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금 가는 소리 들리나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여론은 문재인 정부가 치른 첫 한미정상회담이 양국 간 ‘동맹’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인식이 강하다. 반면 국내 일부 지역에서는 양국의 동맹 성립에 의구심이 들 정도로 주한미군을 둘러 싸고 지역 주민과 시의 갈등이 심하다. 주한미군은 한미 상호 방위조약을 합법적 근거로 삼아 벌써 55여년째 한국에 주둔하고 있지만 일부 주한미군들이 일으킨 여러 사건·사고들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개탄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 이는 외교적 문제로까지 번져 지역 주민들이 시민단체를 결성, 파열음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시민사회 단체 “주한미군의 강력범죄, 극도로 불안하게 만든다”
천안시 “천안을 알리고 경제적 효과를 이끌어 내려는 의도였다”


미군이 처음 한반도에 도달하게 된 것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항복을 선언했을 때다. 38도선 이남에 주둔한 일본군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함이었다. 이들은 1945년 9월 8일 남한으로 처음 발을 디뎠다.

이후 북한이 남한을 적화통일시키기 위해 1950년 6.25 전쟁을 일으켰고 미국은 UN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따라 합법적 임무를 띠고 남한을 돕기 위해 또다시 바다를 건넜다. 1954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즉 남한과 미국 양국은 외적의 침략 시 상호 협력할 것이라는 조약을 약정했고 그 결과 미군이 국내에 주둔하게 됐다.

현재 주한미군은 1957년 주둔 이후 공군, 해군, 육군 그리고 특별 임무를 수행하는 군대 등을 조직해 한반도 전체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들의 임무와 목적은 한반도를 적으로부터 방어하고, 한국군과 미군과의 연합을 강화해 휴전 상태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수호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주둔해 있다 보니 여러 사건·사고들이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2002년 6월 발생한 이른바 ‘효순이-미선이’ 사건을 들 수 있다. 여중생 신효순·심미선 양이 주한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것이다. 이는 사회적, 외교적 문제로 비화됐다. 이 사건은 유족과 사회단체들의 분노로 시작돼 국민 일반이 서울 광화문 일대를 비롯해 전국에서 촛불을 든시위로 번졌다.

결국 당시 부시대통령은 12월 13일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깊은 애도와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다수의 사건·사고들이 발생해 지역주민들의 반미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이 철수라도 하게 되면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 한미동맹을 우습게 보지 말라’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해당 TF까지
만들었지만 ‘보류’

 
최근 파열음이 큰 지역은 충남 천안시다. 지난 2007년 11월 미군기지 평택 이전 사업이 시작된 후 지역 내 갈등이 심화됐다. 평택에 인접한 천안시가 주한미군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미 친선 도깨비 축제’를 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초 시는 미국의 대표적인 축제인 ‘할로윈’을 한국의 도깨비로 재해석하고 7000만 원가량의 예산을 들여 한미 양국 간 가족 단위 문화 친선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시민단체들의 반박이 심해 잠정적 보류를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해당 TF팀까지 꾸려 사업 추진하려 했지만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다.

1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돼 축제를 강하게 반대했던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이하 협의회)는 “평택기지로 확장·이전해 주둔하게 되는 주한미군에 대해 현재 시민들의 시선이 불안하기만 하다”며 “이미 시민단체들은 평택기지 이전을 격렬히 반대했고 이런 투쟁이 (평택에 위치한) 대추리 역사관과 평화센터에 오롯이 살아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의 불평등한 관계의 불씨는 사드 배치로 인해 재점화 돼 성주 주민들은 300여일이 넘는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으며 중국과의 무역 악화로 국민들의 반미감정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다”며 “미군기지화가 돼 버린 평택뿐 아니라 인근의 천안도 각종 소음, 환경공해에 시달려야 하고 시민들의 혈세로 조성된 인프라가 군 전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평택에 미군들이 오면(이주) (인근 지역인) 천안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며)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그 중 하나가 ‘도깨비 축제’였다”며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크다는 할로윈 축제을 우리 정서에 맞는 도깨비 축제로 변경해 천안도 알리고 경제적 효과를 이끌어 내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서로 의견이 안 맞다 보니…”라며 심경을 밝혔다.
 
市 “7월 중
협의회와 회의할 것”

 
앞서 천안시는 미군의 평택 이전을 겨냥해 미군 유치를 추진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또 올 5월에는 추경예산 5000만 원을 긴급 편성했으며 지난달 17일 미군 가족을 초청해 천안을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협의회는 “천안시 예산과 맞먹는 국민들의 혈세 1조5000억 원이 주한미군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데도 시는 주한미군 주둔지 인근 지역에 가져올 해악을 방비하기는커녕 경제 활성화, 안보가 보장된다는 착각 속에 축제를 열고 있다”며 “행사를 당장 철회하고 주한미군 주둔지 인접으로 야기될 피해에 대한 방비책을 조속히 수립하길 경고 한다”고 비판했다.

또 미군기지 평택 이전 사업에 대해서는 “그동안 주한미군이 저지른 살인, 강도, 강간 등의 강력 범죄의 역사는 주둔지 주변 주민들을 극도로 불안하게 만든다”며 “미군기지 내 환경범죄는 또 어떠한가. 용산 미군 기지는 1급 발암물질인 벤젠 등 각종 유해물질을 무단 폐기해 주변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등 문제가 심각했다”고 전했다.

결국 보류조치를 한 데 이어 시 관계자는 “축제 진행을 할지 안 할지 모르겠다. (천안시) 보조금심의위원회에서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거세니 그들과 교류를 더 해보고 설득해보자는 취지에서 보류를 했다”며 “7월 중으로 협의회와 회의를 가져 과연 그들이 축제를 반대하는 이유와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판단해 보려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일부 언론에서 ‘도깨비 축제를 보류하는 대신 (천안) 시민을 위한 축제로 바꿔 예산을 쓰기로 결정했다’는 언급에 대해 질문했다. 시 관계자는 “그건 확정된 것이 아니다. 축제를 진행할지 바꿔서 할지 아예 취소를 할지 아직 결정 된 바 없다”고 전했다.

천안시의 축제 보류 조치로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잠잠해진 듯하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숙제다. 앞으로 진행될 양측의 협의와 결과가 주한미군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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