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장휘경 기자] 박상기(66)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안경환 전 후보자의 중도 사퇴 후 11일 만에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박 후보자는 안 전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비(非)검찰·비고시 출신으로서 이례적으로 법무부장관 후보에 발탁됐다. 무엇보다 검찰개혁 의지가 강해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를 수행하는 데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이 우세하다.


청와대 측은 박 후보자에 대해 “검찰과 사법제도 개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법학자로 검찰개혁위원회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는 등 학계와 시민사회는 물론 법무행정 현장에서도 사법개혁을 위해 활동해 온 이론가이자 실천가”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문민화, 검찰 중립성 및 독립성의 강화, 인권·교정·출입국 등 대국민 법무행정서비스 혁신 등 새 정부의 종합적인 개혁 청사진을 책임지고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참여정부서 활약 두드러져

인사를 발표한 박수현 대변인은 ‘혹시 박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5대 인사 원칙에 위배되는 점이 없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최선을 다해서 정말 깊이 들여다봤다”고 답했다.

박상기 후보자는 전남 무안 출신으로, 배재고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겐대 법학부에서 형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부터 모교 연세대에서 후학을 양성한 그는 연세대 법과대학장(2003~2006), 동덕여대 재단 이사장(2004~ 2007)을 역임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 한국형사정책학회 회장, 형사판례연구회 회장 등을 지낸 박 후보자는 학계와 실무를 두루 아우르는 사회참여형 학자로 꼽힌다. 2012년부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중앙위원회 위원을 맡아 활동하다 지난 5월 공동대표로 취임했으나, 청와대 인사검증 돌입과 함께 사임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법무부장관에 임명되면 언론인 출신 김준연 전 장관(1950~1951) 이후 첫 비법조인 출신 법무부 장관이 된다.

박 후보자는 그 동안 각종 논문과 언론기고문을 통해, 또한 토론회, 공청회 등에 적극 참여하면서 기소 독점과 인사 시스템 등 검찰 개혁 관련 문제제기를 꾸준히 해왔다. 지난해 ‘검찰의 정의를 다시 생각한다’는 제목의 언론 기고문을 통해서는 검찰 인사에 대한 정치권력의 개입, 검찰의 사명감 과잉 등을 언급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을 주문하기도 했다.

참여정부에서의 활약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첫 해인 2003년 법무부 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박 후보자는 검찰 개혁과 법무부 문민화 등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위원회는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 직속 자문기구로, 안경환 전 후보자가 위원장을 맡아 박 후보자와 인연을 맺었다.

같은 해 사법개혁위원회 위원 21인 중 한 명으로도 활동했다. 로스쿨 제도 도입, 법조 일원화 추진, 국민참여재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이 이 위원회를 통해 발표됐다. 박 후보자는 당시 로스쿨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특히 강조하기도 했다.

2005년부터는 대통령 자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실무위원으로 활동했다. 박 후보자의 오랜 지인은 “참여정부 활동 당시 (박 후보자가) 제안한 방향들에 대해서 법무부나 민정수석실에서 많은 공감을 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 동안 쌓인 일련의 활동에 대한 평가가 이번 인사에 반영된 것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인사 발표 직후 박 후보자는 법무부를 통해 “학자 및 시민운동가의 경험을 기초로 현 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 중 하나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검찰개혁과 법무부 탈검찰화를 위해 헌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소감이라고 보기엔 다소 무게가 느껴지는 발언으로, 향후 검찰개혁에 임하겠다는 각오로 해석됐다.

대선 직후인 5월 11일 그는 자신이 대표로 있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홈페이지에 ‘새 정부에 바란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검찰에 대한 매서운 시각을 드러내며 재벌과 함께 검찰을 개혁대상으로 꼽았다. 그는 “검찰은 견제되지 않는 권력행사로 부패 및 권력과의 유착 등 각종 문제점을 유발했다. 한국사회를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까지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정도”라며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가 검찰개혁 이슈와 관련해선 안 전 후보자보다 더 강성으로 분류되는 이유도 검찰을 개혁 대상으로 바라보는 일관된 시각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의 향후 행보는 예고가 되는 셈이다. 권력남용과 오용을 막아 검찰이 본래 자리를 되찾게 함으로써 검찰조직을 건강하게 만드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검찰개혁이 박 후보자의 임기 내내 실천할 중장기 과제라면, 법무부 조직의 대변화도 조만간 피부로 느껴질 전망이다. 이는 박 후보자가 기고한 과거 칼럼에서 관측되는 사실이다. 그는 “독일 법무부는 명칭부터 ‘법무 및 소비자보호부’다. 법무부를 검찰조직이 아닌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적 가치를 고취하고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기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사들이 장악해 온 법무부를 완전히 갈아엎고, 인권과 국민 편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각오로 읽힌다.

“법무부장관 자격
철저히 검증해야”


그런데 과거 박 후보자의 일부 주장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박 후보자는 참여정부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04년 9월 서울신문에 기고한 <국가보안법과 한국인의 의식>이라는 글에서 “이제 진정으로 자유롭게 사고하고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국민을 가진 사회를 이룩하려면 국가보안법이라는 자유 사고에 대한 족쇄는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참여정부는 사립학교법과 함께 국가보안법 폐지를 4대 개혁입법으로 포함시켰고 이에 야당인 한나라당이 강하게 반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TV에 출연해 국가보안법을 “지금은 쓸 수도 없는 독재시대에 있던 낡은 유물”이라고 규정하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민주권시대, 인권존중의 시대로 간다면 그 낡은 유물은 폐기하는 게 좋지 않겠나,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는 게 좋지 않겠나”라는 의견을 밝혔다.

박 후보자는 기고글에서 “한국 사회가 바뀌었고 남북관계도 그동안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진전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국가안보가 특별법 조문 몇 개로 튼튼하게 지켜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에게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희망하고 사랑하는 구성원이 다수일 때 국가 안보는 지켜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대에 맞지 않고 자기검열 체계로 작용하고 있으며 형법에서도 충분히 처벌 가능하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을 사실상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참여정부는 4대 개혁입법 과제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야당이 반발하면서 국정운영 동력 확보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게다가 박 후보자는 과거 성매매 특별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해 법조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지난 2013년 1월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성매매특례법은 개인의 자유결정권을 너무 깊숙이 침해하고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 실정법의 모순점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성매매 특별법이 여성의 자율권을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취지다.

자유한국당 측은 이에 대해 박 후보자의 성매매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박 후보자가 성매매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박 후보자는 2015년 한 언론 기고문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일부 당원의 행위를 일반화해 불법 정당으로 판단해서 해산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라고 규정한 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 위협으로 비친다”고 비판했다.

당시 법무부가 통진당 해산을 주도했던 점에 비춰보면 정반대 성향의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것이다.

또 2007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실은 ‘간첩죄에 관한 소고(小考)’라는 글에서는 “북한을 적국으로 단정하는 건 비현실적 판단”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박 후보자가 지명된 이후 일각에서는 “형사정책연구원장 시절 판공비를 주말이나 공휴일 등에 부당하게 사용했고, 문제가 되자 형정원에서 출간한 책의 인세로 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아울러 박 후보자가 지난 2004~2007년 동덕여대의 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이력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2006년 학교 측의 학생 탄압 등을 박상기 당시 이사장이 방관해 학생들이 사퇴를 촉구했던 일이 있다”며 “그랬던 인물이 과연 법무부장관으로서 앉을 자격이 있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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