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롯데몰 살인 피해자 딸 인터뷰…홀로 두 아이 키우느라 '투잡' 뛰다가 참변

“저희에게 묻지도 않고 인근 매장의 말이 사실인 양 보도됐어요. 어머니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닙니다.”
 
‘김포 롯데몰 살인사건’ 피해자 조모(50)씨의 딸 A(20)씨는 지난 13일 기자를 만나 이 같이 하소연했다. 조 씨와 가해자 최모(31)씨는 원래 한 매장에서 교대근무를 하던 사이였다. 그러다가 매장이 두 개로 늘어나면서 바로 옆 매장에서 각자 근무해 왔다. 두 사람이 안 지는 약 1년 정도 됐다고 한다. 사건 당일 오후 9시 50분경 최 씨는 조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흉기로 수차례 찔렀고, 조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최 씨는 다른 매장 직원이나 상사 등에게 ‘어머니가 밥 먹고 돌아오지 않는다, 일할 때 휴대폰만 본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이틀 전에 최 씨에게 문자로 ‘왜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느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고 남들이 하는 말을 듣기만 했다’는 답이 왔습니다.”
 
A씨에 따르면 이후 조 씨는 다른 사람들의 증언을 모아 ‘왜 남에게 잘못을 뒤집어씌우느냐’는 문자를 보냈지만, 최 씨는 이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대화 내용은 두 사람의 휴대전화 메시지에 남아 있다.
 
“이후에도 말다툼을 하다가 어머니가 뒤로 돈 사이 최 씨가 칼로 수차례 찔렀어요. 어머니가 쓰러지고 비명소리가 들린 뒤 최 씨가 도망을 갔습니다.”
 
사건 직후 다른 매장 직원이 보안팀에 연락을 했다. 그러나 보안팀에서 온 건 한두 명에 불과했다. 지혈에 급급해 경찰 신고는 손님이 했다. 가해자를 잡으러 간 것도 지나가던 손님이었다. 만약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면 신고도, 범인 추적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10시 22분에 경찰에 연락을 받았어요. 경찰은 진정하고 오라고만 했습니다. 택시타고 가면서 너무 불안해서 무슨 상태인지만 알려달라고 했더니 사고 당했으니 일단 와라, 오면 설명해주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처음엔 교통사고인줄 알았어요.”
 
A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복받치는 감정을 꾹 참으며 힘겹게 말했다. A씨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조 씨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의사는 A씨가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선고를 내렸다. 이후 장례를 치르는데 사건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언론에선 마치 조 씨가 험담을 하고 다녀 최 씨가 분을 참지 못하고 우발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도됐다.
 
“사람들은 오보를 믿고 있더라고요. 분명한 건 최 씨가 험담을 하고 다녔고, 액세서리 매장에 있을 리 없는 칼을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커터칼이라면 모를까 매장에 칼이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흉기는 커터칼이 아니었습니다.”
 
A씨는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전단지를 만들어 매장을 돌며 배포하기도 했지만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A씨는 이후 롯데의 태도에 망연자실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12시간도 안 돼 매장은 정리되고 그 자리에 소파가 놓여 있었어요. 폴리스라인도 사라지고 정상영업 중이었습니다. 어떻게 살인이 일어났는데 곧바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운영된다는 게 참 무섭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날은 금요일 저녁으로, 다음날 주말 고객이 예상됐을 터였다. 롯데몰 측에서 먼저 연락이 오지도 않았다고 한다. 항의 전화를 하자 그때서야 빈소에 얼굴을 내밀었다. 사건 직후 롯데몰 측과 접촉하는 과정에서도 유족이 먼저 연락을 했고, 롯데 측은 영등포에 있는 롯데리아로 유족을 불렀다.
 
“차분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데 그런 곳으로 오라고 해서 의아했어요. 역시나 내부가 너무 시끄러워서 다른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옮기자고 하더라고요. 자리를 옮기고 롯데 측은 ‘안타깝지만 저희에게 법률적인 책임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도의적 책임은 없느냐고 묻자 아무 말도 안하더라고요.”
 
당시 보안팀은 세 팀으로 운영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롯데 측에 ‘보안팀이 CCTV를 보고 있지 않았느냐’고 묻자 ‘CCTV를 두세 명이 관리하지만 누가 그걸 하루 종일 보고 있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조 씨의 매장은 이동통로 한 가운데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동하는 고객이 많은 위치다. CCTV를 보고 있지 않는다면 유사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든지 범행 대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은 이후에도 법률적 책임이 없는지 재차 물었지만 ‘그쪽 변호사와 상의해서 오라’고 했다고 한다. 대화가 안 된다고 판단한 유가족은 결국 자리를 떠났다.
 
A씨 어머니의 원래 직장은 따로 있었다고 한다. 홀로 두 자녀를 키우기 벅차 농수산물센터 일을 마치고 쉴 틈도 없이 바로 쇼핑몰로 출근해 근무하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병원비는 모두 유족이 냈다.
 
“롯데가 직접적으로 고용한 게 아니더라도 (보안팀에 대한) 교육이나 관리는 해야 하는 거 아닌지 의문이에요. 법률적 책임이 없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운영하는 영업장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아무런 책임도 없을까요.”
 
롯데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사건 결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 계획이나 절차는 세워진 바 없다.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A씨의 오빠는 현재 군인으로 일병을 갓 달았다. 하지만 A씨가 얼마 전 만 20세 생일이 지나 의가사제대 자격에서 제외됐다. 앞으로 모든 처리를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A씨 혼자 해야 한다. A씨가 가장 알고 싶은 건 가해자 가족의 유무다. 가해자에게 가족이 있다면 최소한 얼굴을 비추고 사과를 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할 텐데 아무 연락이 없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A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해두신 음식을 오빠와 먹겠다고 했다. A씨는 “식욕은 없지만 버리면 안 될 것 같아서…”라며 인터뷰 내내 참았던 눈물을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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