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간의 충돌 잦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의 한 클럽에서 흉기를 휘둘러 손님 10여 명을 다치게 한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15일 A씨를 살인미수‧특수상해‧특수폭행 혐의로 붙잡아 조사했다. A씨는 이날 오전 3시 20분경 클럽 안에서 빈 소주병을 깨트린 후 병목을 잡고 휘둘러 손님 14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일부 언론의 인터뷰를 통해 “목이나 얼굴 쪽을 부여잡고 있는데 그게 다 피였다. 길바닥에도 피 닦은 휴지가 널려있고 몇 명은 의식 없이 누워있다 구급차에 실려 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음악을 듣고 춤을 추며 즐기는 공간이 범죄와 안전사고의 사각지대로 변질된 모습이다. 일요서울은 홍대에 위치한 여러 클럽들의 안전 실태를 살펴봤다.

소음, 연기, 밀집한 방문객들로 사건‧사고 인지 어려워
일부 클럽, 비상구 잠그고 직원만 출입 가능한 통제구역 지정


지난 20일 오후 10시 10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의 한 클럽. 클럽 앞은 많은 사람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섰다. 입장하기 전부터 비틀거리는 사람, 신분증 검사에서 탈락(?)한 미성년자들, 한시적 ‘무입(무료입장)’을 위해 다급히 뛰어오는 사람 등 모습도 다양했다. 입구에는 신분증을 검사하는 관계자 3명이 서 있었다.

한 홍보물이 눈길을 끌었다. 웃음가스가 담긴 풍선, 이른바 ‘해피벌룬’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해피벌룬은 지난해 말부터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으며 홍대 등 여러 지역의 주점, 클럽 등에서 서비스용으로 무료로 배포되다 최근에는 인파가 몰리는 거리에서 노점형태로 판매됐었다. 또 해피벌룬은 의료용 보조마취제 아산화질소를 채운 풍선으로 수초간 흡입하면 20초 남짓 정신이 몽롱해지고 절로 웃음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일명 ‘마약풍선’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최근까지 클럽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해피벌룬을 하나씩 들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홍대 여러 클럽 앞에는 해피벌룬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홍보물이 이곳저곳 비치돼 있었으며 해피벌룬을 들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이유는 환경부 및 식약처가 해피벌룬을 환각 물질로 지정하기 위해 법령을 개정하는 중이고 집중 단속을 벌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판매상들도 모습을 감췄다.

20분 정도 기다리자 입장할 차례가 왔다. 관계자들은 신분증과 기자의 얼굴을 대조해 보며 수차례 살펴봤다. 까다로운(?) 입장 절차를 마치고 클럽 안에 들어서자 자욱한 담배 연기와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몰려왔다. 150~200평 남짓한 공간에 60여 명의 사람들이 밀집해 춤을 추고 있었다. 안전요원들은 야광봉을 들고 호루라기를 불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들은 앉아있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줬다. 곳곳에 금연구역이라는 홍보물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일부 방문객들과 클럽 관계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가득했다. 대화가 힘들 정도의 큰 음악소리 때문에 방문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귓속말을 나눴다. 음악소리는 귀와 몸이 울릴 정도였다. 소음 측정 어플리케이션을 열고 소음을 측정해봤다. 최대 90dB, 평균 80dB로 나타났다. 소음은 80dB을 넘으면 청력장애가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듯 클럽 안의 큰 음악소리는 인체에 좋지 않을뿐더러 사건‧사고 발생 시 가까이서 목격하지 않으면 인지 할 수도 없는 정도였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방문객은 1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주위 사람들과의 간격이 20cm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안전요원들의 통제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에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특히 디제이(DJ)가 있는 앞쪽으로 이동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담뱃불이 옮겨 붙을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클럽 상부 쪽에는 연기를 내뿜는 특수 무대효과 장비들이 설치돼 있었다. 연기를 내뿜는 장비와 무대조명, 담배연기, 어두운 내부 환경 등으로 인해 3m 이상 떨어진 사람들을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들었다. 또 테이블 위에 올려진 맥주병, 유리잔 등은 춤을 추는 사람들에게 치여 떨어지기 십상이었다.

최근 벌어진 홍대 클럽 흉기 난동 사건처럼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는 어떠 할까. 기자는 비상구 안내 표시등을 따라 비상구로 이동해 봤다. 사람이 많아 비상구까지의 이동 시간도 길었다. 처음 이동한 비상구는 잠겨 있었다. 다른 비상구들은 창고로 이용되거나 통제구역으로 지정돼있었다. 총 3곳의 비상구 중 멀쩡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위급 상황에 ‘병목현상’이 발생되면 탈출시간은 더 길어지고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화재 발생 위험도 컸다. 벽에는 클럽 이름이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으며 담뱃불을 벽에 비벼 끄거나 바닥에 던지는 사람도 적잖았다. 에어콘 앞에서 담배를 피워 담뱃불을 날리는 사람도 목격됐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클럽 측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다량의 휴지를 뿌리기도 했다. 이 밖의 홍대 주변 일부 클럽의 안전 실태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화기나 소화전, 투척용 소화기 등 소방시설은 구비돼 있었으나 지하라는 폐쇄적 특성상 갑작스런 화재 발생 시 위험도가 높을 것으로 관측됐다.

국민안전처 소방제도과 관계자는 “비상구를 잠그면 큰일 난다. 비상구 포상제라고 해서 (해당 지역) 소방서에 신고를 하는 제도가 있다”면서 “비상구는 (안전사고 시) 중요하기 때문에 특별조사 등을 나가 (해당 업소에) 안내해주거나 비상구 픽토그램 스티커를 붙여준다. (또) 이런 제도에 대해 안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럽‧나이트 폭력범죄
하루 평균 55건

 
클럽‧나이트 클럽 등 대형 유흥접객업소의 안전 실태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문제가 지적됐으나 여전히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 클럽‧나이트 클럽 등 유흥접객업소에서 발생한 강력범죄 건수는 지난 2011년 1704건에서 2015년 2119건으로 늘었다. 폭력범죄는 같은 기간 2만8931건에서 2만1277건으로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한 해 2만 건을 크게 웃돌아 하루 평균 55건 씩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앞서 말한 홍대 클럽 흉기 난동 사건의 가해자인 A씨는 생일을 맞은 지인 등 3명과 함께 클럽을 찾았다가 흡연실에 있는 B씨가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었다. 사건 이후 A씨는 “술에 취해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클럽 내부에서는 사람이 많아지자 서로 어깨를 치거나 째려보는 등 시비 붙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또 구석에서는 남녀가 술에 취해 과도한 애정행각을 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홍대 인근의 한 클럽에서 일하고 흉기 난동 사건 당일 인근 클럽을 방문했던 C씨는 “클럽의 경우 보안‧안전 담당자가 있다. 또 사건 발생 시 경찰을 부를 수 있지만 워낙 취객이 많고 사람들이 밀집해 피해도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적어도 인사불성이 될 정도의 손님은 직원과 담당자들이 신경을 써서 제지했어야 한다. 폭행사건뿐 아니라 화재위험, 다른 재해에 대해서도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C씨는 “클럽 직원으로 일하다 보면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취해 있는 이성을 향해 스킨십을 시도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한다. 성폭력이나 성추행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이러한 과정에서 동성 간의 충돌도 잦다. 방문객과 업소들이 서로 신경을 쓰면 사건‧사고 발생률을 조금씩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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