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공관병(公館兵)에 대한 갑질 행패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아랫것’ 멸시 폐습을 되돌아본다.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 등의 고발에 따르면, 박 대장과 그의 아내 전 모씨는 공관병에게 전자팔찌를 채웠다. 벨을 누르면 공관병의 전자팔찌가 진동토록 했다. 대기 중이던 공관병은 전자팔찌 호출에 따라 그들에게 달려가 시중을 들어야 했다. 늦어지면 “영창 보내겠다”등 폭언이 터져 나왔다. 
박 대장 아내는 아들이 군에서 휴가를 나오면 아들 또래의 공관병에게 끼니마다 밥상을 차려주고 속옷도 빨게 했다. 공관병에게 자기 “아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며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공관병을 밤 11시에 불러내서 새벽까지 인삼을 달이게도 했다.  
저와 같은 육군 대장 부부의 갑질 행패는 군에서만 일어나는 병적인 현상만이 아니라는 데 문제는 더 심각하다. 군, 경찰, 법조계, 교육계 기업계 등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일어나고 있다. 경찰 간부는 의무경찰에게 자신의 속옷을 빨게 하기도 한다. 의약계열 대학원생 A씨는 논문 심사 날 심사 교수들을 위해 다과를 준비했다. 그러나 담당 교수는 “이런 싸구려를 가져오냐.”며 대학원생에게 다과를 던지고 폭행 위협까지 했다. 검찰의 한 검사는 원고에게 “사기를 당한 놈이 미친 놈 아냐”라고 막말했다. 어떤 판사는 60대 증인에게 “늙으면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의 갑질을 드러낸 추태였다. 
지난 7월엔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수행 운전사에게 폭언한 녹취 파일이 공개되어 파문이 일었다. 정일선 현대 BNG스틸 사장은 최근 3년간 운전사 기사 12명을 갈아치웠고 한 운전사에게는 폭언과 함께 손가방으로 얼굴 등을 때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 밖에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도 갑질 행패는 이어진다. 나이 든 사람이 식당에 들어가면 시중드는 종업원에게 으레 반말로 대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갑질 행패는 군인 사회만으로 그치지 않고 전체에 퍼져 있다. 아랫사람을 자신과 평등한 인간이 아니라 봉건적 신분사회의 “하인” “머슴” “몸종” “노예” 등으로 간주, 하대(下待)한다. “아랫것”이라는 세습적 신분사회 의식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17세기 영국의 정치사상가 존 록크(1632-1704년)가 밝힌 대로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 그에 따라 1776년 미국의 ‘독립선언’과 1789년 프랑스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도 인간 평등을 선언했다. 대장과 일등병, 기업 회장과 운전사, 검사와 피고인. 모두는 평등하게 창조되었다. 서양 사회는 300여년 전부터 ‘인간 평등’ 의식이 지배한다. 그래서 구미 국가들에선 대장 부부, 검사, 판사, 대기업 회장, 식당 손님의 갑질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박 대장 부부 갑질과 관련, “미봉책에 그쳐서는 안 되며, 정확한 실태 조사와 분명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물론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 하지만 갑질 근절을 위한 근원적 대책으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아랫것’에 대한 하대의식 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모든 국민에게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평등의식이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식당에 들어가도 반말로 종업원을 하대하지 않는다. 나와 내 아내는 식당에 갔을 때 젊은 종업원이 물 컵 하나만 갖다 주어도 정중하게 “고맙습니다”를 반복한다. 우리 국민사이에도 선진 국가처럼 평등사상이 의식화되면 박찬주 대장 부부의 추한 갑질은 저절로 사라진다. 공관병에게 욕설 대신 “고맙습니다”로 답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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