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바른정당) VS 민주당(국민의당) ‘양강 구도’ 회귀 ‘올인’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홍준표식 혁신’의 큰 그림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홍 대표가 당내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공론화한 것이다. ‘박근혜 프레임’에서 벗어나야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홍 대표는 ‘인적 청산’을 내세워 보수 진영의 숙원사업인 ‘보수 대통합’에도 군불을 지폈다.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가 바른정당 의원들의 한국당 복당 명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논리다. 결국 ‘탈(脫) 박근혜→ 보수 대통합과 인재 영입’ 과정을 거쳐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민주당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겠다는 게 홍 대표의 최종적인 ‘혁신 시나리오’인 것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바른정당 원대복귀 시점, 10월 이후 점쳐…
- “박근혜 없는 한국당, 바른정당과 무슨 차이? ”


‘박근혜 딜레마’에 빠져 있던 홍준표의 최종 선택은 정면 돌파였다. ‘춘향이 아닌 향단이’라며 박 전 대통령을 깎아내리는가 하면 ‘이제 용서할 때’라고 박 전 대통령을 감싸기도 했던 홍 대표다. 이런 홍 대표가 ‘박근혜 출당 문제 공론화’ 카드를 들고 나온 배경에는 결국 ‘박근혜 프레임’으로는 지방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는 의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프레임’벗어나려 몸부림치는 洪

홍 대표는 최근 당 소속 국회의원 107명을 그룹별로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로 정치인이나 각계의 보수 성향 인물들도 접촉 중이다. 그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분명하게 선을 긋지 않으면 대선 당시 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주장한 ‘진보 진영 20년 집권론’이 허언이 아닐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바른정당에서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한 친홍계 의원들이 박 전 대표의 출당만이 자신들의 복귀 명분이 된다며 홍 대표를 강하게 압박한 것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연민의 정서가 남아있는 대구에서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처음 언급한 것은 홍 대표의 확고한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홍 대표는 지난 16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열린 첫 번째 토크콘서트에서 “(박 전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 운영한 벌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출당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틀 뒤인 18일엔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뒤에 숨어서 수군거리지 말고 당당하게 커밍아웃을 해서 찬·반을 당내 논쟁의 장으로 끌어들여 보자”고도했다.

당내 친박계에서 “1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출당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시기가 부적절”하다며 문제 제기를 하자 곧바로 22일 “이건 유·무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책임의 문제다. 유·무죄 받았다고 면죄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새로운 혁신 작업을 하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서 국민들 앞에 새롭게 다가가는 그런 당으로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그는 “(우리가) 국정 파탄에 책임 있는 사람들을 정리하면 바른정당이 돌아올 명분이 자동적으로 생기는 것 아닌가”라며 “적당한 시기에 용서를 할 테니까 (바른정당이) 돌아오라는 그런 상황”이라고 바른정당에 노골적인 구애를 보냈다. 탄핵을 즈음해 한국당을 떠난 바른정당 의원들에게 인적 청산이라는 명분을 주면 복당 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홍 대표 측 관계자는 “인적 청산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바른정당도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없는 것 아니냐”며 “바른정당 의원 중 12~13명이 복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 역시 박 전 대통령이 출당된다면 바른정당 의원들 입장에서도 보수대통합을 원하는 보수 지지층의 요구를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본다. 보수 대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오르는 시점은 박 전 대통령 출당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10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진다.

다만 바른정당 의원들의 복당은 당대당 차원의 보수대통합이라기보다는 바른정당 의원들의 원대복귀 내지 한국당 흡수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과 한국당 의원들의 인식이다.

한국당 “지방선거 위해 청년·여성 적극 영입”

아울러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출당 논의를 통해 보수 대통합론에 불을 지핌과 동시에 우파 재건을 위한 인재 영입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정종섭 자유한국당 인재영입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하기 위해 청년과 여성을 적극 영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위원장은 “충분한 능력이 있음에도 경선제도와 편견 때문에 기회를 잡지 못한 여성 정치 지방생이 적지 않다”며 “대구·경북에서 유능한 여성 정치 지도자가 나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상향식 공천’은 정당정치의 작동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라며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는 철저하게 당의 정체성을 반영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 정치권은 한국당 지도부가 ‘전략공천’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영입 인사들이 세대교체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명연 전략기획부총장 역시 지난달 30일 “기초의회나 광역의회에 진출시킬 만한 재목들부터 발굴해 인재풀을 만들고, 이들이 향후 총선에서 2번이고 3번이고 뛸 수 있도록 당에서 지속적으로 키우고 관리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그 초석으로 자유한국당은 당내 교육 조직을 개선·신설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자유한국당은 기존의 ‘정치대학원’을 보다 실효성 있는 교육 조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직에 참여한 젊은 정당인들에게 공천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인재 풀(pool)을 확장시키고, 전략적으로 ‘스타 정치인’을 발굴해 내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젊은 층의 인재를 잡고 동시에 지지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비록 당내 일각에서는 지도부의 ‘내리꽂기’식 공천 방침에 반기를 들고 있지만 경선으로 대부분의 출마 후보를 결정했던 지난 총선에서 한국당이 참패했기에 결국엔 전략공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같은 홍 대표의 시나리오가 ‘해피 엔딩’으로 끝을 내기 위해서는 결국 민주당과의 ‘양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지 여부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홍 대표가 바른정당에 노골적인 구애를 펼치면서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우고 있는 것도 바로 양강 구도로 정치권을 재편하기 위한 시도로 읽힌다.

한국당은 보수 대통합과 인재 영입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자충수라는 ‘3대 카드’가 어우러지면 연말까지는 지지율이 30%대로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눈치다. 바른정당은 한국당으로, 최악의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의당은 민주당으로 상당수 흡수될 것으로 진단을 내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당체제가 자연스럽게 민주당과 한국당이 맞서는 양당 구도로 전환되는 게 사실이다. 4·13 총선 이후 형성된 다당체제가 양당 구도로 회귀하면 내년 지방선거도 해볼 만하다는 게 한국당의 판단이다.

“朴 출당, 지역 기반 버리겠다는 것…”

다만 기자가 만난 친박계 관계자들 대다수는 “박근혜 없는 한국당이 바른정당과 다를 게 뭐냐”며 홍 대표의 시나리오에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당의 지역 기반은 TK이고, TK에는 박 전 대통령에 ‘연민의 정서’가 여전히 남아있기에 ‘보수 적자 경쟁’에서 바른정당을 압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한 관계자는 “물론 박근혜를 털고 가면 얼마나 좋겠냐”라며 “그렇지만 이는 이상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박근혜를 포기하는 것은 지역기반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는 반대로 바른정당에게 설 자리를 만들어 주는 셈이 되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TK 민심을 대변한다고 자처하는 친박 단체들은 박 전 대통령의 자유한국당 출당 추진 방침을 공식화한 홍준표 대표를 “기회주의자”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박사모 인사 등으로 구성된 대한애국당 창당준비위원회와 박대통령무죄석방1천만국민운동본부는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홍준표와 친박 기회주의패 퇴출 8차 태극기 집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허평환 대한애국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홍 대표가 구체제를 무너뜨리고 다시 시작하자고 하는데, 문재인 정권이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고 새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비꼬았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도 “바른정당으로 가려고 노크까지 한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이 제1야당의 당대표를 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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