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딜레마에 빠졌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통상 ‘휴식기’를 갖는 관례를 깨고 바로 차기 대권 행보를 보였던 그였다. 하지만 그 앞에 놓인 대권가도는 비포장 도로로 점철돼 있다. 당장 8월 말로 예정된 당 대표 선거에서 내세울 자기 사람조차 찾기 힘들다. 정동영, 손학규 등이 유력한 가운데 올드보이들의 귀환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 대표는 내년 치러질 지방선거의 간판으로 선거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안 전 대표의 제자로 알려진 인사의 대통령 아들 취업 특혜 의혹 증거조작 사건으로 ‘책임론’까지 일고 있다. 갈 길은 멀고 풀어야 할 대권 숙제는 산처럼 그 앞에 놓여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대권, ‘갈길은 멀고…난제는 점점 쌓이고…’ 사면초가
- 당권 ‘정동영, 손학규?’ 올드보이 귀환 지방선거 ‘완패’


안철수 전 대표는 대선 패배 직후 바로 전국을 돌며 ‘감사 인사’ 행보를 보였다. 통상 대선에서 패배하면 외국으로 몇 년 나가 있거나 ‘정중동’ 행보를 보이던 게 과거 후보들의 관행이었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바로 현장을 누비며 5년이나 남은 대선에서 자신감을 보이며 대권 행보를 일찌감치 시작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의지와는 달리 대선 환경은 오히려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우선 차기 대선은 5년이나 남았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상 여권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후보로는 안희정 충남지사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에 김부겸 행정자치부장관까지 인물이 즐비하다. 여권 발 깜짝 인물도 나올 수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경우 안 전 대표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당 일각에서 여당과 합당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인물부재론’에 빠진 철수의 ‘한탄’…올드보이만

8월2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인물 부재론’에 빠졌다. 새대표는 내년 국민의당 운명을 가를 지방선거를 이끌어야 한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이 이번 대선에 이어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할 경우 당의 존립뿐만 아니라 ‘안철수 대망론’도 이어기가 힘든 현실이다.

문제는 당 대표로 내세울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게 딜레마다. 안 전 대표는 18대 대선에 이어 19대 대선까지 두 번씩이나 출마했다. 또한 지난 총선전 신당을 창당해 원내3당이 됐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새정치’를 이끌 새 인물은 부재하다. 무엇보다 아픈 대목은 당을 밑고 맡길 자기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당 대표로는 천정배 전 대표, 정동영 의원, 문병호 전 최고위원 등이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정호준 비대위장, 최경환 의원,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 황주홍 의원, 박주원 경기도당 위원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나마 안철수 사람으로 분류되는 인물로는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문 전 최고위원과 최경환 비례대표 초선의원 정도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책임지고 치루기에는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안 전 대표 측에서는 정동영 의원(전북 전주시병)이 그나마 대중성이나 인지도면에서 낫다는 평가다. 하지만 전북 민심이 지난 대선에서 나타났듯이 전남, 광주보다 국민의당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손학규 추대론’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손 전 대표가 나서더라도 ‘올드 보이 귀환’이라는 비판은 여전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새 인물 수혈론’이 나오고 있지만 마땅한 인물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철수 당대표 출마론’이 제기됐지만 안 전 대표 측은 일축하고 있다.

안 전 대표의 또 다른 딜레마는 향후 정치적 거취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의원직을 사퇴했다. 여의도에서 아무런 직책도 가지고 있지 않다. 중앙정치에서 한발 떨어져 있어 현안뿐만 아니라 대중들로부터 관심밖인 처지다.

당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이 호남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열세인 수도권에서 흥행하기 위해선 안 전 대표가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안 전 대표 측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서울시장에 출마할 경우 패배는 둘째치고 당선돼도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해 서울시장직을 마치지도 못하고 나와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러저래 안 전 대표의 향후 어떤 정치적 스탠스를 취할지도 딜레마다.

설사가상으로 자신이 카이스트 대학원에 교수로 재직할 당시 제자였던 이유미 씨의 문 대통령 아들 취업 특혜 의혹 증거 조작사건에 연루되면서 정치적 위기마저 맞고 있다. 이씨가 안 전 대표와의 ‘스승과 제자’라는 특수 관계에다 2012년 대선 때부터 안 전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도왔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당 안팎에서 ‘안철수 책임론’에 ‘정계은퇴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국민의당에서는 ‘이유미 단독범행’이라며 당 지도부와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6월28일 이와 관련, “만일 당의 조직적 조작이나 은폐 행위가 있었다면 새 정치를 목표로 출범한 국민의당은 존재 목적과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상황이 온다면 제가 앞장서서 당 해체 수순을 밟겠다”고 ‘당 해체론’마저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안 전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최고위원은 다음날인 2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문제는 계파싸움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공명심에 들뜬 한 미숙한 청년이 좀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위기상황이지만 이 상황을 돌파하고자 서로 힘을 모으고, 위기를 기회로 보고 서로 열심히 해보자는 분위기도 일고 있다”고 반박했다.

‘바른정당 연대론’, ‘민주당 흡수·통합론’ 등 당의 내홍이 잦아들고 6.14 고성 연찬회를 통해 ‘자강론’이 힘을 받기 시작한 시점에 터진 이번 사건으로 당은 재차 혼돈의 도가지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당내에서조차 안 전 대표에게 이번 사건 관련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현재 자택에 칩거하면서 사태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에서는 ‘검찰 수사가 끝나면 입장을 밝히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安, ‘정면돌파’ 가능성, ‘책임론’은 인정

안 전 대표 측 역시 이씨의 단독 범행으로 몰고 가면서 정치적으로 중대 결심을 할 공산은 낮다는 게 측근들의 예상이다. 증거조작 사건 자체가 사실로 밝혀진 이상 대선후보로서 책임론은 통감하지만 ‘2선 후퇴’나 ‘정계은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오히려 ‘정면돌파’ 가능성이 더 높게 점쳐지고 있다.

안 전 대표로선 현재 더 이상 던질 직이 없다. 또한 최근 정권 창출에 대한 의지도 높은 상황이었다. 박지원 전 대표와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도 각각 “안 전 대표와 이 문제와 관련해 협의하거나 교감한 바 없다”고 측면 지원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책임론에 대해 분명히 인정하면서도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를 재차 호소하는 방향으로 최대 위기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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