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미래에셋금융그룹이 기형적 지배구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나섰다.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캐피탈의 자산을 늘리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나 투자확대를 올해 안에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예견된 수순으로 읽고 있다. 금융권에 대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고강도 철퇴가 예상돼 어떤 형태로든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래에셋그룹은 박현주 회장이 그룹의 모태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통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에셋캐피탈을 지배하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 등을 지배한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캐피탈의 최대주주(지분율 34.32%)이기도 하다.
 
여신금융전문회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은 지주사 격이지만 자회사 보유 지분율이 낮기 때문에 금융지주회사법상 지주회사로 분류되진 않는다. 다만 이 회사가 지배하는 금융 자회사의 지분 가치가 총자산의 50%를 넘으면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된다. 미래에셋캐피탈은 기업어음(CP)을 발행하거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도하는 등 미래에셋대우의 지분 가치를 50% 미만으로 유지해와 편법 논란이 계속해서 일었다.
 
이번 증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이 이끄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금융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또 지주사 판단기준과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과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명 직후 첫 일성으로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시행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활동하던 당시 보고서를 통해 “미래에셋이 가진 문제점들은 규모가 작은 개인 오너 회사가 큰 규모의 회사들을 지배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며 “미래에셋 소유구조는 비정상적이며 지속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미래에셋이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의 첫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따라서 미래에셋은 어떠한 형태로든 변화를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일각에서 나온 박 회장의 호남 인맥이 방패막이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는 부영그룹이 ‘김상조호 공정위’의 첫 제재 대상이 되면서 물거품이 됐다. 부영은 대표적인 호남 기업으로, 공정위는 지난달 18일 계열사 현황 자료를 허위로 신고한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의 자산규모는 1분기 기준 1조8500억 원이다. 이 회사가 보유한 미래에셋대우 지분은 18.09%, 미래에셋생명 지분은 16.60% 등이다. 이를 공정가액으로 환산하면 1조3000억 원을 웃돌아 자산의 50%를 넘는다.
 
미래에셋캐피탈이 지주사로 전환한다면 두 회사의 지분을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나머지 비상장 계열사는 50%까지 갖고 있어야 한다. 기준을 맞추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여러 방안이 제시됐다. 지주사 전환을 피하려면 미래에셋캐피탈의 자산규모를 1조 원 가까이 늘려야 한다. 또는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 등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해 계열사 주식가치를 낮춰야 한다.
 
하지만 핵심 계열사인 두 회사의 지분을 판다면 전체 지배구조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자산을 1조 원 가까이 늘리기 위해 부채를 단기적으로 늘리기는 사실상 어려울 뿐 아니라 편법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
 
당장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보다는 자산규모를 늘려 계열사 보유 지분 가치를 희석하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난해에도 2500억 원의 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자기자본의 150%를 초과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 증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향후 지주사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자금 마련 등의 이유로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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