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고율 느는데 안전은 글쎄?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가 있다. 바로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따릉이다. 따릉이는 지난 2015년부터 시작돼 2년가량 지속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용객들이 매달 늘다 보니 대여소와 자전거를 추가 배치하는 등 생활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따릉이가 안전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자전거 사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음주 주행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어 취객을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따릉이 대여소를 다니며 이용 실태에 대해 살펴봤다.

서울시, 따릉이 2만 대 목표···1만4400대 추가 배치 계획
이용객 중 20대 가장 높아···서울 자전거 교통사고 5년간 1만7463건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지난해 12월까지 서울시 곳곳에 대여소 405개, 자전거 5600대가 설치됐다. 또 최근까지 기준 회원 수가 32만 명, 누적 대여건수가 285만 건을 돌파했다.

서울시는 따릉이 2만 대 시대를 올해 목표로 삼았다. 따릉이 1만4400대를 추가 배치해 총 2만 대까지 확충한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보다 앞서 공공자전거를 도입한(2016년 기준) 푸랑크푸르트의 Nextbike 3000대, 뉴욕의 Bitibike 6000대를 뛰어넘는 수치로 가장 대중화된 공공자전거 서비스로 알려진 파리의 Velib 2만3600대와 비슷한 규모다.

대여소도 기존 11개 자치구‧450개소에서 25개 자치구‧1290개소까지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대중교통과의 연계성을 극대화해 생활교통수단으로 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잡고 있다.

따릉이의 하루 이용률은 1만 건에 달한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신원철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31일 기준, 대여소별 일대여 건수 합계가 1만여 건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회원가입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23만7941명(지난 3월 기준) 중 20대가 12만9082명(54%)로 가장 높았으며 30대 5만2663명(22%), 40대 2만8907명(12%)이 그 뒤를 이었다.

따릉이는 서울시민들의 생활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안전대책의 미흡이 지적된다. 자전거 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이용객의 부주의와 일부 허술한 규제책이 시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김태수 의원이 지난해 11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시에서 발생한 자전거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5년 동안 1만7463건의 사고가 발생해 1만8356명이 부상을 입고 138명이 사망했다. 사망사고의 대부분은 자전거와 자동차가 충돌한 사고로 119명이 목숨을 잃었고, 자전거가 전복돼 8명이, 자전거가 행인을 치어 7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자전거 운전자가 낸 사고는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증가했다. 2010년 2663건, 2011년 2883건, 2012년 3457건, 2013년 4249건, 2014년 5975건, 2015년 6920건 등이다.

지난해 자전거 운전자가 낸 사고는 총 5936건으로 2015년보다 줄었지만, 사망자는 113명으로 2015년보다 오히려 6명이 늘었다. 지난해 자전거 사고로 인한 부상자는 2011년보다 3305명이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취객이 자전거를 타면 사고 발생률이 느는 것이 당연하지만 현행법상 음주운전 단속이나 처벌 조항이 없다. 자전거 음주 사고가 나더라도 ‘상해 또는 기타’로 분류돼 자전거 음주사고 증감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신원철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따릉이 대여소별 이용내역’ 자료에 따르면 706개의 대여소 중 하루 대여 건수(지난 6월 31일 기준)가 가장 높은 곳은 여의나루역 1번출구 앞이 104.2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뚝섬유원지역 1번출구 앞 67.49건, 봉림교 교통섬 59.09건, 홍대입구역 2번출구 앞 58.93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중 대학가 근처 또는 인구 밀집지역이면서 술집‧유흥업소와 가까운 곳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기자는 지난 3일 오전 11시경 이용건수가 17번째로 높은 한양대병원사거리에 방문했다. 대여소 반경 200m 내외에는 술집과 유흥업소들이 즐비하다. 오전시간이라 지나는 시민이 많이 없었으며 따릉이 대여소에는 총 20개 거치대 중 4개가 비어 있었다.

따릉이 정기권으로 매일 이곳에서 출‧퇴근을 한다는 직장인 A씨는 “퇴근시간이 되면 (이곳에) 20대(시민)들이 급격히 증가하며 많은 사람들이 술집으로 향한다”며 “문제는 술집에서 나오자마자 (따릉이를) 타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야근으로 밤늦게 따릉이를 반납을 할 때 술 냄새가 심하게 나는 이용객들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한강을 통해 다니면 그나마 괜찮을 것 같은데 (자동차) 도로나 인도를 넘나들며 위험한 주행을 해 (자동차 운전자‧보행자에게) 피해를 준다”며 “(자전거가) 음주운전 단속에 해당하지 않아 그런 것 같다. 경찰들이 안 잡으니 당연한 일 아닐까”라고 의견을 밝혔다.

 
  현재 도로교통법 제50조에 따르면 ‘자전거 운전자는 술에 취한 상태 또는 약물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자전거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지만 처벌 규정이 아닌 일종의 권고사항이다. 따릉이는 대여소에 비치된 안내판을 통해 ‘음주운전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을 공지하고 있지만 음주 이용객을 막을 직원 및 장비가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떠오른다. 이는 인건비 부담 등으로 대여소마다 직원과 키오스크(KIOSK‧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 등을 두지 못하고 있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밤이 되자 A씨의 말대로 한양대병원사거리에는 20대로 추정되는 시민들이 급격하게 늘어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 중 고개를 푹 숙인 채 비틀거리며 지인과 걸어오는 시민이 따릉이 대여소로 향했다. 정작 따릉이를 탈 장본인은 술에 취해 비밀번호도 제대로 누르지 못하고 옆에 있던 지인이 도와 겨우 따릉이를 탈 수 있었다.

 
  홍대입구역 2번출구 앞 대여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하루 대여 건수가 4위이며 인근에 술집과 유흥업소가 많다. 지나는 시민이 많이 보였으며 따릉이 이용객도 문전성시를 이뤄 남은 따릉이가 없을 정도였다.

이곳에서 만난 이용객 B씨는 술을 먹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금 마셨다”고 답했다. 그는 “맥주나 소주 서너 잔 정도는 (자전거가) 자동차도 아니고 괜찮지 않느냐”라며 “밤이 늦으면 대중교통이 끊기거나 택시 할증요금이 붙어 따릉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자전거정책과 관계자는 “따릉이는 24시간 운영한다. 요즘 날씨가 더워서 (일부 이용객들이) 야간에 음주를 하고 귀가할 때 따릉이를 타는데 한두 잔 가볍게 마셨다고 해서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 느끼고) 타면 절대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음주 주행 규제를 위해 올해 상반기에 법령개정을 행자부(행정안전부)에 건의했다. 아직 실행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따릉이를 탈 때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안전헬멧 보호 장구를 꼭 착용하고 도로에서는 우측 가장자리를 이용해 저속으로 안전하게 타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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