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저격수’에서 ‘야당의 타깃’으로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가량 된 현재 국회는 청문회로 인해 시끌벅적하다. 아직도 1기 내각 인선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청문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주요 공직 후보자들에게 줄줄이 의혹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특히 김상조 후보자는 부인의 영어회화 전담강사 재채용 특혜 의혹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측에서 검찰에 고발하는 등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난항이 지속되고 있다. 과연 논란의 중심이 된 김상조 후보자는 누구이며 공정거래위원장의 후보로 적합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을까.

참여연대서 다양한 활동 주목···대표적 재벌개혁론자이자 경제학자
자유한국당, 부인 의혹 관련해 검찰 고발 조치···3야당 ‘부적격’ 판단


김상조 한성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인물이다.

김 후보자의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설은 제19대 대통령이 선출되고 난 뒤에 떠돈 이야기가 아니다.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지난 3월 김 후보자가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자의 선대위 기구였던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경제분과 부위원장으로 영입되면서 문 후보자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시 대선 이후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또 그는 이른바 ‘제이노믹스(문재인 이니셜‧이코노믹스 합성용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공약과 정책 중 ‘경제민주화 정책과 재벌개혁 방향 설계’의 밑그림을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그가 대선 이후 단순한 ‘자문자’로서 남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컸던 것이다.

지난 5월 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재계의 검찰로 칭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원장(장관급)으로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빠르게 증식했다.

마침내 지난달 17일 조윤옥 청와대 인사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김상조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됐다”며 사실화했다.
 
경제학자이자
시민운동가

 
김상조 후보자는 1962년 경북 구미에서 출생했으며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으로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 단장, 경제개혁연대 소장 등을 역임했다.

김 후보자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재벌 개혁 연구에 유능한 경제학자였지만 여론의 관심을 받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 입성한 이후 존재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참여연대가 만들어진 1994년 비공식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이후 이들이 1999년 만든 재벌개혁감시단의 단장을 맡으며 ‘재벌 개혁가’ 또는 ‘재벌 저격수’로 통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6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같은 해 참여연대에서 경제개혁센터가 독립해 경제개혁연대로 탈바꿈 한 후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 운동을 이끈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로 자리 잡았다.
 
재벌 개혁 강성
어디로 갔나?

 
김상조 후보자는 과거 외환위기 이후 소액주주 운동을 이끌면서 재벌의 편법‧불법 상속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재벌 개혁 공약에서 “4대(주요기업) 재벌개혁에 집중하겠다”며 대상 범위를 좁힌 것도 김 후보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는 강성 이미지로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내정 초기 재벌 개혁에 대해서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공정거래법을 강화하기보다는 기존의 법을 공정하고 일관되게 집행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4대 재벌 기업 중심의 개혁에 대해서는 강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그의 내정 소식 발표 후 다음날인 지난달 18일 그는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김 후보자는 “재벌 해체 안 하겠다는 말은 그동안 쭉 말씀 드린 대로다. 새로운 법을 만들어 4대 그룹만 때려잡겠다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재벌개혁의 목표는 경제력 집중 억제와 지배구조 개선이다. 기존처럼 자산 5조 원 이상 기업에 대해 같은 규제를 적용하면 상위 그룹에는 실효성이 없고, 하위그룹에는 너무 엄격한 문제가 생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30대 그룹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성장한 범 4대 그룹과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하위 그룹을 분리해 개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자신에 대한 재계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재벌 개혁에 대한 두 트랙 구상을 제시한 것이다.

다만 김 후보자는 새로운 법을 만들어서 규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엄격한 법 집행을 위해 대기업 전담 조직 부활도 언급이 됐다. 그동안 그가 대기업을 전담해 감시할 조직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해온 만큼 조사국이 부활되는 것이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1996년 출범한 조사국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의 부당 내부거래를 적발했다. 50명에 달하는 조사인력을 투입해 네 차례에 걸쳐 당시 5대 그룹인 현대·삼성·대우·LG·SK를 집중 조사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조사국 신설에 대해서는 “앞으로 조사국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겠다”며 “공정위의 전문적인 경제분석 능력을 키우고 조사 기능까지 포함하는, 경제 분석 및 조사를 위한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구체적으로 기존의 기업집단과를 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야 신경전 치열
 
재벌 시스템의 개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적임자이자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로 칭송받던 그가 논란이 대상이 된 것은 위장전입, 토익점수 미달인 부인의 고교 강사 채용 특혜 등의 각종 의혹들을 받은 것이다.

또 여야가 지난 2일 그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초반부터 자료제출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의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 자료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여당은 “자료는 충분히 제출됐다”며 질의응답에 집중하자고 촉구했다.

김 후보자는 각종 의혹에 대해 전면 해명하며 ‘철통방어’ 양상을 띠었지만 자유한국당은 그가 의혹의 화수분이라며 인사청문회에서 몇 가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또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제3야당은 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이라며 입장을 같이 해왔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8일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놓고 그의 부인의 불법 학교 취업 의혹에 대한 감사청구와 검찰 고발을 요구하고 나섰다.

실제로 한국당은 이날 오후 김 후보자의 부인의 학교 불법 취업과 관련된 학교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의당도 그의 대해 한국당이 요구하는 감사 청구와 검찰 고발을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하는 조건으로 보고서 채택에 협조하는 ‘조건부 협조’ 입장을 밝혔다. 또 민주당이 합의하지 않을 경우 채택 거부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당의 김 후보자 청문 보고서 조건부 채택 제안에 대해 ‘협상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며 반발했다.

다만 민주당은 야당에 대한 설득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임명동의안 표결이 필요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제외한 후보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임명을 강행할 수 있으나 여소야대 정국에서 향후 다양한 현안 처리가 불가능해진다는 이유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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