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재소자의 사망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교도소 운영·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위급한 환자에 대한 조치가 미흡할 뿐 아니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재소자들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주변 수형자의 심적 고통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재소자들의 인권과도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전북 군산교도소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 교도소에서 60대 수감자 A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평소 심근경색과 협심증을 앓던 A씨는 오전 6시 30분경 쓰러졌다. 교도소 측은 A씨에게 혈압강하제를 투약한 뒤 혈압이 정상범위로 돌아온 것을 보고 오전 6시 53분경 A씨가 머물던 환자 전용 수용실로 옮겼다.
 
A씨는 9시에 출근한 군의관의 지시에 따라 군산의 한 종합병원에 오전 9시 30분경 도착했다. 쓰러진 뒤 대형병원에 도착하기까지 세 시간가량이 걸린 셈이다. 이후 병원 사정으로 군산에서 또 다시 익산의 한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이튿날인 14일 오후 8시 57분 숨졌다.
 
유족 측은 교도소의 늑장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서 상태가 안 좋은데 혈압강하제만 주는 게 말이 안 된다며 그 시간에 곧바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도소 측은 그러나 이송과 혈압강하제 처방 여부에 대해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군산교도소는 ‘수용자 사망관련 설명자료’를 통해 “최초 진료 당시에는 본인이 증상을 또렷이 진술하고, 스스로 걸어서 화장실을 다녀왔다”라며 “뿐만 아니라 (사망 수감자가)거실 내에서 넘어진 사실도 진술하지 않았고, 혈압강하제 투여 이후 혈압이 안정돼 중증으로 인식할 만한 사유가 없었다”고 이송 늑장 주장에 반박했다.
 
이어 “최초 진료한 직원의 의료자격 여부는 응급구조사 2급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당시 의무관에게 유선으로 관련 증상과 내용 등을 보고하고, 처방을 받아 혈압강하제를 투여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에는 제주교도소 독방에 수감돼 있던 40대 B씨가 숨졌다. B씨는 벌금 20만 원을 내지 않아 2일짜리 노역을 위해 수감됐다가 하루 만에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5시경 제주교도소 독방에 수감돼 있던 B씨는 교도소 점호 과정에서 쓰러져 있었고, 교도관이 이를 발견해 제주시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전 5시 11분경 숨졌다. 부검 결과에 따르면 B씨는 ‘알콜성 확장성 심근병증에 따른 급사’로 사망했다.
 
B씨는 숨지기 전 수감된 독방에서 밤새 고통을 호소하며 교도소 측에 도움을 호소했지만 이를 묵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교도소 측은 술에 취해 입소된 이 수형자의 사망원인을 술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주교도소는 자체적으로 조사를 벌여 B씨에 대한 교도관의 가혹행위나 방관 등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제주교도소 측은 “당시 CCTV를 통해 순찰자가 정해진 시간에 제대로 근무를 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만약 재소자에게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응급조치를 시행하게 돼 있기 때문에 송씨가 고통을 호소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즉시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교도소에서 잇따라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재소자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에 위급한 환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만이 능사가 아니며, 재소자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6일 오전 11시30분쯤에는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B(52)씨가 목을 맨 채 발견됐다. 그는 이날 재소자 운동시간에 운동장으로 나가던 중 대열을 이탈해 계단에서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에는 이 교도소 독방에 수감 중이던 C씨(47)가 속옷을 이용해 목을 매 숨진 바 있다.
 
이는 교도소 관리 시스템 전반의 문제로 지적된다. 재소자에 비해 적은 교도소 인력 때문에, 대열 이탈 등이 발생하면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교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야간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근무자 1명이 수십명을 감시해야 한다”며 “유사시 발견이 늦을 수밖에 없고 한꺼번에 여러 상황이 발생한다면 사실상 적절한 대응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소자들의 경우 심경이 정상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며 “그래서 수형생활을 하는 재소자들은 극단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고, 이런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는 재소자는 더욱 심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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