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살충제 계란, 릴리안생리대, 휴대전화케이스 등 유해성분 검출
관리감독업체 “꼼꼼한 전수조사로 재발 방지 약속”…소비자 갸우뚱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대한민국이 안전 공포에 빠졌다. 살충제 계란에 이어 구충제 닭고기, 휴대전화케이스에서도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성분이 검출됐다. 소비자는 정부인증기관을 못 믿겠다며 불신을 표명했고 인증기관들은 각 기준별로 철저하게 관리감독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번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는 법. 소비자와 생산자 그리고 이를 감독하는 관리기관에 대한 불신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 사례1. 회사원 김 모씨는 “‘살충제 계란’에 이어 ‘디클로로 디페닐 트리클로로에탄(이하 DDT) 닭’과, ‘유독성 생리대 의혹’이 터지더니, 이제는 간염을 일으키는 ‘유럽산 소시지’와 ‘카드뮴 휴대전화 케이스’까지…도대체 뭘 먹고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 사례2. 주부 윤 모씨는 어떤 생리대로 바꿔야 할지 고민 중이다. 윤 씨는 “(그동안) 릴리안을 써왔는데 안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교체 상품에 대해 sns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해외직구로 눈을 돌릴까도 고려한다”고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위해성 논란

살충제 계란에 이어 일회용 생리대, 간염 소시지와 카드뮴 덩어리 휴대폰 케이스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생필품 안전문제가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관리·감독기관을 믿지 못하겠다며 연일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정부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앙금의 골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주부들을 중심으로 한 육아 커뮤니티에는 기저귀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게시글도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생리대나 기저귀나 비슷한 소재로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생리대가 문제라면 아기들이 쓰는 기저귀도 문제가 있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에 주부들 사이에선 당국이 생리대 조사와 함께 기저귀에 대한 조사에도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친다.

이 외에도 영국에서 독일ㆍ네덜란드 산 돼지고기로 만든 소시지를 먹고, 수천 명이 E형 간염에 감염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똥은 소시지로 튀고 있다. 식약처는 해당 소시지는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국내 제품이라고 안전할까하는 의구심이 뒤따른다.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렸다는 여아 사례가 알려지면서 일기 시작했던 ‘햄버거 공포’ 역시 진행형이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경북도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경북지역 양계농가 두 곳에서 ‘DDT’에 오염된 닭이 출하돼 도계됐다고 밝혀 닭고기에 대한 안전성 논란도 불거졌다.

문제는 이런 생필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도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할 식약처가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살충제 달걀과 마찬가지로 생리대의 휘발성 유기화합물도 지난 3월에 이미 시민단체가 위험성을 경고한 사안이다.

소비자들의 잇단 문제 제기로 논란이 확산되자 뒤늦게 현장조사와 성분 분석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에 논란이 된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대한 표준 분석방법조차 아직 없는 상태다.

지난달 24일 여성환경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최대한 조속히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에 대한) 원인 규명과 건강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릴리안 생리대뿐 아니라 일회용 생리대 제품 전체에 대한 성분조사 및 위해성을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국민들의 먹거리와 생필품 안전을 최일선에서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식약처장의 자질에 대한 불신도 국민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퇴 요구 등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직원 탓, 언론 탓으로 돌리다 총리와 청와대로부터 경고까지 받았다.

한 누리꾼은 “살충제 달걀 정부 발표가 대체 몇 번이나 틀렸냐”며 “신뢰를 줘야 할 정부 말을 믿을 수 없으니 더 불안하다”며 안이한 정부 대응을 지적했다.

공신력 있는 정보 없어
불안 확산감 고조

전문가들은 “생활화학제품 사용에 관한 정부와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성분은 물론, 어떻게 만들었는지 꼼꼼하게 따지는 새로운 ‘소비 패턴’을 보이며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국민들이 어떻게 하면 안심하고 먹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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