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요소 정확하게 파악하고 섬세하게 접근해야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인사 임명 난항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아직까지 순항하고 있다. 집권 초반의 높은 지지율도 건재하다. 정의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은 인사 청문회에서 적극적으로 정권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지지율 하락은 뚜렷하지 않다.

사실 인사 청문회 제도에 대한 야당의 기대와 달리 인사 문제로 정권 지지율이 쉬이 꺾이지는 않는다. 각기 ‘고소영 내각’, ‘인사 참사’라 비판받았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실질적 위기는 그 부분이 아니라 먹거리 문제나 연말정산 등에서 왔다. 설령 문제가 된 인사들이 날아가더라도 그걸로 정권 지지율이 크게 꺾이진 않았다.  

특히 국민의당의 경우 호남 지역에서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매우 높은 상황이 당혹스럽다. 바른정당 역시 수도권에서라도 존재감을 보여야 하는데 녹록치가 않다. 믿는 것은 총선이 아직 한참 남았다는 것이지만(2020년), 지방선거는 코앞(2018년)이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어쩌면 대통령보다 야당 의원들이 먼저 레임덕을 겪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집권 후 6주가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볼 때, 문재인 정부에게도 위험 요소가 없지 않다. 한미관계, 부동산 문제, 그리고 고용정책이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흔들린다면 현재의 지지율은 유지되기 어렵다. 만일 세 가지 문제 모두가 조기에 삐걱대기 시작한다면 지방선거 결과도 장밋빛이 아닐 수 있다.

트럼프에 ‘각’세우다
정권 휘청할 수도


눈앞에 닥친 한미정상회담부터가 문제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풍부한 UN 경험을 쌓았기에 그 자리에 적임자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한미동맹에 관한 전문가라고 볼 수는 없다. 외교부장관이 그렇다면 다른 인사에서 보충되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미약하다. 정권 초 미국 특사로 갔던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은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고사하면서 한발 물러섰다.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없애고 신설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김기정 연세대 교수로 내정됐으나 중도 사퇴했다. 홍석현과 함께 특보로 임명되었던 문정인 교수의 경우 미국에서 진행된 세미나에서 “사드가 해결되지 않아 깨진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과 논의를 통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 등의 발언을 하여 청와대의 만류를 받았다. 큰 경기를 앞두고 라인업이 구성되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양상이다.

한국에서 외무부는 국정원, 검찰, 국방부 등과 마찬가지로 외부에 대해 배타적이고 독자성이 강한 집단이다. 이런 집단은 정권 초 업무 파악 시기에 정권을 길들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현재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는 매우 독특한 개인이다.

일단 상대를 내리누르려고 하는 협상을 체화한 부동산 재벌 출신의 정객을 맞았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관료들이 충분히 협조하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 장점이 있지만 순발력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다. 돌발변수가 터지고 이를 계기로 보수언론이 한미동맹 훼손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면 적어도 안보문제를 우려하는 보수층 상당수는 정권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

부동산, 참여정부의
악몽 재현?


부동산 가격 상승 정황 역시 문제다. 부동산 문제는 전 세계적 경기변동과 자금흐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권 차원에서 통제가 어려운 미묘한 문제다. 참여정부는 임기 말 수도권 부동산 폭등을 억제하지 못하여 민심 이반을 겪었다. 정부가 계속해서 규제대책을 발표하면서 빚내서 집 살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상승세가 계속되니 그 말을 믿었던 서민들이 뿔이 났다.

2008년 금융위기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일던 시점이었다. 정부로서도 일부 불가항력인 측면이 있었으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규제책을 조금씩 더 발표하면서 ‘이번에는 잡힐 것이다’라고 설득한 것이 문제가 됐다.

정권 말에 도입한 LTV나 DTI와 같은 규제는 역설적으로 이명박 정부 때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해서 2008년 금융위기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입도록 공헌을 했다.

이번의 부동산 상승 역시 정권의 문제로 생긴 것은 아니나, 추이를 예측하고 대책을 발표하며 향후 전망을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특정 지역만 상승하면 다른 지역민이, 집값이 전반적으로 상승해도 세입자가 불만을 가지게 되는 것이 부동산 문제의 속성이다.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면 이해관계에 따라 나뉠 수밖에 없고 지지층 역시 이에 따라 갈라지게 된다.

정규직화, ‘빛 좋은 개살구’
되면 안 돼


마지막으로 고용정책,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 추세는 이른바 유연안정성 테제, 고용·해고는 자유롭게 하되 대신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류를 거슬러 ‘프랑스적 예외’를 실천한 프랑스는 청년실업률 등 많은 지표에서 고전하고 있다. 그 프랑스 역시 마크롱 대통령을 통해 노동 유연화를 실천하려고 한다.

물론 유연안정성 테제는 참여정부 시절에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나왔던 정책인 만큼 문재인 정부도 큰 틀에선 그 길을 갈 것이다. 현재의 정규직화 논란은 대체로 정규직·비정규직이란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의 문제지 정부 정책이 그렇게까지 팍팍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천공항 등 정규직화를 추진한 사업장에서 기존 인력이 새로이 자회사 정규직이 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연차를 인정받지 못해 임금이 오히려 주는 등의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정규직화 대책’이란 것이 섬세하게 설계되지 않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경우 사람들이 냉소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위기관리는 위험요소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문재인 정부가 계속 순항하고 싶다면 위의 문제들을 파악하고 섬세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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