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경제단체가 일제히 입단속에 나선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역풍’을 우려해 최대한 이견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경제단체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예전과 달리 부정적으로 기울면서 쉽사리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경제 단체의 ‘맏형’격인 전경련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해체 여론에 직면한 바 있다. 이어 4대 그룹 등 주요 회원사가 줄줄이 탈퇴하면서 심각한 재정난에 빠졌다. 새 정부의 제1 국정과제인 컨트롤타워 ‘일자리위원회’에서도 제외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최근 전경련을 대신해 재계 전면에 나선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긴장감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새 정부의 비정규직 해결 움직임에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냈다가 청와대와 여당의 경고를 받았다. 발간 예정이던 ‘비정규직 논란의 오해와 진실’ 책자 발간도 우선 보류했다.
 
이런 경제단체의 움직임은 지난 노무현 정부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참여정부 때만 해도 재계는 입맛에 맞지 않은 정책은 논평 등을 통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지금은 사실상 꼬리를 감췄다.
 
현재 그나마 분위기가 나은 곳은 대한상공회의소다. 대한상의는 지난 8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의 첫 만남 뿐 아니라, 정부의 재계 공식 파트너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이달 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도 전경련이 아닌 대한상의가 주도적으로 나서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는 대선 전부터 당시 문재인 후보의 초청강연을 진행하는 등 관계 설정에 공을 들였다. 문 대통령도 “대한상의가 건설적인 경제협력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단체들도 위상과 역할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고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진보·시민단체는 정부의 정책·인재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요직에 진입한 시민단체 출신들이 새 정부에서 대접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까지 발표된 청와대와 국정자문위원회 인사 74명 중 38%인 28명이 시민단체 출신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시민단체의 국정 참여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민운동가 특유의 융통성이 국정에 활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과, 감시자에서 동반자로의 이동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란 상반된 입장이 나오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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