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48·비례)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배신이냐 소신이냐. 자유한국당이냐 바른정당이냐’ 이 두 지점을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하는 국회의원이 있다. 그는 자유한국당에 속해 있지만 바른정당과 보조를 맞추는 행보를 해 한 쪽에선 ‘비난’을, 다른 쪽에선 ‘박수’를 받는 독특한 인물이다.

지난 1월 바른정당 행사에 참여했다가 ‘당원권 정지 3년’이란 중징계를 받았고 당내에선 이런 그를 “계륵”이라고 지칭하지만,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그는 이후에도 당론과 다른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어떤 신념으로 이런 행보를 하는 걸까. 그간의 정치 경험은 그에게 무엇을 남겼나. 일요서울은 지난 5일 의원회관에서 김현아 의원(48·비례)을 만나 그의 정치 철학과 비전, 1년간의 의정활동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정치적 발언엔 ‘신중·조심’…전문 분야·의정 철학엔 ‘소신 발언’
“정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판단되면 3년 뒤 출마 도전”

 
50여 분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질문엔 다소 신중하고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으나, 본인의 전문 분야나 정치 철학을 밝히는 데에는 자신 있고 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또 ‘나홀로 행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과 비판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 그는 예상보다 의연하고 강인한 모습이었다.
 
바른정당 창당 무렵부터 ‘주목’
“당 이익 vs 국민 이익, 후자 택해야”

 
김 의원은 ‘국정 농단’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해 보수 진영의 균열이 시작된 무렵인 올 초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바른정당이 창당되면서 이와 보조를 맞추자 양측으로부터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비례 대표인 그는 한국당을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잃게 된다. 당이 출당시키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국당 입장에선 굳이 ‘남 좋은 일’을 할 이유가 없는 탓이다.
 
그는 당과 배치되는 일련의 행동들에 대해 “지도부 입장에서는 저의 행동에 화가 나고 괘씸할 수 있는데 ‘배신’이란 단어를 쓸 만큼의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그런 행동의 배경은 당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은 정당에 속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당 이익과 국민의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이 오면 국민 이익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지금이나 그때나 국민을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틀린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원권 정지로 의원총회 문자가 오지 않는 등 당의 정보를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들고 불편한 일이라고 밝혔다. 또 동료 의원들과의 사적 교류나 협의 기회가 별로 없다는 점도 힘든 일이라고 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정치 입문에 대해 후회한 적도 있을 것 같았지만 의외로 그의 답변은 명쾌했다. 김 의원은 “정치를 하려고 했을 때 영예롭고 대우받는 일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내가 하고 있는 게 제대로 된 일인가. 누굴 위해 이렇게 하고 있는가’라고 물어본다.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면 더 힘들 텐데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고민하다 보니 그런 떳떳한 부분들이 새로운 힘을 주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하기 전에는 저의 가족과 제가 속한 곳만 관심을 갖고 살았는데, 정치를 하니까 저와 관련이 없는 많은 것들과 어려운 사람들을 대해 고민하게 됐다”며 “정치를 얼마나 할진 모르지만 이런 측면에서 정치를 경험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거복지 ‘올인’ 부동산 전문가
“그간 집의 근본 속성 간과”

 
김 의원은 주택, 부동산 등 주거복지 정책 전문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경원대 도시계획학과 겸임교수 등 부동산 전문가로 20여년을 살아왔다. 국회에서도 이와 연관된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를 둘러싸고 그간 논쟁이 됐던 내용 중 하나는 ‘빚 내서 집 사면 망한다’는 것이었다. 김 의원은 이 점에 대해 “우리가 그동안 부채를 활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을 너무 쉽게 접하면서 집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속성인 ‘쉼터’ ‘재충전의 공간’ ‘삶의 그릇을 담는 공간’ 이런 부분에 대해 아무도 강조하지 못하고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능력이 되는 분들은 자기가 오래 살 만한 집을 사서 그 집이 주는 편익을 누리시라고 권장한다”며 “하지만 능력이 부족한데 이 집을 통해서 자본 이득을 얻고자 투자하기 위해서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집은 양면성이 있다. 순수하게 거주 목적이긴 하지만 (가격이) 오르지 않았을 때 우리가 (과연) 행복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런 차원에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사고, 살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임대주택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임대주택 하면 흔히 공공을 떠올리지만 공공임대주택은 짓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재정이 많이 들어가 계층을 한정할 수밖에 없다”며 “민간에서 제공하는 임대주택이 만들어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최근 격려 문자 쏟아져
“전문직 비례 善 사례 됐으면”

 
김 의원은 최근 시민들로부터 격려 문자를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탈당·출당과 관련해 비난의 문자를 많이 받았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문자는 거의 없다”며 “최근 국민 상식에 비춰 정치를 하겠다고 발언했는데 이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재선 도전 의사를 묻는 질문에 그는 “정치를 하기로 한 시점에 저의 인생의 모토는 세상에 뭔가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이었는데 그 수단 중 하나가 정치였다. 3년 더 해보고 계속 정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한 번 더 도전하고, 그렇지 않다고 판단이 되면 다른 일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전문직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저렇게도 의원 활동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좋은 사례가 됐으면 하는 것이 제 소박한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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