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판=국당 선거 승리’라면 나가야…바른정당은 통합 대상”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지난달 27일 위기에 처한 국민의당을 이끌 선장으로 안철수(55) 전 대표가 선출됐다. 안철수 신임 당 대표는 절체절명의 당을 살리겠다며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전당대회에 출마했고, 우여곡절 끝에 부활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에서 안 캠프의 총괄본부장을 맡은 문병호(58) 전 의원은 안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그가 당 대표로 당선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는 안 대표의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공동대표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이후로도 최측근으로서 ‘안철수의 복심’으로 불린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전당대회 이야기와, 국민의당의 미래,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 본인의 내년 지방선거 출마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저는 9월부터 인천으로 중심 이동”… 현 인천시장에 ‘견제구’ 팍팍
이번 전당대회 “안철수 색깔 드러내라는 의미”… 이후 당직 인선엔 ‘아쉬움’

 
안철수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51.09%의 득표율로 과반을 가까스로 넘기며 당선됐다. 1차에서 승부를 마무리 짓긴 했으나, 당 창업자이자 대선 후보까지 지낸 안 대표의 득표율이 저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왔다. 문 전 의원은 이에 대해 “‘턱걸이 과반’이라고 하던데 그거는 아니고 압도적으로 승리했다고 본다”며 “4명 나왔는데 51% 얻었으면 압도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의 의미에 대해 “당원과 국민들이 ‘안철수 정치해라’ 이렇게 힘을 실어준 거라 본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국민의당은 그의 색깔이 담긴 안철수식 정치를 못했다. 이번에는 강하게 안철수 색깔을 드러내라는 의미가 담긴 득표율”이라고 평가했다.
 
문 전 의원은 다만 “이번 (안 대표의) 출마 자체가 여러 가지 명분이나 모양에서 썩 좋지 않았고, 특히 호남 의원이나 지지자 등의 반대 흐름이 강했다”면서 “만약 1차 결과가 40% 초반대로 나왔으면 아마 떨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안 대표는 이번 선거로 정치 전면에 나서게 됐지만, 그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본인을 포함해 이번에 선출된 새 지도부 중 원내 인사가 단 한 명(전국여성위원장 박주현 의원)뿐이어서 지도부의 권위가 제대로 서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 대표는 지난달 30일 이 같은 점을 의식한 듯 당직 인선을 원내 인사 위주로 단행했다.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김관영 의원이 대표적이다.
 
다만 문 전 의원은 이 같은 당직 인선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지도부나 원내 의원들 중 기성 정치와는 다른 혁신 정치를 주창하고 열정적으로 추진하는 주도 세력이 잘 안 보인다”며 “안철수 대표 혼자만 우뚝 서 있다”고 지적했다. 
 
연대·통합론 활발
“연대해서 이기면 해야”

 
최근 각 정당이 내년 지방선거 준비에 돌입하면서 야권에선 연대·통합론이 활발히 거론되고 있다. 최근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수도권 야3당 선거 연대’ 의사를 밝혔으며, 안철수 대표는 지난달 31일 “국민의당은 중도 통합의 더 큰 정당이 돼야 한다”고 외연 확장 필요성을 피력했다.
 
문 전 의원도 이와 궤를 같이했다. 그는 바른정당과는 정책 연대, 선거 연대를 넘어 통합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전 의원은 “선거는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다. 연대해서 이길 수 있으면 연대해야 한다”며 “사실 (국민의당이 중심이 되는) 제3의 세력이 하나의 축으로서 강력하게 자리 잡으면 집권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정치공학적으로 그냥 표를 얻어 당선되기 위해 손잡는 것은 정치적 야합에 불과하다”고 전제를 달았다. 그는 또 “자유한국당과는 어떠한 연대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문 전 의원은 “어찌됐건 지금은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며 “적어도 지지율이 15-20%는 돼야 독자의 길을 가든 연대를 하든 소위 ‘작전’을 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보수 야당과의 연대·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뢰’는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이 진보의 심장인 호남을 핵심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불거진 ‘탈호남’ 논란을 비롯, 호남 중심 세력과의 갈등이 다시 분출될 가능성이 있다.
 
문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앞으로 분열을 야기하는 씨앗이 될 수 있다”면서도 탈호남에 대해서는 “탈호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호남이라는 게 호남을 버리는 게 아니다. 호남을 존중하면서 전국 정당을 꾀해야 한다”며 “정체성이 다른데 표를 얻기 위해서만 연대하지 않으면 (호남이)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安 출격 “내년 초 판가름”
인천 후보군 3파전 “승산 있다”

 
안철수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그의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부산시장 출마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문 전 의원은 “가능하면 다른 사람을 내보내서 승리할 수 있으면 가장 좋으나, 안 대표가 나가는 것이 지방선거의 승리 해법이라고 판단하면 나가야 한다”며 “다만 아직 그 판단은 이르다. 내년 초에 출격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안 대표가 직접 선수로 뛸 가능성(%)과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리는 가’에 대한 질문에도 “현재로선 답변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는 다만 본인의 내년 출마 여부에 대해선 분명한 입장을 나타냈다. 문 전 의원은 “내년 인천시장에 도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내년 인천시장 출마를 위해 9월부터는 활동 중심을 인천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 인천시장인 유정복 시장(자유한국당 소속)에 대해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문 전 의원은 “각종 자료를 보면 인천이 전국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평가) 중 꼴찌 혹은 하위권”이라며 “이제는 시정 후반기인데 인천을 발전시킨 흔적이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난 번 유정복 시장이 당선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란 점이 아주 컸는데 만약 내년에 유정복 시장이 재선 도전한다면 당선이 어렵다고 본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현재 인천시장 후보로 유정복 시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박남춘·윤관석 의원, 바른정당 이학재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는 “바른정당과 연대하면 3파전인데, 지금 선거하면 이길 수 없지만 개인적 인지도는 제가 박남춘 의원보다 앞선다고 본다”고 자평하며 “(제가) 당이 좀 약하니까 쉽지 않은 싸움인데 당 지지도가 10% 정도까지 올라가면 충분히 승산 있다”고 말했다.
 
문 전 의원은 끝으로 “그간 인천은 서울의 위성도시나 변두리에 위치한 공업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항만과 공항을 더욱 키워 인천을 세계적인 해양 중심 물류 도시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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