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가 오는 24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문 후보는 부산고등검찰청장 출신으로,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검찰 개혁을 잘 이끌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문 후보로선 부담감이 클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특유의 기수문화로 움직이는 검찰조직에서 고위직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다. 또 현 정부가 지난 MB정권에 총구를 겨누면서 전직 대통령을 수사해야 한다는 압박과 함께, 착착 진행되고 있는 재벌 개혁과 비교될 가능성도 대두된다. 검찰 개혁의 중추 역할을 맡게 될 문 후보의 고민을 따라가 봤다.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는 사법연수원 18기다. 문 후보가 검찰총장에 취임하면 윗 기수인 고위직 검사들의 줄사퇴가 예상된다. 이미 박성재(54·17기) 서울고검장과 김희관(54·17기) 법무연수원장이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는 검찰 특유의 문화로, 후배나 동기가 승진하면 이른바 ‘용퇴’라는 이름으로 검찰을 떠나는 관행이 남아 있다. 앞서 김 원장과 박 고검장의 용퇴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검찰 안팎에선 두 인사의 용퇴를 시작으로 문 후보자의 동기들인 18기 간부들도 조만간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고위 간부들의 줄사퇴가 예상되는 만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모두 취임하게 되면 정기 인사를 앞두고 공석인 검사장 자리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이 빈자리가 정부와 코드를 함께하는 인사들로 메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앉히는 등 파격 인사가 이어지면서 고위 간부 자리가 많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사실상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가 검사장으로 승진하지 않겠느냐”고 예측했다.

문 후보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신이 검찰총장으로 오는 바람에 검찰 내부 사정에 정통한 고위직 인사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데다, 용퇴한 검사를 따르던 일부 후배 검사들의 곱지 않은 시선까지 받아야 할 소지가 있어서다.

용퇴를 하는 고위직 검사들은 검찰로서 역량이 뛰어난 인재들로, 기수와 상관없이 국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형성해야 하는 책임감까지 떠안게 됐다.

특히 문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임명이 되면 본격적으로 MB정권에 총구를 겨눠야 한다. 전직 대통령을 타깃으로 한 수사의 선봉에 서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인사는 대체적으로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을 함께 할 인사들을 각 기관 및 부처에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의 인사 배치를 감안하면 ‘적폐청산’의 총구는 MB정권을 향해 있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시각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국정원 댓글 사건’ 외압을 폭로했던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을 임명했다. 문 후보자는 김경준 전 BBK 대표 기획입국설과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맡은 바 있다. 모두 MB 측과 관련 있는 사건이다.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는 건 집권 당시의 행정조직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현재 검찰에 남아 있는 전 정권의 구성원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 검찰 등 사정기관을 비롯해 정부부처에서 MB정부 시절 발생했던 일들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이달 안에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활동 종료와 함께 내각 구성이 마무리된다면 사정정국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재벌 개혁과 함께 검찰 개혁을 최대 과제로 삼고 있다. 가장 시급한 개혁의 양대 축으로 볼 수 있다. 재벌 개혁의 선봉장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다. 일단 재벌개혁의 첫 발은 순조롭게 뗐다는 평가가 많다.

김 위원장은 “재벌 개혁은 일회적인 몰아치기식 개혁이 돼선 안 된다”며 “모든 경제 주체의 노력과 시장의 압력에 의한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취임 일성과 함께 존재감을 과시했다. 부영 등 대기업은 물론 갑질 논란이 불거진 프랜차이즈 업체를 줄줄이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동시에 내부 개혁도 추진 중이다. 국민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추는 한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봐주기 의혹으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구상도 있다.

공정위 내부에선 이런 김 위원장의 완급 조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교수 출신인 김 위원장을 두고 ‘현실과 동떨어진 행정’을 펼치지 않겠느냐는 우려는 이미 해소됐다는 전언이다.

이제 다른 한 축인 검찰 개혁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뗄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 개혁 역시 문 후보의 취임과 함께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것이란 기대가 높다”며 “초반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법무부 장관 등과 엇박자를 낼 경우 자칫 재벌개혁과 비교되는 모양새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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