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수 미교에 감사장 전달… “대형 사고 예방 공로”
“불안해서 집에서 나왔어요”… “근본적인 대책 마련해야”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을 직접 경험하니 아찔하네요.”

고철용(63)씨는 지난 2월 6일 오후 1시 14분께 자신의 승용차를 몰며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요진 와이시티 앞 중앙로를 지나다 깜짝 놀랐다. 느닷없이 도로가 주저앉으면서 금이 가고, 틈새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운전을 하던 중 갑자기 도로에 금이 가면서 틈이 벌어졌다"라며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눈앞에 벌어져 급히 가속 페달을 밟아 금이 간 도로를 빠져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같은 시각 업무를 보기 위해 요진 와이시티 부속상가 앞에서 백석터미널 쪽으로 걸어서 이동하던 박 모(56·여)씨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인도가 갑자기 주저앉으면서 보도블록들이 도로 쪽으로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인도가 푹 꺼졌다”면서 “너무 놀라 땅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입주를 마친 경기 북부 지역에서 최고층(59층)인 요진와이시티 주민들은 사고 직후 도로 주변으로 나와 시(市)에 안전대책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신고를 받은 고양시와 경찰은 즉각 현장에 출동,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우선 일산 방향 3개 차로 교통을 통제했다. 시는 현장실사를 한 결과 일단 요진 와이시티의 사무용 건물 터파기 공사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고양시청 관계자는 “요진 측이 터파기 공사를 진행하면서 도로 아래 고여 있던 지하수나 상하수도관이 터져 터파기 공사 현장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정확한 원인 파악 없이 섣불리 복구작업을 했다가 재발하면 시민의 불편이 더 커져 전문가들과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불안해서 집에서 나왔어요. 집이 무너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돼요.”

지난 2월 14일 오후 6시 25분께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요진와이시티 인근 도로에 길이 약 100m의 땅꺼짐(싱크홀) 현상이 발생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인접한 도로와 인도에서 땅꺼짐과 균열이 발생한 지 불과 8일 만에 같은 현상이 발생하자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날 최초 신고시각으로부터 2시간여가 지나자 약간씩 땅이 더 가라앉아 도로가 15도가량 기울었다. 도로와 접한 인도에 설치된 펜스는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앞쪽으로도 완전히 넘어져 멀리서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또 땅이 꺼지면서 건너편 차선에는 2군데 균열까지 생겼다.

요진와이시티 주민인 김모(59·여)씨는 “지난번에 싱크홀이 발생했을 때도 하룻밤 사이에 대충 공사를 하고 다음 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나갔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김모씨는 이어 “지난해에 입주했는데 후회가 되고 솔직히 너무 불안하다”면서 “단순 보강공사가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잇따른 사고는 모두 요진와이시티 부속상가 옆 부지에 지어지는 업무시설의 터파기 공사 중 지하수 침출로 흙이 유실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 부지에는 지하 5층에 지상 28층짜리 건물을 짓기 위한 깊이 20m의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지난 2월 6일 사고는 부지 앞면 도로에서, 이날 사고는 부지 옆면 도로에서 발생했다. 이 공사는 요진와이시티 건설사인 요진건설이 진행 중이다.

인근에 사는 최모(35)씨는 “갑자기 멀쩡하던 도로가 계속 갈라지고 꺼지는 걸 보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면서 “뉴스를 본 친구들이 조심하라고 연락이 온다”고 전했다. 이날 사고로 경찰은 왕복 6개 차선을 모두 통제했다. 이 도로는 고양종합버스터미널로의 진출입로도 이용되고 있어 시민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고양시에서 땅 꺼짐 현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일산신도시에서 4건의 땅 꺼짐 또는 지반 침하 현상이 나타났다. 2005년에는 이날 사고 지점에서 불과 수백m 떨어진 인도에서 20대 남성이 직경 1m, 깊이 3m 크기 구덩이에 빠져 30분 만에 행인에게 발견돼 구조된 바 있다.

당시 사고가 난 장소는 백석동의 한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 바로 옆 인도였다. 인명사고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지난해 7월 앞서 두 곳과 멀지 않은 일산 동구 장항동 인도에서 지름 2m, 깊이 2m 크기의 싱크홀이 발생해 길가던 60대 여성이 구덩이에 빠져 다쳤다.

3년 전에도 일산서구 대화동에서 터파기 중인 공사장 인근 도로가 왕복 6차로 중 3개 차로가 폭 15m, 길이 20∼25m, 깊이 최대 50㎝가량 침하, 5일간 양방향 차량 통행이 금지된 바 있다. 알려진 4건 중 3건이 공사장 인근에서 발생했다. 공사와 관련해 지하의 흙이 유실되거나 지반이 약해져 땅 꺼짐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같이 잇따른 일산 백석동 땅꺼짐 사고와 관련, 경찰은 일산요진와이시티 업무시설 공사 관계자들을 줄줄이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일산동부경찰서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요진건설산업 대표 최모(54)씨와 현장소장 2명, 하도급업체의 대표와 현장소장, 감리 2명 등 총 7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7월 5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월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 요진와이시티 업무시설 건설현장에서 터파기 공사 중 부실시공과 감리 소홀로 주변 도로에 지반 침하와 균열을 일으키는 등 공공시설물에 피해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 부실시공 등으로 인해 땅꺼짐 피해가 발생한 것이 확인돼 주요 책임자들을 모두 입건했다”고 밝혔다.

한편, 일산동부경찰서는 지난 2월 9일 일산 요진와이시티 앞 도로 균열과 침하 사고를 최초로 발견해 신고한 가수 미교(25·본명 전다혜)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걸그룹 ‘러브어스’ 멤버 출신인 전 씨는 지난 2월 6일 오전 11시 15분께 “도로가 꺼져 있어 위험한 것 같으니 주민들과 차량을 통제해야 할 것 같다”며 112에 신고했다.

당시까지 다른 주민들은 도로 침하와 균열을 발견하고도 인근에 공사현장이 많은 탓으로만 생각한 탓에 관계기관에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전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안전에 관심이 많아져 인도가 꺼져 있는 걸 보자마자 경찰에 신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성희 일산동부서장은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으나 시민의 세심한 관찰력과 신속한 신고 덕분에 대형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윤광제 작가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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