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립학교의 비위가 잇따르면서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사학비리 척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전문대학이 대학 교육 시설을 골프연습장과 예식장으로 무단 임대하는가 하면, 미리 점찍어둔 지원자를 기간제 교사로 뽑기 위해 채용 절차를 무시한 사립고교가 감사에 적발되기도 했다.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재단이 학교에 권력을 휘두르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14일 학생들의 교육용 기본재산인 ‘국제교류센터’를 골프연습장과 예식장 용도로 외부업체에 무단 임대한 동서울대(학산학원)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동서울대는 경기 성남시 사립 전문대학으로, 이번 감사로 교육부로부터 대학과 재단에 경고를 받았다. 임차업체가 이 센터의 임대료 등 5억여 원을 미납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서울대 졸업자 A씨는 “2014년부터 학교 인근에서 자취를 2년 넘게 했는데 주말만 되면 예식장 관계자들로 주변이 분주하고 시끄러웠다”며 “골프연습장은 교직원이나 체육학과 학생들은 사용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학과 학생은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공지는 전혀 없었다. 또 학교 수영장은 졸업할 때까지 물만 채워놓고 사실상 방치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동서울대는 ‘창업인턴제’ 실시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참여 자격이 없는 ‘예비창업자’ 재학생 1명을 지원 대상으로 선정, 인건비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희망 여부와 적성 등에 대한 상담 없이 7명의 학생을 창업인턴으로 선발해 놓고 이들을 사무 보조로 근무하게 하기도 했다. 아울러 취재나 제작 활동을 하지 않은 미디어센터 직원 2명에게 학보 취재비 및 제작비를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지급했다가 적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대학 재단인 학산학원은 동서울대 관리과 직원에게 이사장 차량 운행을 전담토록 하고 38개월치 인건비 7600만 원을 교비에서 내주기도 했다.
 
최근 한 사립 고등학교가 기간제 교사 채용을 마구잡이로 진행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A사대부고는 지난 1월 기간제 교사 17명을 뽑는다는 채용 공고를 냈다. 이 학교는 공고를 통해 ‘사립학교법과 시교육청 지침이 정한 절차에 따라’ 1차 서류·서면 심사와 2차 면접·수업 실연 등을 거쳐 합격 여부를 가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채용 과정은 달랐다. 일부 과목 담당에 대해 공고와 달리 2차 심사 없이 서류심사로만 최종 합격자 10명을 추렸다. 합격자들은 지난해 이 학교에서 기간제로 일한 적이 있어 교장, 교감 등과 아는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일반사회 과목 교사 채용 때는 1·2차 심사를 모두 진행했지만 애초 계획에 없던 학교장 평가가 채용 절차에 들어갔다. 그 결과 서류에서 2차 심사 때까지 1순위였던 지원자 대신 2순위자가 최종 합격자가 됐다.
 
채용 절차가 사실상 각본대로 진행된 탓에 국어와 수학, 영어 등의 과목에 응시했다가 떨어진 탈락자 430여명은 들러리로 전락한 셈이 됐다. 시교육청은 이 학교 이사장에게 “채용 책임자인 교장과 교감에 대해 주의 처분하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 가운데 하나인 사학 비리 척결은 우리나라 교육의 근간을 뒤흔드는 만큼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전국 대학의 절대 다수가 사립대인 만큼 교육이 잘되려면 사학의 정상화는 필수”라며 “근본적인 문제는 재단이 학교를 사유재산처럼 여기며 운영한 탓이다. 이런 구조와 인식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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