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근거 없는 괴담으로 헌혈자 줄어

한양대역 헌혈의집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해 헌혈자수가 286만6330만 명으로 전년대비 7% 줄었다. 2010년부터 성장세를 지속하다가 지난해 추세가 꺾인 것이다. 동시에 10~20대 헌혈도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10대 92만3000명, 20대 117만 명으로 이들의 헌혈 비중이 전체의 73%로 집계돼 대부분을 차지했다. 문제는 저출산 현상과 헌혈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10~20대 헌혈자의 감소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국내 혈액 수급이 젊은층에 집중되는 기형적인 구조라는 점이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와 대한적십자사는 중장년층 헌혈 활성화에 고심하는 양상이다.

조사 결과, ‘헌혈 후 건강 염려’가 30%로 가장 높아
보건복지부‧대한적십자사, 중장년층으로 헌혈자 ‘타깃’ 전환


지난 7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혈액 적정 보유일수가 130일로 지난 2015년과 비교해 69일이 줄었다. 지난 2012년에는 186일, 2013년 286일, 2014년 306일, 2015년 199일로 최근 5년 중 지난해가 가장 짧았다. 지난 5년 중 혈액 적정 보유량인 ‘5일분’을 200일도 유지하지 못한 해가 3년이다.

이 같은 결과의 이유로는 전체적인 헌혈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지난 6월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헌혈자 수는 전년대비 7.0% 줄어든 286만6330만 명에 그쳤다.

헌혈자 수는 2010년 266만4492명에서 2011년 261만6575명으로 1.8% 감소했으며 2012년 272만2608명(4.1%), 2013년 291만4483명(7.0%), 2014년 305만3425명(4.8%), 2015년 308만2918명(1.0%)으로 성장세를 지속하다 지난해 추세가 꺾였다.

연령별 헌혈자수는 지난해 기준 20대(20~29세)가 117만 명(40.8%)으로 가장 많았고 10대(16~19세)가 92만3000명(32.2%)으로 10~20대의 헌혈 비중이 전체의 73.0%로 집계돼 10·20대가 헌혈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30대 이상 헌혈자의 비중은 전년 23.0%에서 27.0%로 4.0%포인트 늘었다.

30대의 경우 38만8000명(13.5%)에 그쳤으나 전년 37만2000명(12.1%)에 비해 4.3% 증가했다. 40대도 27만 명(9.4%)으로 집계돼 전년 23만7000명(7.7%)에 비해 13.9%가 늘었다. 50대는 9만9000명(3.5%)으로 전년 8만5000명(2.8%) 대비 16.5% 증가했고 60대 이상은 1만6000명(0.6%)으로 분석돼 전년 1만4000명(0.4%)에 비해 14.3% 늘어났다.

또 다른 문제는 국내 혈액 수급이 아직까지 10~20대에 집중되는 현상으로 매년 여름‧겨울 방학철만 지나면 혈액수급이 불안정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중장년층 헌혈 활성화에 고심하는 상황이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절대적인 인구 감소로 인해 저출산 현상이 헌혈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느냐. (젊은층 헌혈자의 감소는) 그것의 일환이라 본다”고 말했다.

앞으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젊은층의 헌혈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혈액 수급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만이 헌혈자 감소의 주된 원인은 아닐 수 있다. 헌혈에 대한 근거 없는 괴담이 한몫을 하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가 지난 2014년 성인 1005명을 상대로 실시한 헌혈에 대한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헌헐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30%는 ‘헌혈 후 나의 건강이 염려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30%는 ‘헌혈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라고 답해 절반 이상이 헌혈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인터넷을 떠도는 ‘헌혈은 건강에 안 좋다’, ‘헌혈 중 감염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등의 헌혈 관련 지식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0~20대 시민
헌혈 거부 이유는?

 
기자는 지난 12일 오전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 역사에 있는 헌혈의집을 찾았다.

헌혈의집 외부에는 ‘헌혈 1회당 봉사 4시간 인정’, ‘모든 헌혈 시 영화관람권’, ‘생일날(±2일)이내에 헌혈하면 외식상품권(3500원)추가 증정’, ‘O형 급구’ 등이 적혀 있는 홍보물이 눈에 띄었다. 내부에는 10~20대로 추정되는 5명의 시민이 헌혈을 하거나 대기하고 있었다.

헌혈의집 관계자는 “매년 동‧하절기인 1월~3월과 9월~10월에 헌혈자가 감소한다”면서 “(따라서) 동‧하절기에 전혈헌혈을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나눔히어로즈’를 모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눔히어로즈는 예약을 통해 동‧하절기 중 헌혈에 참여하는 것으로 가입 후 예약 기간에 맞춰 참여를 하게 되면 감사선물이 증정된다. 이와 동시에 헌혈 날짜 예약 서비스를 통해 헌혈자 확보에 힘쓰는 모습이었다.

 
명동 헌혈의집
   헌혈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서울 명동에 위치한 헌혈의집 앞으로 향했다. 헌혈의집 앞에는 피켓활동 봉사자가 있었다. 권유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무시한 채 지나갔다.

봉사자의 권유를 거부한 시민들을 따라가 봤다.

중구에 거주하는 A(23)씨는 헌혈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 살면서 헌혈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바늘을 몸에 넣는다는 자체에 거부감이 든다”고 설명했다.

일행인 B(23)씨는 “과거에 한 번 헌혈을 하러 갔는데 체중 미달이라는 진단을 받고 할 수 없었다. 이후 헌혈을 안 하게 됐다. 다이어트 붐으로 마른 사람이 증가하는 시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헌혈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C(17)씨는 “내 주변(10대)의 대다수는 영화를 보기 위해 헌혈을 한다”면서 “헌혈을 통해 받는 영화관람권은 한 극장 기업에만 해당되고, 현재 3D, 4DX 등 관람관이 증가했음에도 2D밖에 볼 수 없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10대 헌혈을 활성화하려면 10대 눈높이에 맞춘 마케팅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10~20대 헌혈자의 감소로) 중장년층 헌혈 활성화에 포커스를 맞춰 약정 단체‧민방위 헌혈 활성화, 예약 헌혈, 픽업서비스 등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정책의 시행 결과로 중장년층 헌혈자가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헌혈자수와 혈액 적정 보유일수 감소에 대해 “현재 소폭의 감소가 있는 것이다. 수혈용 혈액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 우리가 적정 보유일수를 평균 5일치로 보는데 지금까지 적정 보유일수가 잘 유지되고 있다”면서 “(다만) 추석연휴를 대비해서 각종 이벤트와 직원 헌혈 등 행사를 통해 적정보유일수를 맞추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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