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현 정부의 금융권 실세 라인이 공고해지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필두로 금융위원회과 금융감독원장까지 끈끈한 인연을 함께 했던 인물들로 채워졌다. 이에 따라 해당 기관들의 업무 추진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낙하산 논란에서 이 정부가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 논란…적폐 청산 가능할까
“같은 학교라 해서 색안경 끼는 건 부담” 불만도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오후 최종구 위원장 주재로 열린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를 청와대에 신임 금융감독원장 단독 후보로 임명 제청했다.

그 결과 금감원에 민간 출신 수장이 선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금융계서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인다. 통상 금감원장은 금융위에서 퇴직한 경제관료가 맡아왔다.
그렇다고 최 원장이 금융당국과 전혀 관계없는 경력을 쌓아온 것은 아니다.
그는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의 추천으로 1998년 금융감독위원회에 설치한 구조개혁기획단에 영입됐다.

금융회사와 금융시장의 구조조정을 위해 설립된 해당 태스크포스에서 최 내정자는 은행권 구조조정 정책에 관여했다.

최 신임 원장은 국내 은행 산업 전반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취임 이후 줄곧 은행 산업에 대한 날 선 비판을 해 온 최 위원장과의 정책적 호흡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또 그의 천거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전해진다. 당초 금감원장을 두고 김조원·최흥식 후보가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금융 전문성 면을 고려해 최흥식 금감원장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최 원장의 오랜 인연을 두고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하성 실장과 최흥식 원장은 경기고 1년 선후배 사이다. 1994년 한국증권학회에서 ‘한국 주식시장에서의 주가변동 특성과 계절적 이례현상에 관한 연구’ 논문 집필에 공동 참여했다.

둘이 함께 서울파이낸셜포럼(SFF)의 개인회원으로 몸을 담고 있다. 서울파이낸셜포럼은 민·관·학을 막론한 금융계 인사로 구성된 비영리 포럼이다. 그 런 면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상조 공정위원장 등과 함께 장하성 인맥으로 분류된다.

금융권 임원급 학맥 누구?

이들에게 더욱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이들이 현 정부의 경제, 금융을 이끌 최선봉에 선 사람들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 정부에서 금융인맥을 캐기 위해서는 최-최 라인을 잡아야 한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들린다.

지난 13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는 국내 금융회사 108개사 임원 2486명을 대상으로 학맥을 조사한 결과, 최종구 원장과 학연 임원은 5명, 최흥식 원장은 15명으로 각각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사이트가 공개한 명단을 인용하면 두 사람의 학맥은 ‘같은 고등학교-같은 대학 출신’ 또는 ‘같은 대학-같은 과 출신’을 기준으로 조사했다. 최종구 원장은 1957년생으로 강릉고, 고려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금융사 임원 중 고려대 무역학과 출신 임원은 ▲유영환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안형준동부화재 부사장 ▲장수연 광주은행 부행장 ▲송준용 동양생명 전무 ▲이상경 삼성화재 전무 등 5명이다.  

유영환 부회장은 최종구 원장과 같은 1957년생이다. 유 부회장은 정보통신부 공보관·정보통신정책국장,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에 이어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유 부회장 외 김남구 회장(고려대 경영학)과 최근 고문으로 자리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고려대 경영학)이 고려대 출신이다.   

강릉고-고려대 출신은 없으며 강릉고 출신 임원은 고윤주 신한은행 부행장이 유일했다.  최흥식 원장은 1952년 생으로 경기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경기고-연세대 출신은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 1명이다. 구 사장은 1957년생으로 동양생명 경영지원본부 상무, 동양선물 대표, 동양시스템즈 대표, 동양그룹 전략기획본부 본부장을 거쳐 2012년 동양생명 사장으로 취임 후 2015년 연임에 성공했다.   

동양생명은 최근 뤄젠룽(羅建榮) 부사장을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했으며 구 사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로 재연임 여부는 미지수다.  

연세대 경제학과 라인은 조하현 국민은행 사외이사를 비롯 ▲심종극 삼성생명 부사장 ▲이상묵 삼성화재 부사장 ▲장석훈 삼성화재 전무 ▲장덕희 삼성화재 전무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 ▲김성현 KB증권 부사장 ▲박기호 동부증권 부사장 ▲서병기 신영증권 부사장 ▲김승완 IBK투자증권 전무 ▲류재상 KTB투자증권 전무 ▲최정호 하이투자증권 전무 ▲문성필 하이투자증권 전무 ▲김동준 큐캐피탈 사장 등 14명이다.  

새 지각변동 이뤄질까

한편 새 정부 출범 넉 달 만에 긴밀한 커넥션을 가진 인사들이 금융권을 장악하게 되면서 앞으로 이들의 행보에는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아무래도 민간 금융기관들이 좀 더 적극적인 동참 의지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하지만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정부 인사들을 둘러싼 금융권 낙하산 논란이 또 다시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 금감원 노조는 최 내정자의 인사에 대해 “감독기구의 독립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라며 “최 씨가 과거 금융권 적폐 세력을 청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금감원장은 금융위 관료의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금감원은 금융시장을 장악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금감원장 인사가 금융시장에 오히려 혼란만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적 금융기관 입장에서 힘 있는 정부 인사의 수장 영입은 양날의 검과 같다”며 “정부와의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업무 추진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내부 조직의 사기 측면에서는 부정적 요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 편견을 보이는 것에 대한 부담을 드러냈다. 한 인사는 “두 사람과 일면식도 없고 다만 같은 학교 출신이라서 특혜를 보는 것처럼 알려지는 건 불편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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