 뒤 헤어지는 길에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일주일 새 성매매 경찰관 3명 적발
 
경찰 조사에서 K양은 “15만원을 받고 성관계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경사는 미성년자 성매매 사실을 대부분 시인했다. 오후 10시쯤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A경사는 상황을 비관해 강동구 광진교에서 한강으로 투신했으나 구조됐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경사는 경찰청 본청 경비를 담당하는 부대에서 의경들을 관리·감독하는 직책을 맡고 있었다. 이날은 평일인 목요일이었는데, A경사는 ‘외출’ 신청을 하고 부대를 벗어나 성매매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A경사는 또 경찰 조사에서 본인이 성매매를 한 것은 맞지만 상대방이 나이를 속여 미성년자인 줄은 몰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앞서 비슷한 일이 또 있었다. 해당 사건이 벌어지기 불과 사흘 전인 지난달 29일에도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B경위가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17세 여고생에게 20만 원을 주고 성관계를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B경위는 심지어 근무 시간에 사무실을 벗어나 성매매를 한 것으로 밝혀져 더욱 충격을 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경찰청 기동단 소속 C일경도 지난달 31일 서울 동작구 한 오피스텔에서 7만 원을 주고 유사성행위를 하다 적발됐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경찰이 그간의 공권력 집행 과정을 검증하고 개혁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에 난감한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지난 2일 새벽엔 강동경찰서 강력팀 소속 D경위가 택시기사와 폭행 시비에 휘말렸다. 경기 하남경찰서에 따르면 D경위는 택시기사에게 “왜 길을 돌아가느냐”고 말다툼을 벌이다 먼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신고 내용은 택시기사의 ‘납치ㆍ감금’이었다.

이날 오전 1시 30분쯤 음주 후 택시를 타고 귀가 중이던 D경위는 택시기사 E씨가 주소지를 잘못 알아듣고 본인의 집과 멀리 떨어진 경기도 하남시까지 이동하자, 하차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기사와 시비가 붙었다. E씨는 D경위가 자신의 뺨을 때리고 택시의 사이드미러를 발로 차 파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D경위는 “택시기사가 먼저 시비를 걸고 차에서 못 내리게 했다”며 “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남경찰서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이들을 임의동행한 뒤 1차 조사를 했으나 양 측의 주장이 너무 달라 우선 귀가 조치시켰다”며 “추가 조사 및 양측 합의 여부 등을 고려해 입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사과문 올려
 
또한 성동서 소속 경찰관들이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오인해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서울지방경찰청은 성동서 형사과장과 강력계장 등 6명을 대기발령하는 등 후속조치를 진행 중이다.

성동서는 지난달 27일 오후 10시40분께 서울 지하철 3호선 옥수역에서 시민 F씨를 보이스피싱 전달책으로 잘못 알고 체포하다가 상해를 입혔다.

당시 경찰은 딸을 붙잡고 있다면서 현금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은 보이스피싱 피해자와 함께 옥수역 인근에 출동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F씨를 수상하게 여겨 불러 세웠으나 F씨가 도망치려 하자 제압에 들어갔다. F씨는 다가오는 경찰관들이 장기매매범인 줄 알고 강하게 저항했다. F씨는 경찰에 제압당하면서 얼굴과 팔 등에 찰과상을 입었다.

조사결과 F씨는 주변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으며 피해자와 통화 내역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처음에는 단순 제압하려 했으나 F씨가 강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며 “형사들이 소속도 밝혔는데 F씨가 이어폰을 끼고 있어 듣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에 F씨가 올려 전파된 사진의 원본을 보면 F씨는 얼굴이 엉망진창이 되고 눈에 실핏줄이 터지는 등 심한 부상을 입었다.

F씨는 검거에 저항한 데 대해 “주먹으로 눈과 얼굴을 때리는 사람을 누가 경찰이라고 생각하나”라며 “순간 장기매매범이라는 생각이 들어 도망치려고 발버둥을 쳤다”고 말했다.

F씨는 경찰이 다짜고짜 얼굴을 때리고 목을 조르는 등의 폭행을 했으며 경찰서에서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오인으로 인한 체포였음이 밝혀졌음에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씨는 “당시 경찰이 범인을 잡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입장 차이 아니냐”라며 경찰이 자신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범인이 아님을 알고도 경찰 측의 입장만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이 도리어 ‘운동을 했느냐. 경찰 3명이서도 못 잡겠다’고 말하며 제 얼굴은 만신창이가 됐는데 동료 경찰들 다친 곳 없는지를 걱정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윤승영 성동경찰서장은 29일 오전 2시쯤 서울지방경찰청 공식 SNS(소셜네트워크)에 사과문을 올리고 피해자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정훈 서울경찰청장도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반시민을 폭행한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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