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섬 한강시민공원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연이은 폭염으로 서울 한강시민공원의 인기가 뜨겁다. 너나할 것 없이 음료와 배달음식들을 들고 방문한다. 최근에는 더위를 식히려고 ‘그늘막 텐트’를 들고 나온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 조립식 소형 텐트에서부터 원터치형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한강사업본부의 그늘막 텐트 설치 규정을 지키지 않아 다른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숲공원은 올해 4월부터 공원 내 그늘막 설치를 전면 금지했다. 불만 섞인 목소리가 커질듯 했으나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어 한강시민공원과 대조되는 풍경이다.

한강공원 이용객 해마다 증가···일부 시민, 안내방송‧알림판 無 신경
서울숲공원 그늘막 텐트 금지 조치···시민들 반기는 추세?


한강시민공원을 방문하는 이용객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한강사업본부(이하 본부)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강시민공원 방문자 수는 약 880만 명이다. 지난해 같은 달 470만 명에 비하면 1년 사이 두 배 가량 늘었다. 하지만 시민의식은 이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들은 본부가 안내하는 이용 규정을 올바르게 지키고 있을까.

“안일한 시민의식
변화해야“


기자는 지난 12일 오후 뚝섬 한강시민공원 방문했다. 이 곳에는 많은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강가와 가까운 곳에 돗자리를 편 시민, 공원의자에 누워 부채질을 하는 시민, 그늘막 텐트를 치고 잠을 자는 시민 등 공원 문화를 즐기는 모습도 다양했다.

한강시민공원 그늘막 텐트 이용 규정 알림판
곳곳에는 그늘막 텐트 이용 규정을 공지하는 알림판이 있었다. 알림판에는 ‘그늘막은 소형 설치, 2면 이상 개방해야 합니다. 설치 가능시간 4월~10월 오전 9시에서 오후 9시까지. 11월~3월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라고 적혀있다. 1년 내내 규정만 준수하면 그늘막 텐트를 설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강사업본부는 지난 2015년 그늘막 텐트 이용객이 늘고 허용기간이 짧다는 민원이 지속되자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설치 장소나 허용되는 그늘막 텐트 조건은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 한강공원 보존 및 이용에 관한 기본조례를 보면 잔디밭 외에는 그늘막 텐트를 설치할 수 없고, 지정하는 장소에서만 그늘만 텐트를 칠 수 있다. 허용되는 그늘막 텐트는 4~5명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소형 텐트(가로 3.0m, 세로 2.5m 이내)로 두 면 이상 개방된 것이어야 한다. 특히 지정된 장소 외에서 야영이나 취사를 하면 1회 적발 시에도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밖에 본부는 그늘막 텐트 안에서 이뤄지는 지나친 애정행각‧음주가무 등의 무절제한 행락을 방지하기 위해 ‘그늘막은 반드시 두 면 이상을 열어 달라’는 안내 방송을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이날 서울의 한낮 최고 기온은 33도로 예보될 만큼 찜통더위와 열대야 현상이 지속됐으나 모든 그늘막을 닫은 채 이용 중인 텐트들이 눈에 띄었다. 한 면만 열고 낮잠을 자는 사람들도 보였다. 규정에 아랑곳하지 않는 행동들이다.

여의도 한강공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늘막을 두 면 이상 개방하지 않거나 과도하게 큰 텐트를 설치해 보행하는 시민들에게까지 불편을 주고 있었다.

돗자리에 앉아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A씨는 “(본인들이) 떳떳하면 문을열어 놨을 것이다. (텐트 내에서) 무얼 하고 있나 의심된다.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오는 장소에서 음흉한 행동이라도 하면…”이라며 우려했다.

또 다른 B씨는 “떡하니 (알림판이) 보이는데…이기주의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저것(그늘막 설치 규정 위반)만이 문제가 아니다. 음주 후 술병을 버려 놓고 아무 곳에나 대자로 뻗어 있는가 하면 밤에는 고성방가도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라며 “지속적인 단속과 규정 공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안일한 시민의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시민들이 그늘막(텐트)을 이용해서 쉴 수 있도록 허용을 하고 있다. (하지만)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거나 공원 환경을 저해하는 등의 이유로 다른 이용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그늘막 텐트 설치 규정을) 본부 지침으로 (시민들에게) 계도(啓導)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숲공원 그늘막 텐트 설치 금지 현수막
서울숲공원
시민의식 다를까


같은 날 서울숲공원은 뚝섬 한강시민공원과는 다르게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입구에서부터 ‘서울숲공원에는 그늘막(텐트)을 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조금 더 들어서자 나무 밑에 설치된 의자나 평상 등에서 쉬고 있는 시민들이 보였다. 서울숲공원 내부를 모두 돌아다녔지만 그늘막 텐트를 설치한 시민은 없었다.

기자는 아이와 함께 온 C씨에게 그늘막 금지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불과 1~2년 전만 해도 (그늘막) 텐트를 이용할 수 있었다. 주말만 되면 많은 인파들이 텐트를 설치해 북새통을 이뤘다”면서 “금지를 잘한 것 같다. 그늘막이 있다고 대낮부터 여기저기서 발라당 누워 있는 모습이 보기에 불편했다”고 말했다.

서울숲공원을 운영 및 관리하는 서울숲컨서번시 관계자는 “그늘막 텐트 설치는 작년 10월까지만 허용했다. 이후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 올해 4월부터 정식으로 금지한다는 것을 홍보했다”면서 “요즘 그늘막 텐트를 치는 숫자가 거의 없다. 이미 많이 알려지고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늘막 금지 조치 사유로는 “(대표적으로) 다른 시민들의 공원 이용에 지장을 준다는 것과 녹지나 경관이 훼손된다는 점. 폐쇄적인 것(특성)으로 인해 치안상에 문제가 있다는 점. 장시간 공간을 점유하거나 텐트가 밀집돼 이용객들 간의 마찰이 있는 점 등”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강시민공원 사례(텐트 허용)와는 조금 다르게 서울숲공원에는 나무그늘이 많이 있다. 나무그늘 안에 그늘막 텐트를 설치하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며 “(따라서) 한강시민공원 또는 그늘이 별로 없는 지역과는 다른 문제가 존재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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