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박카스 신화’로 유명한 동아쏘시오그룹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총수 공백’상황에 빠졌다. 부산지법은 지난 7일 강정석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에는 이 회사 현직 임원인 민장성 대표이사에 대한 공소 제기 사실이 알려졌다. 회사는 물론 제악업계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 수사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검찰, 오너 임직원 정조준
경영 공백 우려…업계, 검찰 움직임 지켜봐야

<전자공시시스템 캡쳐>

계열사인 동아ST는 현직 임원인 민장성 대표이사에 대한 업무상횡령, 약사법위반, 배임증재 혐의의 공소 제기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난 21일 공시했다. [사진 참조]

민 대표이사는 5억8682만 원 상당의 업무상횡령, 약사법위반, 배임증재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 발생 금액은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의 공소장에 기재된 금액 중 동아ST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지난해 말 자기자본 대비 0.1%에 해당한다.

민 대표는 지지부진한 동아ST의 부활 적임자로 선택된 인물이었으며 고전 중인 동아ST에 변화를 줄 인물로 평가받았다. 또 강정석 회장 체제에 맞춘 60년대생 젊은피 수혈이자, 동아ST의 최근 부진도 궤를 같이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2015년 10월 말 동아ST 이사에서 동아오츠카 사장으로 임명된 민 대표는 약 1년 만에 그룹 핵심사업부 동아ST 수장 중책을 맡은 만큼 내부에서도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실제 그가 취임하기 전인 지난해 동아ST 3분기 실적은 ‘어닝쇼크’ 단어가 붙을 만큼 부진했다. 개별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1491억 원) 대비 8.5% 감소한 1363억 원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9.3% 줄은 17억 원에 그쳤다.

3분기 누계 영업이익(216억 원)도 지난해 같은 기간(411억 원)에 비해 반토막 났다. 회사 리딩 품목인 스티렌이 약가인하 등으로 처방액이 급감하면서 사업부 전체가 힘을 잃은 모습이었지만 민 대표 취임 후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법의 판단을 받는 불운을 안게 됐다.

동아ST는 “당사는 향후 진행사항 및 확정사실 등이 있을 경우 지체없이 관련사항을 공시할 예정”이라며 “본 건과 관련해 제반 과정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민 대표 수사에 앞서 그룹 총수가 구속된 상황이라는 점이다. 업무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앞서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조용한)는 동아제약이 리베이트에 드는 비용을 회사 이사회에서 승인받아 집행한 사실을 밝히고 동아제약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정석 회장을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강 회장에 적용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법)상 횡령,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조세), 약사법 위반 등이다.

강 회장은 2007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경기와 대구, 부산 등의 병원 21곳에 979차례에 걸쳐 의약품 리베이트 62억 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 회장은 회사자금 736억 원을 횡령하고 허위 영수증으로 법인세 176억 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의약품 리베이트와 관련해 오너를 구속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동안 꼬리자르기식으로 임직원들이 수사를 피해갔다”고 설명했다.

강정석 회장은 창업주 故강중회 회장의 손자이자 강신호 현 동아쏘시오 명예회장(90)의 4남이다. 지난해 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빠르게 조직 개혁을 단행하며 창립 이래 가장 젊은 40·50대 사장단을 주축으로 경영 혁신 의지를 드러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1년여 만에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태에 맞닥뜨렸다.

동아제약을 모태로 성장해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한 동아쏘시오홀딩스가 리베이트 수사로 회장 부재상태에 맞닥뜨린 건 1932년 창사 이래 85년 만에 처음이다.
일각에선 경영 공백의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몇 년 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박카스 신화의 장본인’으로 아직 회사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창업주 2세 강신호 명예회장이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업계 수사로 번질까

한편 제약업계에서는 강 회장과 민 대표의 구속이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과거 47년간 최장 기간 매출 1위 자리를 지켜왔던 동아제약의 존재감이 적지 않은 데다, 이번 수사에서 검찰이 총수와 임원을 직접 소환하고 구속 수감하면서 확고한 수사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구속까지 갈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며 “검찰의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돼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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