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분양가상한제’·‘통상임금’이 우리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번 8·2 대책으로 분양시장의 위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익성까지 크게 악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통상임금에 관련해서도 현재 103건의 소송이 진행중이며 기업 패소 시 최대 8조 원의 비용이 투입됨에 따라 관련 기업들이 노심초사 중이다.

아울러 두 건 모두 우리 산업계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데다 서민 물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만큼 각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민간 택지까지 적용 땐 수익성 악화 불가피
통상임금 소송 103건…패소 시 최대 8조 원 지출

우선 분양가상한제부터 살펴보자. 지난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8·2 부동산대책에서 예고한 대로 분양가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분양가상한제의 적용 기준인 주택가격 상승률과 청약경쟁률 등을 수정키로 했다.

현재 주택법 시행령에 규정된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은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10% 이상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직전 3개월 연속 평균 청약경쟁률이 20대 1 이상인 경우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이 너무 높아 최근 급등세를 보인 강남 재건축만 하더라도 이 기준을 만족시키는 곳이 없었다. 때문에 국토부 등 정부는 이 정량 기준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다음 달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셈법 복잡해진 재건축 단지

현재 검토 중인 방안은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보다 ‘다소 강한 정도’인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 ▲직전 2개월간 해당 지역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넘거나 국민주택규모(85㎡) 이하 주택의 청약률이 10대 1을 넘는 곳이다.
현재 강남 일부지역의 분양가가 3.3제곱미터에 5000만 원을 육박하고 있는데 이걸 잡아야 집값을 낮출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막바지 철거공사가 한창인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는 이달 말 분양에 나서지만 분양가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분양가를 눈여겨보기 시작하자 눈치 보기를 하는 것이다.

이는 주변 집값보다 높게 분양가가 결정되고 높은 분양가는 다시 인근 집값 상승을 유발하는 연쇄작용에 제동을 건 것이다. 실제 서울 강남4구의 경우 상한제가 폐지된 2015년 이후 평균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매매가 상승을 이끌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 수준으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을) 낮추게 되면 지정요건이나 선정요건이 더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고분양가 견제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과도한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연일 발표되면서 당분간 집값 상승이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고 진단했다.

분양가상한제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건설업계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공공택지에는 의무적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민간택지까지 확대될 경우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해서다. 특히 건설사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경우 사업계획이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확대와 시기를 놓고 분양 시기와 수주 물량 선별 등을 논의 중”이라면서 “일단 정부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본 뒤 대응전략을 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건비 부담 현실화 되나

한편 경제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노조와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25개 대기업이 모두 패소할 경우 이들이 부담할 비용은 최대 8조 원이 넘는다는 조사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기업 35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왔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조사 대상 35곳 가운데 설문에 응답한 25곳이 통상임금에서 모두 패소하면, 지연이자와 소급분을 포함한 비용 추산액이 무려 8조3673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인건비의 36%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소송이 발생한 주요 원인을 묻는 질문에 40.3%가 ‘정부와 사법부의 통상임금 해석 범위 불일치’를 꼽았다. 이어 28.4%가 ‘고정성, 신의칙 세부지침 미비’를 꼽았고 ‘통상임금을 정의하는 법적 규정 미비’가 26.9%로 그 다음이었다.
법원 판례와 정부 행정해석의 불일치로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혼란이 심화돼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통상임금 소송으로 예상되는 피해’는 29곳의 기업이 ‘예측하지 못한 과도한 인건비 발생’이라고 답했다. 이번 조사대상 35곳 기업의 통상임금 소송은 총 103건으로, 종결된 4건을 빼면 기업당 평균 2.8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통상임금 소송의 최대 쟁점으로는 ‘소급지급 관련 신의성실의 원칙 인정 여부’가 65.7%를 차지했다. 이어 ‘상여금 및 기타 수당의 고정성 충족 여부’가 28.6%로 뒤를 이었다.

여기에 기아차의 통상임금 1심 판결을 앞두고 완성차 업체들이 “인건비 부담 증가가 현실이 되면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완성차 5개업체의 모임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통상임금에 대한 협회의 입장’ 성명에서 “기아차가 통상임금 판결로 3조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질 경우 경쟁력에 치명타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동차 산업과 기업들이 당면한 위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법부의 판결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한경원 관계자는 “통상임금 정의 규정 및 신의칙 인정 관련 세부지침 미비로 인해 산업현장에서는 통상임금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며 “통상임금 정의 규정을 입법화하고 신의칙 등에 대한 세부지침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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