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전가’ ‘입찰 제한’ 갑의 횡포?

구상권 청구 이행 여부 두고 대립…누구 말이 맞나
 
“잘못 전가 억울” vs “지속적인 협의 진행 중”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현장이 아닌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포스코건설로부터 남양주 지하철 공사를 수주 받은 업체 사람들로, 지난해 6월 4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당한 남양주 지하철 공사 붕괴 사고와 관련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포스코건설 측이 ‘책임전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관리에 총 책임이 있는 포스코건설 측이 과거 현장에서와는 다른 모습으로 공판에 나서고 있어 협력업체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 이는 사건 발생 직후 자체 산재처리 등을 일방적으로 통보했지만 현재는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 업체는 포스코건설의 일방적인 ‘(자체)입찰제한’ 등의 처분으로 공사 수주 길이 막혀 회사 운영의 어려움이 발생했다며 모기업인 포스코 본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요서울은 포스코건설과 해당 협력업체 간의 갈등 내막을 들여다봤다.
 
지난해 6월 경기 남양주시 지하철 공사 현장이 붕괴됐다. 이 사고로 4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는 수사 결과 밸브가 열려 있는 산소통의 산소가스가 누출된 상태에서 근로자들이 용단 작업을 하다가 용접기 불꽃이 튀면서 폭발해 철근·철판 등 공사 자재가 무너져 발생한 것으로 발표됐다. 그러나 근본적인 사고 원인 규명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해당 사건의 쟁점은 산소통 밸브의 고장인지 근로자들이 밸브 잠그는 것을 잊어버려 가스가 누출됐는지, 어떤 가스로 인해 폭발이 일어났는지 등이다. 현재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측과 수주를 받아 공사를 진행하던 한라토건 측의 주장이 상반 돼 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기자는 포스코센터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해당 업체 관계자들은 서울 포스코센터 앞에서 지난 12일부터 ‘남양주 지하철 폭발사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라’ ‘포스코 윤리경영 규탄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17일 송도 시위를 시작으로, 포스코센터 앞에서 이달 말까지 시위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시위에 나선 이유를 묻자 한라토건 관계자는 “포스코 측이 지난해 발생한 남양주 폭발사고의 모든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시공사로서 안전 책임이 있으면서 하청업체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포스코 측이 사고 직후 현장에서 협력업체 측에게 협력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역경을 같이 헤쳐 나가자고 한 뒤 재판과정에서 한라토건의 과실로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또 포스코가 사망자와 부상자 유족들과 합의했다고 일방 통보 해놓고, 현재는 구상권 청구를 얘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방적 처분 수주 0건
 
현재 한라토건 측에선 남양주 지하철 공사는 기존에 수주 받은 공사이기 때문에 공사 계약이 해지되거나 업체가 변경되는 등의 불이익 없이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남양주 지하철 공사 외 다른 공사를 수주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한라토건 측 관계자는 “폭발사고가 아직까지도 원인 규명이 되질 않았다. 그러나 잘잘못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포스코가 ‘입찰 제한’ 등의 처분을 내려 다른 건설 사업 수주에도 영향이 미치다 보니 수주를 하나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발생 후 포스코 측이 해당 처분을 8개월간 일방적으로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 처분으로 인해 다른 업체들이 부담을 안아 수주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 타 업체들이 ‘사고 났는데 입찰 가능하냐’ ‘힘들지 않겠냐’ 등 연락이 왔을 때 기회를 달라고 하면 연락이 없다며, 그전까지는 수주를 꾸준히 해왔던 업체들이 다시 일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는 “관공서에서도 공판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입찰제한’과 같은 책임을 묻지 않았는데 가장 가까운 협력업체가 제재를 가해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는 8개월의 ‘입찰 제한’ 처분이 풀려 입찰에는 문제 없지 않냐는 질문에 한라토건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입찰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입찰할 수 없다. 포스코나 다른 건설기업들이 입찰 기회를 줘야하는데 한 건도 없다. 이제 와서 풀어줘 봤자 죽이고 나서 풀어 준 거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그는 “원인 규명이 우선이지만 우리 과실로만 결론을 내놓고 있다. 안전 책임은 포스코에 있지만 저희 잘못으로만 전가하니 그게 억울하다. 영업 정지를 피하려고 떠넘기고 있다”며 “(포스코는) 원초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하고 있다. 자기들이 다 해주겠다고 해놓고 재판 과정도 제일 큰 법무법인과 함께 우리 쪽이 잘못한 것처럼, 부각해 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판결 기다리는 포스코건설
 
포스코 측은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더 이상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포스코건설 측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며 “(한라토건 측이) 크게 두 가지를 요구 하고 있다. 그 사고 때문에 수주가 없어져 포스코가 한라토건을 인수하라는 요구와 구상권 청구를 없애 달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인수하라는 요구는 무리다. 구상권은 청구한 바 없다. 책임 소재에 대해 원청이 잘못했냐 하청이 잘못했냐는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문제 해결은 판결 이후의 일이다”고 했다.
 
한라토건 측이 주장하는 8개월 ‘입찰 제한’에 대해 그는 “사회적 파장이 커 나름대로 판단해 입찰 제한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수주가 끊겼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고이기 때문에 수주가 끊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한라토건 측이 어떤 요청을 하는지는 인지를 하고 있고, 책임 소재 판결이 나옴에 따라 그거를 근거로 판단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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