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보러가고 싶다는 것은 단순한 바람에 그치지 않는다. 먼 바다에서부터 불어오는 새벽녘의 바람을 맞고 그곳으로 다시 밀려가는 오후의 잔잔한 파도를 보며, 다시 그 끄트머리로 떨어지는 저녁 무렵의 선셋과 밤별을 보는 것. 그러니까 그것은 바다와 함께 온전히 하루를 보내는 것과 같다. 라농과 까오락 그리고 끄라비에서 보낸 완벽한 추억 그리고 완전한 기억들을 꺼내보는 시간.

까오락

라농에서 끄라비로 넘어가기 전 팡아 주의 까오락에 들른다. 계속해서 안다만 바다와 함께하는 여정. 꼭 바다를 바라보면서 가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 옆에 바다가 있다는 것은 묘한 든든함과 은은한 평화를 준다.

리틀 아마존

태국의 밀림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카누를 타고 밀림의 수로를 따라가는 노정. 3km 밖 거대한 안다만 바다로 나가는 물살이 마지막으로 태국 땅과 함께 부딪히며 작별을 고하는 지점. 아직까지는 바닷물과 섞이기 이전의 태국 물. 세상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어쩌면 진짜 태국의 속을 들어가 보는 것이다.
물속의 최대 깊이는 3m 내외로 그다지 깊지 않으며 바닥에 깔린 토사와 같이 흘러가므로 물이 맑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물을 혼탁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이 주변 지역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책임졌던 물이기에 그저 신성할 뿐이다.

배에 숙련된 가이드가 직접 타서 노를 저어주므로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선착장에서 고무 카누를 배정받고는 바로 밀림 속으로 진입한다. 사람들끼리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을 경우 이 밀림에서는 곧장 인간의 것들이 사라진다. 물살을 젓는 가느란 노 소리만 들리는 가운데 어느새 하늘을 가린 나뭇가지의 실루엣 그리고 숲 사방에서 끊임없이 울어대는 새들의 소리가 이 밀림의 공간을 덮는다. 불길하지는 않다.
숲과 강이 있으니 그저 평화로운 시간. 수천년 이래로 항상 같은 모습이었던 풍경이 이곳에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다. 40여 분이 지나고 다시 되돌아오는 길. 이때는 물살이 세지면서 작은 카누로는 더 나아갈 수가 없다. 간간이 교차하는 다른 카누의 여행객들과 가볍게 손만 흔든다.

이 밀림 속에 인간의 사사로운 대화는 어울리지 않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카누가 다시 땅에 닿고 배에서 내리면 이제 순수함으로 가득 찼던 태초의 세상에서 태국의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 그제야 처음 이곳을 들어갈 때 들었던 새들의 울음소리는 아마 새들의 노랫소리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미친다.
올드 타운

태국 내 유명한 여행지 중 한 곳인 푸켓은 까오락에서 남쪽으로 100km의 거리에 있다. 과거 중국과 포르투갈은 이 지역으로 들어와 태국의 주석광산에서 많은 주석을 채굴해 갔고 그들의 주거양식 등 다양한 흔적을 남겼다.
푸켓에 있는 올드 타운 만큼의 크기는 아니지만 까오락에도 올드 타운이 있어 가볍게 들르기에 좋다. 특히 이곳에서는 삼국지의 관우를 모시는 사원인 Chao Pho Kuan U Shrine이 있어 흥미를 더한다. 중국에서는 관우를 인간이 아닌 신으로서 추앙하기도 하는데 중국은 물론 대만이나 베트남에도 같은 성격의 사원이 있다.
방 니앙 마켓
까오락에서 가장 큰 시장인 방 니앙 시장은 오랫동안 까오락을 책임졌던 거리의 작은 시장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유달리 독일 관광객들이 많은 이 지역이 여행지로서 명성을 찾자 현재의 규모로 형성됐다.

월요일과 수요일 그리고 토요일에 열리지만 주로 토요일의 시장이 가장 크고 북적이는 편. 시장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뉜다. 각종 상품을 파는 곳과 먹거리. 시장에서 제일 필요한 두 가지가 주를 이룬다.
태국 음식을 대표하는 매콤한 샐러드인 쏨땀을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이곳에서 부담 없이 가볍게 즐겨도 좋은 곳. 야시장도 겸하고 있다.


안다만 선셋


바다에 왔고 무엇보다 서쪽에 있으니 선셋을 보지 않을 수 없다. 같은 바다이므로 까오락의 많은 비치들 중 아무 곳이나 선택하면 된다. 까오락에는 Bang Sak Beach와 Khuk Khak Beach 그리고 Sunset Beach 등 여덟 곳의 해변이 유명하다.
썰물로 물이 빠지고 더욱 잔잔해진 서쪽 수평선 아래로 잠기는 해.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손을 잡고 조용하고 고요하게 매일 펼쳐지는 선셋쇼를 감상한다. 그리고 더욱 사랑할 것을 해에게 또 바다에게 빈다.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러 해는 또 내일 어김없이 다시 떠오를 것이다.
끄라비

태국 남부 힐링의 최종 목적지 끄라비. 다양한 해양 어트랙션과 완벽한 릴렉스 그리고 다른 곳과는 빛깔 자체가 다른 바다는 끄라비에서 보냈던 최고의 시간들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끄라비가 보여주는 무삭제 에디션. 당신의 이번 여름은 끄라비에서 보내는 것이다.

아오 딸란 카약 투어

끄라비에 가기 바로 전 아오 딸란이라는 곳에 들른다. 카약킹을 하기 위한 것. 까오락에서 했던 카약킹은 밀림 속의 좁은 수로를 따라가는 여정이었지만 아오 딸란의 카약킹은 밀림보다는 맹그로브 숲 탐험에 가깝다. 그리고 앞의 것이 아직 바닷물로 섞이기 전의 물이라면 이번 것은 완전히 바다 위에서 카약킹을 한다는 것.

역시 노련한 가이드를 포함 3인이 한 조가 되며 바다를 가로질러 앞에 버티고 있는 석회암 지대를 지나 울창한 맹그로브의 숲으로 들어선다. 마치 미지의 동물들만 살고 있는 무인도를 처음 내디디러 가는 듯한 느낌. 약간의 긴장감마저 든다.
카약은 왕복 한 시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숲을 크게 돌아 빠져나오는 여정. 다소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카약에 대해선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풍경과 기암절벽 그리고 기원전 2000년 전 그려졌다는 동굴 벽화와 계속해서 이어지는 맹그로브의 웅장한 모습은 한 시간 동안 펼쳐지는 3D 영화처럼 비현실적으로 신비롭고 현실적으로 환상적이다.

중간에 얽히고 설킨 맹그로브의 뿌리를 헤집고 넘어가며 길을 만들어 나가는 여정은 이 투어의 하이라이트. 투어 인원 말고는 아무도 이 곳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을 늪지대도 가깝다. 갑자기 나타난 밀림의 원숭이가 직접 카약에 뛰어들 정도의 위험도 숨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여정이 끝나면 언제 다시 이 울창한 맹그로브에서 카약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먼저 든다. 다시 한번 도전해보겠냐고 묻는다면, 답은 언제나 예스. 단 혼자서 말이다.
에메랄드 풀

현지인들은 사 모라콧이라고 부르는 에메랄드 풀. 자연적으로 생성된 야외 풀장이며 특유의 옥빛으로 유명하다. 여행객들보다는 현지인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끄라비 사람들이 특별히 사랑하는 스폿임을 알 수 있다.

입구부터 야외 풀까지는 약 800m의 숲길 산책. 덥고 습하지만 오히려 땅에서 나는 흙 냄새와 숲에서 풍기는 초록의 냄새가 반갑다. 에메랄드 풀 위쪽으로 더욱 맑은 빛을 낸다는 블루 풀이 있지만 현재는 보호 차원에서 개방을 하지 않고 있다.

핫 스프링

에메랄드 풀에서 못다 한 물놀이는 근처의 와리락 온천에서 느긋하게 풀 수 있다. 깊은 산속에 마련된 이 고급 온천 시설은 역시 땅 속에서 용출되는 뜨거운 온천수로 인근의 푸켓에서까지 찾아오는 유명 핫 스프링이다.

에코 숙박시설은 물론 요가와 온천까지 자연 속 힐링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와리락. 비가 올 경우 야외에서의 온천이 어떨지는 상상에 맡겨본다.
끄라비 나이트 마켓

금요일과 주말 오후 6시경부터 열리는 끄라비타운 야시장은 주말 야시장이지만 평소에도 시장의 기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훨씬 더 많은 상점이 서고 무수한 사람들이 몰리므로 타이 피플과의 북적이는 접점을 찾으려면 이 시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마켓은 여느 동남아시아의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무엇보다 천국이라고 불려도 좋을 태국 음식은 확실히 다른 야시장들과 다른 부분. 곳곳에 경찰관들이 배치돼 있어 안전까지 확실히 잡은 곳. 태국식 수박주스인 땡모반 하나를 들고 어슬렁거리며 가볍게 마실 다녀오기. 어쩌면 부담 없는 나이트 마켓에서 할 일의 전부이고 핵심이다.
4 아일랜드


끄라비를 대표하는 투어지만 확실히 이 투어는 그럴 만하다. 부두에서 목선이나 쾌속선 등 배의 종류를 정하고 투어비를 낸 후 배에 탑승. 배는 빠른 속도로 바다를 향해 나선다. 바다가 잔잔할 경우 마치 미끄러지듯 날아가듯 달려가는 쾌속선의 승선감은 숨겨진 끄라비의 부드러움이 아닐까.
제일 먼저 내린 곳은 툽 아일랜드. 썰물일 경우 섬과 섬 사이에 길이 나 두 섬이 이어지는 툽 아일랜드는 섬 보호 차원에서 실제 상주하는 군인들이 있을 정도로 특별하게 보호된다. 바닷물의 온도가 적당하고 깊이가 얕아 사람들은 천천히 걸으며 두 섬을 동시에 경험한다. 섬과 섬 사이를 걸을 수 있다는 것.

이 드문 경험은 오전 나절에만 잠깐 길이 열리니 일찍 서두르는 편이 좋다. 배는 다시 바다로 나가 섬을 크게 돈다. 닭의 모양을 한 치킨섬을 지나고 한동안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가이드는 다시 배를 돌려 조금 떨어진 보다 잔잔한 바다에서 멈춘다.

바로 스노클링을 위한 시간. 파도가 출렁이지 않으며 무엇보다 물고기들이 몰리는 곳이라야 할 것. 최적의 포인트에 선 사람들은 앞다투어 바다로 뛰어든다. 물론 스노클링을 위한 장비는 갖춰야 하며 구명조끼 등은 배에 준비돼 있어 초보자도 가능하다.

쾌속선에는 조타수 등 현지 인원이 3명 타기 때문에 안전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오로지 물고기들이 고글 앞에 잔뜩 나타나 주기만을 바란다. 이 포인트에 많은 물고기 들은 고맙게도 파란 물에 반짝이며 몰려다니는 밝은 빛깔의 니모들. 바다에서 호흡하고 있는 사람들의 호스를 통해 분명히 내뱉는 숨과 함께 탄성이 새어나오고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들른 곳은 뽀다섬. 끄라비가 여행지로써 바깥에 크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 년 전으로 그중에서도 아직 순수하고 맑은 끄라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뽀다섬을 꼽는다.

종종 끄라비를 설명하는 사진으로 나오는 대표 장면이 있는 곳으로 섬 근처로 다가갈수록 바닥에 깔린 모래에 물빛이 달라져 이국적인 모습을 보인다. 에메랄드 색. 여기저기서 탄성이 새어나온다. 해변의 모래 색깔은 너무나 투명해 절대적으로 파란 바닷물과 새하얀 백사장이 만났을 때만이 진정한 에메랄드빛이 탄생됨을 이곳에 와서 느낀다.

에메랄드라는 빛은 확실히 흔하고 단순한 색깔이 아니다. 배가 섬에 닿기도 전에 모두들 바다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으로 배 안은 다소 분주하다. 국립공원이라 역시 국가차원에서 보존되고 있으며 툽 아일랜드보다 훨씬 한적한 해변.

태국 남부 특유의 꼬리가 긴 꼬리배들이 고기를 잡고 몇 몇의 사람들만이 백사장을 걸으며 직접 섬을 맞는다. 그저 따뜻해진 모래를 발로 밟아가며 걸어보는 것. 섬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정 성지인 뽀다. 밤에 이 섬에서 바라보는 안다만의 별은 어떨까.
아일랜드 호핑 일정에서 마지막으로 들른 섬은 프라낭 케이브 베이. 바다 바로 앞까지 절벽이 나 있는 지형이라 마치 이 해변을 커다란 바위산이 보호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프라낭 베이에서 특별히 즐길만한 어트랙션은 단단한 석회암 절벽을 타고 오르는 암벽 등반.
숙련된 가이드의 안내가 있어 크게 어렵지 않고 섬에서 할 수 있다는 독특함 때문에 태국은 물론 전 세계의 클라이밍 초보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사람들은 각자 해변에 누워 끄라비를 즐긴다. 바다와 하늘에 떠 있는 태양 그리고 바람. 완벽한 셋팅. 아마 이 즈음이 진정 천국보다 익숙한 곳이겠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시 끄라비로 올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며 지점이다.

<사진=여행매거진 Go-On 제공>

프리랜서 이곤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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