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괴롭혔던 네거티브 중 하나가 아들 문준용 씨의 정부 산하 기관 취업 특혜 의혹이었다. 특히 국민의당에서는 문 씨와 함께 학교를 다닌 동료의 녹취록까지 공개하며 문 대통령의 개입 의혹을 제기해 파장이 컸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녹취록과 관련 증거를 제시한 국민의당 당원인 이유미 씨의 증거 조작 사건으로 번지면서 국민의당이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 씨의 단독 범행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검찰 수사는 당 지도부로 향하고 있다. 특히 안 전 대표의 제자로 알려진 이 씨가 누구이며 안 전 대표와는 어떤 관계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스승과 제자에서...악연으로’ 철수 ‘운명’쥔 이 씨
- 부인 김미경 여사 전남 여수 고향 선후배...친분


검찰은 지난 6월29일 문재인 대통령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 관련 증거를 조작한 혐의로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 씨를 구속했다. 이 씨는 지난 대선에서 “문준용 씨 미국 파슨스 스쿨 동료로부터 고용정보원 입사와 관련해 당시 문재인 후보가 개입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면서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파슨스스쿨 동료의 제보는 이 씨가 운영하는 벤처회사에 같은 학교 출신 직원을 통해 받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 씨는 익명 제보자의 음성을 변조한 증언 파일과 모바일 메시지를 가공해 평소 친분이 깊은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에게 제공했다. 이에 국민의당 이용주 당시 공명선거추진단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녹취록을 폭로했고 대선판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씨가 제공한 녹음파일이 문 씨의 동료가 아닌 친동생의 음성을 변조해 증거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의당은 발칵 뒤집혔다. ‘당 해체론’부터 ‘안철수 책임론’까지 국민의당은 깊은 내홍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담한 ‘조작극’을 벌인 이 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씨는 1979년생으로 전남 여수에서 태어나 여수상암초, 여천여중, 여수여고를 졸업한 여수 토박이로 알려져 있다. 고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 씨의 첫 사회생활은 삼성 제일모직의 인사팀에서 시작했다. 안철수 전 대표와의 인연은 이 씨가 카이스트 기술경영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교수와 제자로 만났다.

2012년 진심캠프 금태섭 민주당 의원과 일해

평소 정치적 꿈이 강했던 이 씨는 ‘안철수-박경철 청춘콘서트’ 서포터로 활동하며 안 전 대표와 함께 전국을 순회하기도 했다. 또한 이씨는 2012년 18대 대선에 안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대학원을 휴학한 뒤 안철수 캠프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이 씨는 캠프의 핵심 부서인 상황실에 일반 팀원으로 일을 했고 당시 상황실장은 금태섭 민주당 의원이었다.

진심캠프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당시 안철수 전 대표의 제자로 알려지면서 여타 부서에서 팀원으로 받기를 꺼려했다”며 “특히 캠프 내 몇 안 되는 안 전 대표와 직접 전화를 걸 수 있는 측근으로 알려져 더 부담스러워 했다”고 회고했다. 게다가 안 전 대표의 부인인 김미경 여사와 전남 여수 동향 선후배 사이로 알려지면서 이 씨의 캠프 내 무게감은 더 커졌다.

이 인사는 “김 여사와는 평소 안면이 있는 정도였다가 캠프에서 활동하면서 급격히 둘 사이가 친해진 것으로 안다”며 “결국 이 씨는 팀 배정 때 돌고 돌아 상황실 팀원으로 갔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부부와의 친분으로, 자원봉사자였지만 캠프 내에서는 질시와 선망이 엇갈리는 시선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 씨가 주목을 받은 것은 안 전 대표와 진심캠프에서 활동한 경험을 토대로 2013년 ‘66일 안철수와 함께 한 희망’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다.

당시 캠프 분위기는 캠프 관련 책을 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이 씨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책을 내 안 전 대표와 사전 교감으로 출간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 씨와 함께 책을 공동으로 집필한 다른 팀원들의 이름을 빼고 단독 저서로 내면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 씨는 안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본격적으로 정치 일선에 뛰어들었다. 이씨는 2012년 안철수 측근이라는 점을 활용해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로 자신의 고향인 전남 여수갑에 출마했다. 하지만 여수 터줏대감인 김성곤 전 의원에게 경선에서 패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여수시 기초의원으로 출마하려했지만 뒤늦게 뛰어들면서 자격요건을 못 갖춰 중도에 포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16년 총선에서는 김성곤 전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여수갑에 재출마해 이용주 현 국민의당 의원과 경선을 벌였지만 패했다.

이 과정에서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여수을)와 이 씨간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용주 의원은 당시 경선 후보 명단이 최종 발표되기 전 공천관리위원회 심사에서 컷오프됐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 후보를 경선 후보에 포함시키도록 재의를 요청해 받아들이면서 결국 공천을 받게 됐다. 이 과정에 이 씨를 비롯해 김경호, 김영규 예비후보자들은 주 원내대표 지역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 최고위원은 불공정 경선을 결자해지 차원에서 바로잡으라”고 촉구했다.

두 번씩이나 국회의원 출마에 고배를 마신 이씨였지만 IT사업가로서 자질은 남달랐다. 18대 대선이 끝난 직후인 2013년 이 씨는 ‘엄청난 벤처’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학교나 기업의 단체급식의 양을 측정하는 앱 머글라우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창업 후 단기간에 일본, 중국 등 해외업체와 억대 규모의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승승장구하며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아울러 같은 해 창조경제 박람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씨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성공 사례로 꼽히며 박 전 대통령과도 여러 차례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가로 변신하면서 맺은 인연 중 한 명이 바로 이준서 국민의당 전 최고위원이다. 이 전 최고 역시 IT 창업가 출신으로 안철수 전 대표가 국민의당 창당 당시 ‘영입 1호’라는 별칭을 얻으면서 명성을 얻었다. 이 전 최고는 2011년 소셜디자인 벤처기업 에코준을 설립했다. 에코준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모두 상을 받았고 2014년에는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로 꼽히는 카림 라시드와 합작 벤처 계약을 맺으며 디자인 역량을 인정받았다.

2012년 안철수 캠프 2016년 ‘외곽’에서 활동

이 씨는 2016년 대선에서 2030희망위원장을 맡은 이 전 최고 밑에서 함께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안철수 캠프에서 ‘온국민멘토단’의 워킹맘 대표 멘토도 맡았지만 공식적인 임명장이나 명함은 발급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단지 이 전 최고가 있는 2030희망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직함으로 외곽에서 활동했다. 이에 대해서 안 전 대표 측에서는 “2012년 대선에서 이런저런 잡음과 갈등이 있어 캠프 내 비토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실제로 2030희망위원회에서도 이렇다 할 활동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문 대통령 아들 문 씨에 대한 취업 특혜 의혹 관련 이 전 최고에게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고 이에 이 전 최고가 “그럼 접촉 좀 해보라”고 답하면서 증거 조작 사건의 발단이 됐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이 전 최고는 “이 씨의 증거 조작 사실은 몰랐다”고 선을 긋고 있다.

현재 이 씨는 29일 구속된 직후 입을 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 직전만 해도 이 씨는 “당의 지시를 받고 특혜 의혹을 조작했는데 당이 날 보호해 주지 않는다”고 억울함을 표했다.

또한 이 씨는 이 전 최고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사실대로 모든 걸 말하면 국민의당은 망하는 것이라고 하셔서 아무 말도 아무것도 못하겠다”며 “지금이라도 밝히고 사과드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백번도 넘게 생각하는데 안 된다고 하시니 미치겠네요”라고 윗선이 있음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현재 이 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전 최고가 5월1일 문 씨 채용 의혹을 조작한 자료가 담긴 내용을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에 전달하기 전 박지원 전 대표에게 건넨 것이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에 의해 확인되면서 당 지도부의 연루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문자폭탄이 폭주해 휴대전화를 비서관에게 갖고 있으라고 했다”며 이 전 최고위원으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문자폭탄 때문에 자신이 쓰던 휴대전화를 바꿨으며 기존 휴대전화를 보좌진에게 맡겼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박 전 대표는 “이준서 전 최고의원과 박 전 대표나 보좌진 통화기록을 찾아봤지만 문자타 통화를 한 적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검찰은 6월26일 이 씨를 긴급 체포해 29일 구속했다. 또한 이 전 최고위원은 출국금지 조치했다. 27일에는 이 씨의 동생 이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이틀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같은 날 파슨스스쿨 졸업자로 알려져 녹취 파일에 등장하는 김모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의 칼날은 일단 대선 기간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의원과 김성호 수석부단장, 부단장 김인원 변호사 등을 소환해 참고인이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윗선 개입 여부를 파헤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차하면 박 전 대표뿐만 아니라 안철수 전 대표까지 소환해 조사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안 전 대표의 경우 문 대통령의 아들 문 씨의 채용 특혜 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독대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전에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SBS에 따르면, 이 전 최고위원은 이 씨가 체포되기 이틀 전인 6월24일 안 전 대표와 5분 동안 독대했다. 증거 조작 의혹을 받던 이 씨가 국민의당 안팎으로 구명 요청을 하던 때였다. 안 전 대표와 독대 역시 이 씨가 이 전 최고위원에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씨 취업 특혜 수면 아래로...국민의당 ‘장탄식’

독대 내용에 대해 이 전 최고위원은 “이유미 씨의 요청으로 안 전 대표를 5분간 독대했지만, 고소·고발 취하 문제만 논의했다”고 했다. 다음날인 25일 이 씨는 안 전 대표의 최측근인 송강 변호사의 소개로 같은 법률 사무실에 근무하는 차현일 변호사를 선임했다.

한편 차 변호사는 “이 씨가 국민의당에 ‘단독 범행’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밝혀 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안철수 후보의 광팬인 이씨가 도를 넘어서 증거를 조작한 것은 명백히 잘못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문 씨의 취업 특혜는 누가 봐도 사실 아니냐? 이 씨의 증거 조작만 부각되는 것은 뭔가 본말이 전도된 게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검찰 수사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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