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7월 중순경 친한 지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3선 도전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그동안 자신의 거취를 두고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에 대해 ‘정치인들이 왜 내 눈치를 보나’라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하지만 박 시장의 내년 출마 여부는 단순히 서울시장 선거뿐만 아니라 경기도지사, 당권 그리고 차기 대권 구도와 맞물려 있어 여야는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박 시장의 3선 도전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되는 시기에 차기 대권 주자들 간 조기 대권 과열을 우려한 친문 주류세력의 ‘보이지 않는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집권 여당 내 얽히고설킨 정치방정식을 풀어봤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불출마->재보선->당권 도전에서 3선 도전 ‘오락가락’ 왜
- 靑, 차기 대선 주자 ‘여의도 입성’ 조기대권 과열 ‘우려’

 
박원순 서울시장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거취를 연말에 밝히겠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시장 자리가 ‘소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정치적 위상이 높은 데다, 차기 대권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만큼 시간을 끌수록 여권 내 도전자들의 시기와 견제를 한몸에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당내 주류를 대표해 출마 준비를 하고 있는 인사들은 박 시장이 당내 비주류인 데다 세도 약해 경선에서 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일단 박 시장은 7월6일 민선6기 3주년 기자간담회서 3선 도전을 묻는 질문에 “시민의 뜻이 중요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어 “결국은 시민들의 마음을 잘 읽고 시민들의 뜻에 따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시장, “왜 내 눈치 보나” 이재명 ‘양보론’ 쓴소리
 
특히 이 자리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의 ‘서울시장 양보론’과 여야 인사들의 서울시장 하마평 등에 대한 질문에 박 시장은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박 시장은 “정치인들이 왜 내 눈치를 보나, 자기 소신대로 판단해서 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 시장의 ‘서울시장 양보론’에 대해 발끈한 셈이다. 이 성남시장은 박 시장이 3선에 도전하면 서울시장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시장은 ‘양보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11년 10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한 가운데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현상’에 힘입어 당선돼 ‘빚’으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재차 ‘이재명 양보론’이 나오는 것에 대해 언짢은 심경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사흘 뒤인 1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3선 도전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한 가운데 ‘이재명 서울시장 양보론’을 묻는 질문에는 “현명하니 스스로 잘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각’을 더 이상 세우지 않았다.
 
대신 박 시장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 때 치열한 경쟁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1천만 도시의 운명을 맡는 서울시장이라고 하는 직책에 경쟁 없이 당선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고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 박 시장이 3선 도전을 안할 경우 ‘경선에서 질 것 같으니 안 나온다’는 지적에 경선에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처럼 박 시장의 행보는 집권 여당 내 차기 및 차차기 대권을 노리는 3선급 중진 의원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에 박 시장이 지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3선 도전’으로 조기에 가닥을 잡은 배경 역시 더 이상 자신의 거취를 두고 여권 내 논란이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여당 내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중인 민병두 의원실에서는 “박 시장이 최근 3선 도전 쪽으로 결심한 것으로 우리도 파악하고 있다”며 “하지만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만큼 누가 최종 후보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민 의원이 ‘다크호스’로 부상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박 시장의 3선 도전에 친문재인계의 ‘보이지 않는 힘’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의 선택지는 3가지가 있다. 하나는 불출마 후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 입성하는 안이다.
 
성공하면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도 할 수 있다. 또는 불출마 선언 후 재보궐선거는 포기하고 바로 당권 도전에 나서는 안이다. 여의도 입성은 2020년 총선에서 종로구로 출마한다는 복안이었다. 마지막으로 3선 출마 후 차기 대권 도전을 노리는 것이다.
 
하지만 ‘3선 도전’을 제외한 1, 2안은 친문 진영에서는 달가울 리 없는 안이다. 일단 문재인 정부가 1년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차기 대권 주자가 중앙정치 전면에 나서는 것 자체가 ‘대권 조기 과열’로 이어질 수 있어 국정운영에 부담이다.
 
‘계급장’ 발언 노무현 ‘반기’ 든 김근태 ‘기억’
 
특히 친문 진영은 참여정부 시절 김근태 전 의장과 노무현 대통령 간 ‘계급장 발언’으로 정면충돌한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2004년 6월 잠룡군으로 분류되던 김근태 열린우리당의장은 집권 2년차 노무현 대통령에게 “계급장 떼고 (아파트 분양원가 관련) 치열하게 논쟁하자”고 반기를 들었다. 당장 열린우리당은 김근태(GT)계와 친노무현계로 갈라지면서 사분오열되었던 아픈 기억이다.
 
이에 박 시장이 3선 출마는 친문입장에서는 차기 유력한 대권 주자를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국 운영이 가벼울 수밖에 없다. 또한 주류측에서 박 시장의 3선 도전을 선호하는 데는 ‘인물부재론’도 한몫하고 있다. 당내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 중에서 박 시장 이상으로 믿고 맡길 만한 마땅한 주류측 인사가 부재한 게 현실이다.
 
현재 민주당 내 거론되는 서울시장 후보로는 추미애, 박영선, 이인영, 우상호, 민병두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차출론’ 나오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이럴 경우 친문 주류 세력이 믿고 지지할 만한 후보를 찾기 힘들다.
 
추미애 당 대표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서울시장 출마에 별 관심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불출마 입장을 시사했다. 하지만 추 대표가 주류 세력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출마는 하나마나다. 출마한다면 자력으로 치열한 경선을 뚫어야 한다.
 
지난 민주당 경선 때 안희정 캠프에서 활동하며 문 후보와 ‘날’을 세웠던 박영선 의원도 마찬가지 신세다. 이인영, 우상호 의원은 젊은 ‘86그룹’이지만 인지도가 높지 않고 세력도 약하다. 정확히 보면 친문보다는 GT계에 가까운 인사들이다. 민 의원은 DY계로 주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 주류 입장에서는 박 시장의 3선 도전에 딱히 반대할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박 시장이 ‘3선 도전’으로 선회한다면 경기지사 경선 구도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였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경기지사 선거에 나설 공산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지난 촛불 대선에서 수혜를 입은 인사다. 대중적 인지도 뿐만아니라 위상도 기초단체장에서 대선 주자급으로 높아졌다.
 
당장 박 시장이 3선 도전으로 가닥을 잡고 이 성남시장이 경기지사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자 경선을 치러야 할 후보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친문 강경파로 경기도지사 출마가 점쳐지는 최재성 전 의원이 나섰다.

최 의원은 7월24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내년 지방선거를 대선의 발판쯤으로 생각해서 하는 경기도지사 도전이나 서울시장 3선 피력은 멋지지 않다”고 이 성남시장과 박 시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최 전 의원은 이어 “대선 경선 주자들의 편한 사고를 경계한다”면서 “출마에 ‘왜’와 ‘어떻게’가 없다. 이런 식이면 제가 나가도 이기고, 비전과 의지가 있는 누가 나가도 이길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 전 의원은 박 시장이 3선 도전에 따른 이 성남시장의 경기도지사 유턴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 시장을 겨냥해 견제구를 날린 셈이다.
 
이에 이 시장은 “어느 선거에 출마할지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다”고 한발 물러났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연말이 아닌 빠르면 9월에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원순 나비효과’ 경기도지사.당권.대권 ‘출렁’
 
여당 내 경기지사 후보로는 전해철 의원이 유력하다. 문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3철’(양정철, 이호철, 전해철)로 경기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한 비문진영에서는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 끝까지 완주한 최성 고양시장, 김진표·이종걸 의원도 하마평에 올라 있다.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은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으로 가면서 일단 후보군에서는 멀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성남시장이 경기도지사 경선에 참여할 경우 전해철 의원과 양강구도를 형성할 공산이 높다. 최 전 의원은 조직에서 앞선 전 의원과 대중인지도가 높은 이 성남시장 사이에 자칫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나아가 박 시장의 ‘3선 도전’은 당권과 대권 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공산이 높다. 일단 박 시장의 당권 도전이 물 건너가면서 대권·당권에서 강력한 라이벌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독주가 예상된다.
 
안 지사는 ‘3선 도전’보다는 ‘중앙정치 무대’ 복귀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6월에 치러지는 수도권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여의도에 입성한 후 7~8월 전대 출마를 최상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박 시장의 3선 도전의 최대 수혜자는 안 지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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