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권위 ‘긍정’ 인사시스템 ‘부정’ 북핵 위기 ‘과제’

<뉴시스>
국정 공백·대내외 위기 불구 순항 호평…취임 100일 지지율 고공행진
소탈하고 서민적 리더십·감성 자극 행보…단호하고 신속한 개혁 추진
거듭된 인사 잡음·급진적 정책 추진 논란 ‘오점’
‘평화 구상’ 밝혔으나 北 도발 계속 ‘안보 시험대’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았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와 대내외 경제·안보 위기 속에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부정부패 척결, 일자리·소득 주도 성장, 남북 평화구상 등 국정 어젠다를 제시하며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이 과정에서 고강도 개혁 착수, 아동 수당·기초연금 등 복지 정책 추진 등이 서민적이고 탈권위적 소통 행보와 맞물리면서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인사 잡음과 탈원전 등 무리한 정책 추진 논란, 한반도 안보 위기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분출된 전방위적 사회 개혁 요구와 통합의 시대과제를 안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100일은 성과와 기대, 과제와 우려를 동시에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권위를 내려놓은 파격적인 소통과 단호한 개혁 의지, 감성을 자극하는 리더십으로 탄핵 국면에서 느낀 국민의 분노와 실망감을 어루만졌다. 특히 인수위 없이 출범했음에도 북한의 계속된 도발과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 등 대내외적 고비에 비교적 순항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내각 인선을 둘러싼 잡음과 급진적 정책 추진 논란 등에 대해선 부정적 평가가 이어지면서 향후에도 논란 소지가 있는 불씨를 남겨 놓았다. 여기에 ‘여소야대’ 의회 권력 구도는 정부가 인사와 입법, 예산 등을 추진함에 있어 지속적인 ‘험로’가 될 전망이다.
 
‘국민 성적표’ 지지율
역대 2위로 합격점

 
새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은 현재 ‘국민 성적표’라 할 수 있는 지지율을 보면 여론조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70-80%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역대 정부 100일 평가에서 역대 2위에 해당한다.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 100일 시점에 지지율 83%로 1위를 기록했다. 집권 초 군내 사조직 ‘하나회’ 해체 등 고강도 부패 척결에 나선 것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시기 김대중 전 대통령은 62%, 박근혜 전 대통령은 52%, 노무현 전 대통령은 40%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등으로 민심이 악화되면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은 2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취임 100일 무렵 실시된 각종 여론 조사를 종합하면, 탈권위·낮은 경호·SNS 활발 이용으로 대변되는 ‘소통’, 국정원·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의 ‘적폐 청산’, 아동수당·기초연금 인상 등 ‘복지’ 분야가 호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대 원칙’ 등 인사 논란, 북핵 위협에 따른 외교안보 대응, 복지 정책 관련 예산 논란 등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낮은 스킨십·신속 개혁’
감성 자극 행보도 주목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을 100대 국정과제 중 제1과제로 꼽은 문재인 정부는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 걸쳐 그동안 쌓인 제도적 오류와 국정농단 행위 척결을 천명했다. 지난 17일 100일 기념 첫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이 같은 기조가 5년 내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4대강 감사, 국정교과서 폐지 등을 출범하자마자 속도 있게 밀고 나갔고, ‘돈 봉투 사건’과 방산 비리 사건을 계기로 검찰과 군(軍) 등 권력 기관에 대한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불법 여론 공작 의혹이 드러나고 있는 국가정보원은 이미 적폐 청산 TF와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를 출범시켜 수술대에 올랐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국가 비전으로 한 고강도 개혁 추진과 함께 국민들과 낮은 자세로 스킨십하는 문 대통령의 리더십은 대다수 국민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희생자 유가족을 감싸 안거나, 국가에 헌신한 애국선열들을 청와대로 초청하고 최고 예우를 다하겠다고 밝힌 점 등은 보수·진보 두 진영 모두의 감성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참여연대 안진걸 공동사무처장은 새 정부 취임 100일을 맞아 “국정 운영하면서 국민과 소통하려고 노력한 점 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개혁과 적폐 청산에 나서겠다는 정부의 인식을 환영하며 경제 민주화,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속도감 있게 정책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잊힐 만하면 ‘인사 잡음’
野 “내로남불” 십자포화
 

인사 문제는 가장 미흡한 부분으로 꼽힌다. 인선 초기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등 개혁·여성·탕평 인사로 화제를 모았으나 내각 인사가 거듭될수록 ‘5대 원칙’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고위 공직자 배제 5대 원칙(위장전입·논문표절·병역면탈·세금탈루·부동산투기)을 강조하면서 이 원칙에 어긋나는 인사는 등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새 정부 내각 1기 상당수가 배제 5대 원칙에 해당된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약 파기 비판이 잇따랐다. 공수가 바뀐 야권은 보수 정권 시절 민주당이 인선을 비판해 온 사례를 들면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며 맹공격을 퍼부었다. 이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5월 인사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문 대통령도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몇 차례 유감을 표명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지난 9일 문화일보가 주최한 새 정부 출범 100일 기념 좌담회에서 인사 문제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 반대 의사를 표시했는데 여론이 긍정적 평가를 한다는 이유로 국회 결정을 무시한 경우는 자칫하면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며 “물론 여소야대라는 특수 상황도 있었지만 여론전으로 그런 상황을 돌파하는 게 앞으로도 바람직한 방식인지는 고민해야 할 숙제”라고 언급했다.
 
다만 인사와 관련, 초대 내각에서 여성 비중이 늘어난 점은 긍정적 요소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내각 여성 비율을 30%로 높이겠다고 공약하며 여성 인재 등용 의사를 강조했다. 현재 여성 장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 5명으로 역대 초대 내각 중 가장 많다.
 
北, 5월 이후 7차례 도발
文 정부 대화 기조 입지 축소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대응은 100일 간 가시밭길을 걸었다. 북한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에만 7차례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대화와 압박의 병행을 통해 북한을 대화테이블로 이끌어 내겠다는 대북정책 기조가 초기부터 크게 흔들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해 ‘베를린 선언’으로 평화 구상을 밝혔으나 북한의 계속된 도발로 대화 기조를 이어가기 어렵게 됐다. 지난달 28일 북한의 화성-14형 미사일 발사 직후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결정한 것도 대북 유화 정책만으로는 대북 문제를 풀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6·25와 같은 전쟁이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한편, 한반도 내에서 군사 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항구적으로 평화롭게 대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문 대통령의 강력한 평화 수호 의지 입장은 단기적으로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북한 김정은이 ICBM을 실전 배치하는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추가적으로 ICBM을 시험 발사하고 추가 핵실험을 언제라도 강행할 수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대북정책 공조가 특별히 강화되지 않는 한 한반도에서 다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북 문제는 어떤 현안보다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한반도 안보 문제는 당사자인 우리 주도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은 실질적으로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것 외에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실질적인 대응) 수단이 없는 것은 한국과 북한, 미국이 모두 마찬가지”라며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매년 실시하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끝나면 대화 국면 전환을 위한 ‘엔진’에 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입법 과제 수두룩
‘소수 여당’ 극복 숙제

 
아직 임기 초반인 문재인 정부에 있어 여당이 ‘120석 소수’라는 점은 앞으로 각종 현안 때마다 맞닥뜨릴 한계로 꼽힌다. 실제 100일 동안 여소야대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았다. 일자리 추경은 야당의 반대로 2008년 이후 가장 긴 시간인 45일 동안 표류했다.
 
인사 문제에서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보고서 채택이 안 되는 상황을 여러 차례 직면했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안 처리는 석달째 지연되고 있다. 때문에 문 대통령은 대통령 권한을 극대화해 입법이 필요 없는 ‘업무 지시’로 쟁점 사안을 돌파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 수두룩해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이 같은 방식이 한계에 부딪힐 전망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중 법률 제·개정이 사항만 465건이다. 검찰 개혁 중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인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문제나 고소득자 증세 문제, 8·2 부동산대책 관련 규제 등 해결을 위해서는 입법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야당과의 관계 설정이 향후 국정을 이끄는 데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 추경 처리 과정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설득했던 경험을 살려 최대한 협치를 이끌어 낸다는 복안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이 협치의 틀을 만들고, 힘들더라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설득하면서 함께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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